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신춘문예 시 당선 소감 이순주 씨

제9회 신춘문예 시 당선 소감 이순주 씨

[ 교계 ] "겨울을 참아낸 보람이 있습니다"

이수진 기자 sjlee@kidokongbo.com
2008년 03월 27일(목) 00:00

   
 
 
"겨울을 참아낸 보람이 있습니다"

듬성듬성 눈 녹아 내게 징검돌이 되어주는 산길, 눈 속엔 황소바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편집증을 앓는 그 바람은 산비탈 훑으며 내게로 달려왔습니다. 시린 내 목을 끌어안고 팔짱을 끼며 알 수 없는 말을 쉴새없이 지껄였습니다. 산까치 몇, 불씨를 찾아보려는 것인지 불 꺼진 단어들을 쪼고, 윤슬처럼 반짝이며 햇살에 언 눈(雪)이 빠끔빠끔 타들어갔습니다. 구상나무일까 회화나무일까 자작나무일까. 나 어디쯤 멈춰서야 이 길고 긴 문장이 끝나는 것일까. 겨우내 이곳에 오르면서 세워놓은 수많은 성(城)들, 나는 모딜리아니 잔느의 긴긴 목을 하고서 봄까지 무작정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그리움은 겨울의 문장 아래 숨어 있었습니다. 뒷산을 오르곤 하며 겨울을 나고 있었습니다. 경칩 지난 어느 날, 산길을 여전히 걷고 있을 때였습니다. 핸드폰 떨림이 예사롭지 않더니만, 아! 전화 한 통으로 당신은 나를 울리고야 말았습니다. 겨울을 참아낸 보람이 있습니다.

새봄을 맞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작품을 선해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과 한국기독공보사에 머리를 숙입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나를 위해 늘 기도하시는 어머니!  들꽃, 글숲 동인들, 그리고 나를 아는 모든 분들과 이 기쁨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 이 순 주
- 1957년 생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 200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 장성교회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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