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세상]소액대출 지원 '생명을 여는 사람들'

[아름다운세상]소액대출 지원 '생명을 여는 사람들'

[ 아름다운세상 ] 국내 실정에 맞는 소액대출 운동 통해 차상위계층 재기 도와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8년 03월 26일(수) 00:00

2008년 3월 20일 현재, 한국에서 정부 보조금 없이 겨우 생활을 유지해 나가는 사람들 1천2백만 명. 이들을 위해 TV에서는 연일 대부업체 광고가 쏟아지고 있다. "1566-XXXX. 복잡하고 어려운 대출로 고민하셨다면 쉽고 빠른 ○○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급하게 돈이 필요한 이들이 솔깃할 수밖에 없는 문구들이 각종 광고, 전단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즐비하다. 전화 한 통이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는 대출, 서민 중에 서민이라 불리는 차상위계층 사람들에게 이 유혹은 뿌리칠 수 없을 만큼 달콤하다. 하지만 전화 한번 잘못 걸었다가는 하루아침에 신세망치기 일쑤이다. 하루가 다르게 불어가는 금리로 가난한 사람들은 결국 더 빈곤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검은 늪'과도 같다.

   
 
무일푼 임금으로 가난한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열정을 쏟고 있는 '생명을 여는 사람들' 정봉덕총무가 '생명길'을 통해 대출받은 사람들이 매달 꼬박꼬박 갚은 기록이 남아있는 통장 수십개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임성국기자
 
이들을 위해 교계 내 한국판 그라민은행(총재:무함마드 유누스, 방글라데시 무담보소액대출기관)이 등장했다. 차상위계층 사람들이 자활할 수 있도록 자금을 대출해주고 대출 자금으로 벌인 사업이 성공할 수 있게 사회복지분야 전문위원 6명이 자문을 돕는 '생명의 길을 여는 사람들'(이사장:황태주 총무:정봉덕, 이하 '생명길'). 금리없이 빌린 금액을 최대 3년 내에 매월 분납해 갚아나가면 된다.

단, 원금 손실의 경우를 대비해 원금의 0.3퍼센트를 보험료로 받고 있다. 물론 매달마다 갚은 금액은 원금에서 제한다. 예를들어, '생명길'을 통해 1백만 원을 대출해 3년간 분납하기로 약정했다면 갚는 첫 달에는 매월 정기적으로 갚아야 하는 2만7천7백77원과 함께 원금의 0.3퍼센트인 3천 원을 더 내면 된다.

그 다음달에는 원금에서 이미 갚은 2만7천7백70원을 제한 97만2천2백23원의 0.3퍼센트 금액인 2천9백16원을 보험료로 지불하면 된다. 물론 돈을 빌리기 위해선 '원금을 어느 기간동안 어떻게 갚을 것인가'에 대한 대출상환계획서를 꼼꼼히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사실 '생명길'의 역사는 지난 2002년 9월 23일 시작됐다. 당시 네덜란드의 기독교 자활자금 융자기구인 국제 오이코크레디트(Oikocredit)에서 선교의 일환으로 한국지회를 만드려고 시도하다가 그쪽 운영규정이 국내법에 어긋나 중단된 일이 있었다(오이코크레디트 한국위원회는 그후 2004년도에 설립됐다). 때문에 당초 오이코크레디트 한국지회를 설립하고자 세운 김창인목사(광성교회ㆍ증경총회장), 손달익목사(서문교회), 김원영목사(청주서남교회) 등 13명의 추진이사들을 앞세워 국내 토종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credit) 기구로 '생명의 길을 여는 사람들'을 창립한다.

'생명길'은 대출받은 이들에게 실제로 생명의 길을 열어주었다. "생계가 어려워 휴학한 신학생에게 5백만 원을 대출해준 적이 있습니다. 그 신학생은 빌린 돈으로 중고트럭을 구입해 우유배달을 시작했죠. 결국 꾸준히 원금을 갚아나가 이제 두 달만 더 채우면 상환이 끝납니다. 다니던 학교도 복학해 지금은 졸업해서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생명길' 총무 정봉덕장로(염천교회 원로)의 설명이다.

