아마존 10년차 강명관선교사 '소명'에 대해 말하다

아마존 10년차 강명관선교사 '소명'에 대해 말하다

[ 아름다운세상 ] 브라질 아마존 바나와 인디언 부족화 함께 살며 성경 번역 작업중

정보미 기자 jbm@pckworld.com
2009년 05월 13일(수) 10:18

   
▲ 성경책을 보며 즐거워하는 샤가 할아버지(영화 '소명' 등장인물)와 강명관선교사. /사진작가 고천윤제공
'소명'.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단어는 평생 물음표를 던져준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소명이 무엇일까', '우리는 어떠한 소명으로 살아야 하는가', '과연 내가 죽기 직전에 소명을 발견할 순 있을까'….

영화 '소명'의 주인공, 강명관 선교사의 미소가 전국을 감동으로 물들이고 있다. 한 곳에서 시작된 상영관은 이제 10개를 넘어섰다. 관객도 개봉 한 달 만에 2만명을 돌파했다. 남들 다 부러워 하는 교사 직업을 하루 아침에 내려놓고 선교사의 길을 택한 강 선교사. 그를 지난 4일, 목회자가 되고자 배움의 길을 걸었던 서울 광장동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부인 심순주씨와 함께 만났다.

"파찌야마~." 스크린에서만 들었던 익숙한 그의 음성이 귓가에 스쳤다. 주기철목사 기념탑 앞에는 턱수염을 깎고 말끔해진 강 선교사가 서있었다. "너무 의미있는 자리인 것 같아요." 옆에 있던 심 씨가 탑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강 선교사는 신대원 시절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만 주어진다는 '순교자 주기철목사 기념 기금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했다. 그래서 그에게 이 장소는 더욱 특별했다.

강 선교사는 녹내장 치료를 위해 잠시 한국에 입국해 있던 차였다. 영화를 본 이라면 알 수 있듯이 그가 사역하고 있는 브라질 아마존에는 각종 독충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눈을 향해 돌진해 온 벌레들을 떼어 내려고 비비다 생긴 안질환이 녹내장으로 진행된 것이다.

   
▲ 신학교 재학 시절 '주기철목사 장학금'을 받았던 강명관선교사가 장신대 내에 세워진 고 주기철목사 기념비앞에서 부인 심순주씨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장창일기자
치료를 위해 한 달간 국내에 머물렀다. 그러면서 지내는 동안 생긴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놀토'가 노는 토요일이라면서요? 저는 '노는 땅'을 말하는 줄 알았어요." 그는 지난 1999년 본교단 총회 세계선교부와 주후원교회로 명성교회(김삼환목사 시무)의 파송을 받았다. 벌써 '아마존 10년차'니 모를만도 하다.

그는 더위를 싫어하는 겨울체질이다. 또 아토피 피부다. 그런데 다른 사역지 다 놔두고 하필이면 연일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열대밀림지역 아마존으로 갔을까? "하나님께서 약한자를 들어쓰시잖아요. 순종해서 간 거죠."

원래 그는 명성교회 집사였다. 한영외국어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잘나가던 교사였다. 그런데 늘 목말랐다. '주님을 최고로 사랑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던 차에 교회 성경공부 시간, "주님의 참된 제자로 살아야 한다"는 김삼환목사의 말씀을 듣고 선교사로 전향했다. "지구촌 6천9백 언어 가운데 성경이 번역되지 않아 아직도 복음을 듣지 못한 민족이 2천여 곳이나 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내 길이구나' 싶었죠" 성경번역선교사가 되기 위해 교편을 접고 장신대 신대원에 입학했다. 브라질은 명성교회, 아마존은 미국 위클리프선교회의 추천을 받아 가게 됐다. 무려 2년간이나 고민하고 기도하며 내린 결정이었다.

당시 부인 심 씨의 마음은 타들어갔다. "처음엔 반대했어요. 성경번역선교사란 것이 분명 귀한 일이긴 한데, 제가 못할 것 같았어요. '사모'의 역할을 감당해 낼 수 있을까도 고민이었죠." 그래서 기도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반대로 한 남자의 인생을 망치긴 싫었다고 한다.

"남편은 학비를 벌기위해 낮에는 학교에 다니고 밤에는 학원강사 생활을 했어요. 근데 수백만 원을 벌어들이는 거예요. 오히려 우리가 선교사를 후원하는 게 낫겠다 싶었죠." 그러나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라(마 28:19)는 말씀으로 하나님은 심 씨를 부르셨다. 당시 3, 4세이던 자녀들도 하나님께 맡길 수 있는 평안한 마음을 주셨다.

강 선교사는 현재 브라질 아마존 바나와 인디언 부족과 함께 살며 성경 번역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언어학과 문화인류학에 대한 훈련을 5년간 받고 바나와 부족 마을에는 지난 2000년도에 들어갔다. 앞으로 10년 내에 신약성서를 바나와 부족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 꿈이다.

   
▲ 브라질 아마존 바나와부족.
번역작업은, 42년간 자마만지 부족의 언어로 성경을 번역하다 결국 끝내지 못해 자녀가 이어 사역하고 있는 케이스가 있을 정도로 고되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고맙게도 아마존 마나우스 인근 프라꽤꽈라 정글 선교사자녀학교에 재학중인 딸 예슬이(11학년)와 아들 한솔이(10학년)가 강 선교사의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을 약속했다. 자녀의 학교는 사역지에서 15일간 배를 타야 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한창 예민한 사춘기인데도 불구하고 부모의 사역에 자부심을 느끼며 떨어져 지내는 그리움을 참는다.

영화 주인공 답게 그의 인기는 대단했다. 인터뷰 중에도 장신대 학생들이 계속 다가와 영화 잘 보았다며 인사를 건넸다. 유명세가 어색한지 그는 인사를 받으면서도 수줍어하는 기색이었다. 강 선교사는 치료를 마치고 지난 7일, 다시 아마존 밀림으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몸 속에 기생하며 사는 벌레 무꿍, 식인물고기 피라니아, 끝없이 이어지는 무더위가 있다. 그 생명을 위협하는 죽음의 위기 속에서 그는 바나와 부족을 위해 언더우드의 기도를 올린다.

선교의 소명을 어떻게 깨달을 수 있냐는 물음에 그가 웃으며 답했다. "외국 생활이 좋고, 즐거우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하나님께서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원하시니까요. 사역지에 가서 말이 안통해도 마음이 통하면 통할 수 있어요." 마음이 이어지는 곳, 그곳에 소명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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