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세상] '자원봉사의 날' 태안이야기

[아름다운세상] '자원봉사의 날' 태안이야기

[ 아름다운세상 ] 3천 성도 동참한 한국교회 자원봉사의 날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8년 02월 20일(수) 00:00

   
 
지난 18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두멍재에 모인 한국교회 봉사자 3천여 명은 오염된 바다의 회복을 위해, 무너진 태안 주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사진 정보미기자
 
【충남 태안=정보미기자】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2리 신너루 두멍재. 언뜻 보기에는 멀쩡한 바다 같은 이곳에 야행성인 갯가재들이 이른 아침부터 군데군데 널려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인기척을 내자 죽은 듯 보이던 갯가재가 숨을 헐떡였다. 굴 또한 자취를 감춘 채 주인 잃은 빈 껍질만 검은 바위 위에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은빛을 자랑하던 백사장은 잿빛이 되었고 바닷가의 해안선 또한 니땅 내땅 구분하듯 검은선으로 굵게 그어져 있었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 두 달여 후. 방재작업이 마무리단계라 하지만 아직은 짭쪼름한 바다 냄새보다 기름 냄새가 더욱 풍겨오는 태안 앞바다에 하나님의 사람들이 무릎을 꿇었다. 우리 인간들의 잘못으로 하나님이 주신 자연 더럽혀서 죄송하다고 목 놓아 울었다. 그리고는 닦았다. 바위든 자갈이든 닥치는 대로 잡아들고 기름 한 방울이라도 더 씻어내려고 발버둥 쳤다. 그렇게라도 바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또 무너진 태안 주민들 마음 달래기 위해 연신 땀을 훔쳤다.

지난 18일, '한국교회 자원봉사의 날'이라는 표어 아래 3천여 명의 성도들이 태안에 집결했다. 바다에는 넘쳐나던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고 '끼룩끼룩' 바다 갈매기 하나 보이지 않았지만 이날 한국교회는 태안에 희망의 소리를 하나 남기고 돌아왔다. "우리가 잊지 않고 널 지켜줄게"라고.

오후 2시 무렵 밀물 때에 맞춰 봉사활동이 끝이 났다. 돌아가야할 시간인데도 사람들은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했다. 방재복을 입고 긴 장화를 신은 한 어린이가 몇 걸음 걷다가 모래사장에 풀썩 주저앉더니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바다를 응시했다.

"원래는 여기가 은빛 모래였대요. 그런데 지금은 검은색이 섞여서 회색 모래밭이 되어 버렸어요." 그 아이의 자그마한 입에서 후욱 하고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우리도 닦았어요" 이날 행사에는 아이 어른 구분없이 한국교회 성도 3천여 명이 봉사활동에 동참했다.
 

   
 
'한국교회 자원봉사의 날' 행사에 참석한 충신교회 청년들이 화이팅 자세를 취하고 있다.
 

   
 
백만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거쳐간 태안. 바닷가 한켠에 이날 방제작업에 쓰인 장화들이 가지런히 나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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