3천만 원을 대출받은 온양ㆍ아산지역 초교파 모임 한국기독교경제문화운동본부(회장:김명민)는 '생명길' 덕분에 IMF 피해로 어려움을 당한 농촌교회 교역자들을 지원할 수 있었고, 5백만 원을 대출하고 동두천시에 간이식당을 개업한 한 여집사는 사업이 점점 번창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한아봉사회는 2천만 원을 대출받아 캄보디아에 에큐메니칼 디아코니아 센터를 건축해 주었고, 캄보디아 송준섭선교사는 1천만 원을 빌려 현지에 농경지 사업을 조성할 수 있게 됐다. 또한 3천만 원을 대출한 김차균 씨는 경기 안성군 일대에 재활용품 수집장을 임대해 '아름다운산업'이란 회사를 설립하고 폐품을 수집하며 수익을 내고 있다. '아름다운산업'의 목표는 함께 일하는 많은 동료들이 은퇴 후 같이 거주할 수 있는 주거지를 마련하는 것이란다.

국내 마이크로크레디트를 대표하는 기관은 '신나는조합', '사회연대은행', '아름다운세상기금' 등이 있다. '생명길'은 교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이크로크레디트 단체. 하지만 홍보부족과 자금난으로 지난 6년간 '생명길'을 통해 대출받은 인원은 고작 20여 명. 때문에 '생명길'이 본격적인 홍보에 나섰다. 보다 많은 이들에게 단체를 알려 가난에 찌든 우리 이웃들이 '생명길'을 통해 경제적으로도 구원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

"교인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 다음에는 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죠. 두 가지가 이루어지면 이 일을 맡은 실무자가 성실히 직무에 임해야 합니다. 이 세가지가 삼위일체 되어야 '생명길'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어요." 총무 정봉덕장로는 "'생명길'은 '네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곧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 말씀하신 예수님을 따르는 길"이라며 "어려운 사람 돕자는 건 다 아는 얘기지만 공감대 형성이 안되기 때문에 뜻이 모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장로는 '긍휼' 대신 '救恤(구휼)'이라는 한자어를 제시했다. "사전에서 구휼의 뜻은 '물품을 베풀어 곤궁한 사람을 구조함'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구휼해야 합니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는데 가난한 사람은 점점 늘고 있죠. 이때 한국교회가 해야할 일은 가난을 퇴치하는 일입니다. 사실 우리는 가난을 모릅니다. 집과 자동차를 갖고 있으면서 가난을 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가난한 지역에 사는 이들만 뼈저리게 느끼는 것이죠."

정 장로는 "작년 총회 통계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교단 교역자 및 제직 수는 74만5천5백40명"이라면서 "1인당 만 원씩 '겨자씨 헌금'을 한다면 74억5천만 원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겨자씨의 믿음이란 것은 창조적이고 긍정적입니다. 겨자씨의 믿음이 있으면 이집트 피라미드라도 옮길 수 있죠. 산을 옮기려면 십자가 정병들의 희생이 있어야 합니다. 그 희생이 '나눔'입니다."

현재 정봉덕장로는 '생명길' 운영자금으로 쓰일 10억을 모금운동 중에 있다. 82세의 흰 머리 지긋한 노령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무일푼 임금으로 열정을 쏟는 정 장로. 총회 사회봉사부, 한아봉사회 총무 등을 거치며 한평생 '봉사인생'을 산 그의 외침이 절실하다.

이제 한국교회는 어떤 일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 '주께서 생명의 길을 내게 보이시리니 주의 앞에는 기쁨이 충만하고 주의 우편에는 영원한 즐거움이 있나이다'(시 16:11) 라는 말씀처럼, 돈 몇백만 원이 없어 날마다 가난에 찌들어 사는 이웃들에게 '생명의 길을 여는 사람들'은 영원한 즐거움이 있는 '생명길'이 되어주고 싶은 것이다.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credit)란?
사회적 취약 계층에게 담보물 없이 자금을 제공하는 것. 일반적으로 대출 금액이 1인당 GDP(국내 총생산) 금액 이내일 경우를 마이크로크레디트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치며, 대출 실행 후 창업 및 영업 활동에 밀착된 사후 관리가 뒤따른다.

*후원계좌: 우체국)010793-01-005491 예금주:생명길 정봉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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