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50년 '물질'끝에 복음 건져" 해녀 강인자집사

[피플] "50년 '물질'끝에 복음 건져" 해녀 강인자집사

[ 교계 ] "노년에 구원받고 가족위해 새벽기도 드려"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8년 03월 12일(수) 00:00

【제주 성산포=정보미기자】 '이어도사나 이어도사나~'. 해녀들의 구성찬 음색이 파도에 쓸려 배를 밀고 나간다. 뱃사공이 뱃머리에서 노를 저으면 그 뒤에 자리를 잡고 앉아 함께 노를 젓던 제주 해녀들. '뱃사공의 노래'는 바다로 나가 조업할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준 뱃사공을 위해 그녀들이 부르던 노래다. 때문에 노래에는 그녀들의 삶과 그 삶을 반추하는 희로애락이 담겨있다.

   
 
"최근 예수님을 영접하고 가족들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총회 파송 권순성선교사의 장모 강인자집사.
 
"잠수복이 없던 옛날에는 바다 속에서 30분도 못 견뎠어요." 50년 경력의 잔뼈굵은 해녀 강인자집사(65세ㆍ성산포교회 출석)가 옛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어떤이에게는 인생의 전부라 말할 수 있는 세월동안 그는 '물질'(바다속에 들어가 해산물을 따는 일)을 하며 자녀를 대학에 보내고 가족을 뒷바라지 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시작했죠. 형편이 어려워서 학교도 못갔어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초등학교 졸업 후 열 다섯살 때부터 해녀질하며 살았어요."

수 십 년간 물 밖보다 물 속 세상이 더 친근한 삶을 살아온 그의 피부는 햇볕을 많이 받지 않아서 인지 오히려 뽀얗다. 바다에 일하러 갈때면 흰 광목천에 검은색 물감을 들여 옷을 해입고 왼손엔 망태를 오른손엔 호미를 들었다. 그나마 잠수복이 제작된 뒤로 길게는 하루 여섯시간까지 작업이 가능해졌다.

"바다 밑으로 들어가면 소라며 전복, 성게, 오분작 등 해산물이 지천에 널렸었어요. 그런데 그것도 많이 잡아서인지 요즘은 씨가 말랐어요." 소라의 산란기인 6월부터 8월까지는 어촌계에서 정한 금채기간이다. 작업을 나갈 수 없는 두 달여간 해녀들은 근처 마을로 나가 농사일을 돕거나 작살을 이용해 소라를 제외한 쥐치나 '갓돔'(돌돔) 등의 물고기를 잡으며 근근히 살아간다.

바다가 삶의 터전인 해녀들에게 미신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였다. "성산포 어촌계에만 1백여 명의 해녀가 있는데 그중 여섯, 일곱명 만이 교회에 다녀요. 음력 2월 15일이 되면 영등할머니에게 만수무강을 비는 무사고 굿이 대대적으로 진행되는데 우리 해녀들에게는 최대 잔치라고 할 수 있죠."

강인자집사에게도 바다는 삶의 전부였다. 때문에 예수님을 믿기 전에는 이 잔치에 참석해 떡도 만들고 음식도 나눴단다. 오랜 세월간 전해 내려온 토속 신앙인 탓에 왠만한 해녀들은 다른 신을 믿을 엄두조차 못냈다.

강 집사 또한 그랬다. 굿을 안하면 하늘이 노(怒)해서 큰일이라도 날 줄 알았다. 하지만 열심히 교회를 다니던 큰 딸이 결혼을 한 뒤 선교사인 남편과 선교지로 파송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평생 근처도 안갈 줄 알았던 교회 문턱을 스스로 넘어선 것이다.

"자식 소원이라 교회에 다니게 됐는데 다니다 보니 점차 마음 속에 믿음이 생기는 걸 느껴요." 강 집사는 믿음이 생기니 천국갈 생각에 행복하다고 했다. "하지만 한가지 걱정이 생겼어요. 믿지 않는 남은 가족들에 대한 걱정이죠. 가족 모두가 구원받아야 할텐데 말이에요. 자식들 모두가 하나님 앞에 나와 하루빨리 속죄하는 게 소원이에요."

가족들의 구원을 위해, 또한 큰 딸 형경숙 씨와 사위인 총회 파송 권순성 선교사를 위해 매일 새벽기도를 나간다는 강 집사. 뒤늦게 가진 한 사람의 신앙이 그 가정을 구원하려 하고 있었다.

강 집사가 신앙을 갖자 가족들에게도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얼마전에는 작은 아들이 득남했다. 오랜기간 기도해온 끝에 얻은 결실이란다. 강 집사는 구원의 기쁨을 발견한 뒤 교회 봉사를 못하는 것이 가장 미안하다고 했다.

"교회에서 성산포 지역 노인들을 위해 도시락 봉사를 하고 있는데 일이 바빠서 못 돕는 게 참 미안해요. 어려운 곳에 찾아가서 청소라도 하고 싶은 마음인데..." 수협어판장에서 중매인을 하고 있는 남편을 돕느라 아직은 못하고 있지만 꼭 해보고 싶다고 했다.

성산포를 비롯해 제주에는 신양, 온평, 신천 등 어촌계를 통틀어 총 8백여 명의 해녀가 있다고 한다. 강 집사는 "가뜩이나 바다 자원이 줄어드는데 자망선(물고기 떼 길목에 그물을 쳐 놓아 고기를 잡는 배)이나 스쿠버다이버들이 몰래 소라를 잡아가서 더 없어지고 있어요. 바다와 살아가는 해녀들이 아무걱정 없이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더불어 그는 해녀들이 미신이 아닌 하나님을 의지하며 굿 대신 예배를 드릴 수 있는 날을 꿈꾼다며 이를 위해 계속 기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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