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세상 ] 3천 성도 동참한 한국교회 자원봉사의 날
지난 18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두멍재에 모인 한국교회 봉사자 3천여 명은 오염된 바다의 회복을 위해, 무너진 태안 주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사진 정보미기자 | ||
가까이 다가가서 인기척을 내자 죽은 듯 보이던 갯가재가 숨을 헐떡였다. 굴 또한 자취를 감춘 채 주인 잃은 빈 껍질만 검은 바위 위에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은빛을 자랑하던 백사장은 잿빛이 되었고 바닷가의 해안선 또한 니땅 내땅 구분하듯 검은선으로 굵게 그어져 있었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 두 달여 후. 방재작업이 마무리단계라 하지만 아직은 짭쪼름한 바다 냄새보다 기름 냄새가 더욱 풍겨오는 태안 앞바다에 하나님의 사람들이 무릎을 꿇었다. 우리 인간들의 잘못으로 하나님이 주신 자연 더럽혀서 죄송하다고 목 놓아 울었다. 그리고는 닦았다. 바위든 자갈이든 닥치는 대로 잡아들고 기름 한 방울이라도 더 씻어내려고 발버둥 쳤다. 그렇게라도 바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또 무너진 태안 주민들 마음 달래기 위해 연신 땀을 훔쳤다.
지난 18일, '한국교회 자원봉사의 날'이라는 표어 아래 3천여 명의 성도들이 태안에 집결했다. 바다에는 넘쳐나던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고 '끼룩끼룩' 바다 갈매기 하나 보이지 않았지만 이날 한국교회는 태안에 희망의 소리를 하나 남기고 돌아왔다. "우리가 잊지 않고 널 지켜줄게"라고.
오후 2시 무렵 밀물 때에 맞춰 봉사활동이 끝이 났다. 돌아가야할 시간인데도 사람들은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했다. 방재복을 입고 긴 장화를 신은 한 어린이가 몇 걸음 걷다가 모래사장에 풀썩 주저앉더니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바다를 응시했다.
"원래는 여기가 은빛 모래였대요. 그런데 지금은 검은색이 섞여서 회색 모래밭이 되어 버렸어요." 그 아이의 자그마한 입에서 후욱 하고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우리도 닦았어요" 이날 행사에는 아이 어른 구분없이 한국교회 성도 3천여 명이 봉사활동에 동참했다. | ||
'한국교회 자원봉사의 날' 행사에 참석한 충신교회 청년들이 화이팅 자세를 취하고 있다. | ||
백만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거쳐간 태안. 바닷가 한켠에 이날 방제작업에 쓰인 장화들이 가지런히 나열돼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