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라파의 집' 웃음전도사 마광숙 간호실장

[피플] '라파의 집' 웃음전도사 마광숙 간호실장

[ 교계 ] "신장환자들이 저만 만나면 웃네요" 의료손길과 웃음전달로 전인적 치료 시도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8년 03월 26일(수) 00:00

흡사 외국이라도 나온 듯 수려한 경관을 뽐내는 제주에 만성신부전 환우들만을 위한 쉼터가 있다. 동쪽으로는 서귀포 앞바다, 서쪽으로는 한라산이 보이고 사시사철 색색 꽃이 정원 가득 꽃망울을 터뜨리는 곳.

제주 서귀포시 신효동 '라파의 집'에서는 이렇게 사방이 풍경화를 두루마리로 펼쳐놓은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때문에 이곳을 터줏대감처럼 지키며 환우들의 '어머니' 되길 자청하는 간호실장 마광숙집사(54세ㆍ합동측 왕성교회 출석) 또한 '라파의 집'에서 근무한다는 게 꿈만 같다고 한다.

   
 
간호실장 마광숙집사.
 
"요즘은 동백이 한창이에요. 연못가엔 수선화가 싹을 틔웠고요. 여기오기 전까지는 이렇게 좋은 환경에 일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이틀에 한번정도 투석받아야 하는 만성신부전 환우에게 여행은 꿈보다 더 간절한 소망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한 이들의 소원성취를 위해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본부장:박진탁)는 투석실 및 숙소를 겸비한 '라파의 집'을 작년 8월 개원했다. '라파의 집'에서는 하루 최대 1백56명의 환우가 투석치료를 받을 수 있다. 또한 '라파의 집' 관광 전용 버스를 이용해 제주도 내에서 구경하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다. 그야말로 만성신부전 환우들에겐 유토피아같은 곳, 항공료만 부담하면 식사 및 시설 이용비가 전부 무료로 제공된다.

"1976년부터 4년간 수도통합병원 투석실에서 간호장교로 근무했어요. 그 후 일반병원으로 옮겨 최근까지 간호사 일을 계속해 왔지요. 하지만 개인병원은 간호사 정년이 55세예요." 평생 간호사로 남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갈 수는 없을까 고민하고 있던 찰나 우연히 '라파의 집'에서 난 간호사 모집 공고를 보게 됐다고. 마 집사는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꼈다고 했다.

'라파의 집'에는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두 차례 만성신부전 환우 손님들이 몰린다. '라파의 집'으로 여행 온 환우들은 길게는 보통 한 달 가까이 머무르며 제주의 이곳저곳을 여행한다. 마광숙집사의 하루도 환우들과 함께 시작된다. 환우들의 입소 첫 날에는 우선 투석실에 모아놓고 식이요법에 대해 설명한다.

"환우별로 혈액을 검사한 후 포타슘, 칼숨, 인의 결과를 검토해요. 포타슘이 많이 함유돼 있는 음식은 과일, 감자, 견과류 등이 있어요. 만성신부전 환우의 경우 소변으로 배출이 안돼 몸에 경련이나 심하면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죠. 또 환우들은 되도록 싱겁게 먹어야 해요. 짜게 먹으면 물을 많이 먹게 돼 투석할 때 환우분이 힘들어지거든요."

여행을 온 환우들은 맛 좋기로 소문난 집을 찾아가 외식을 하기 일쑤인데 이로 인해 위장에 탈이 나고 복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종종 있단다. 마 집사는 "조금 싱겁게, 골고루 음식을 먹는다면 일주일에 세 번 투석하면서 건강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면서 모든 환우들이 '라파의 집'에 와서 천혜의 경관이라고 불리는 제주의 경치를 감상하고 마음과 더불어 몸의 건강도 회복되길 바란다고 했다.

"제가 이곳에 온지도 벌써 6개월이 지났네요. 운동부족으로 무기력해 보이던 분이 감귤박물관을 산책하며 활기찬 모습으로 변하거나, 식욕이 없던 분이 이곳에 와서 입맛을 찾았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제 마음도 행복해지지요." 가족의 불화로 자살을 결심했던 사람, 홀로 생활하며 외로움에 지쳐가던 사람들도 이곳에 와서 다시 희망을 찾고 친구를 사귄단다. 마광숙집사는 웃음치료시간 강사로 나서 환우들에게 끊임없이 웃을거리를 제공한다. 환우들에게 웃는 얼굴을 찾아주고 싶어 제주도로 오기전 일부러 웃음치료사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한다.

   
 
'라파의 집' 의료진들의 밝은 웃음은 환자들에게도 전달되어 치료에 큰 효과를 주고 있다.
 
이제까지 '라파의 집'에 다녀간 만성신부전 환우 및 가족들은 3백여 명 정도. '라파의 집'에는 하루 1백30여 명이 숙박할 수 있지만 아직 홍보가 부족한 탓에 발걸음이 뜸한 실정이란다. 한번 다녀간 환우들은 잊지 못해 다시 또 오고 싶어 하는 곳, 이곳에서 마광숙집사는 만성신부전 환우들에게 어서 오라며 손짓하고 있다.

"오랜기간 투석을 받다보면 몸도 지치고 더불어 마음도 지치죠. 환우분들이 '라파의 집'을 자신의 별장이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공기맑고 풍요로운 이곳에 많은 환우분들이 오셔서 재충전하시고 남은 인생 멋지게 사시길 바래요."

문의전화: 02-363-2114, 2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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