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 향한 사랑, 꽃으로 피다

파라과이 향한 사랑, 꽃으로 피다

[ 아름다운세상 ] 라파즈학교 사역 힘쓰는 신현광 이미경선교사

김보현 기자 bhkim@kidokongbo.com
2006년 04월 30일(일) 00:00

믿는 사람들에게 있어 가장 아름다운 삶은 '복음을 전하기 위해 산을 넘고 강을 건너는 열정을 가진 삶'이 아닐까.

지구상의 여러 대륙 가운데 남아메리카는 계절은 물론이고 시간적으로 낮과 밤이 우리와는 정반대인 그야말로 '땅끝' 그 자체이다. 풍부한 자원과 열정적인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지만 브라질 아르헨티나 온두라스를 비롯해 중남미 지역의 수많은 나라들은 식민지 영토 확장에 혈안이 되었던 이들과 함께 전파된 기독교 복음으로 인해 아픔을 겪었던 곳이고, 오늘날 경제적 부침으로 인한 혼란과 어려움 또한 여전한 곳이다.

이러한 남미지역 국가 가운데서도 파라과이는 오늘날 비록 경제적으로 낙후되고, 영토 또한 좁아져 버렸지만 남미 대륙의 중심에 위치해 있으면서 역사와 전통 또한 유구한 곳이다. 영화 '미션'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과라니 족의 후예들이 살고 있는 파라과이는 비록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잃어버린 곳이지만 이과수폭포를 비롯해 남미지역의 첫번째 교구가 위치해 있던 아순시온을 수도로, 다른 나라들이 지배자들의 언어를 공용어로 삼게됐음에도 여전히 고유 언어인 과라니어를 공용어로 보존, 남다른 자부심도 간직하고 있다.

이곳 파라과이에 지난 98년 공식 파송을 받아 사역 중에 있는 신현광 이미경선교사의 사역지는 '동시(東市)'라는 뜻의 '시우닷 델 에스테'로 브라질 국경에 인접한 도시이다.

이곳에서 신 선교사 부부는 맨손과 열정만으로 가지고 이제는 지역의 명문으로 성장한 '라빠스 학교'를 통한 교육 선교를 실천하며 다양한 계층의 현지인들을 복음으로 양육, 놀라운 선교행전을 써내려가고 있다.

학생 수만 2백 명을 넘어서고 신앙과 실력을 겸비한 교직원만 35명에 달하는 라빠스학교를 비롯해 부락민 모두를 복음으로 변화시키는 등 열매를 거두고 있는 전도 사역 등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고 창대한 오늘날의 선교 역사에 비해 처음 사역지에 도착해 사역을 시작할 때의 모습은 '미약함' 그 자체였다.

신학대학원 재학 중이던 94년, 단기선교사로 자원하여 처음으로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을 찾게 되었고, 귀국길에 고별여행 삼아 세계적 명소인 이과수 폭포를 찾을 때가지만 해도 이곳 '시우닷 델 에스테'가 평생 사역지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3개 국의 국경이 인접해 있고, 세계 최대의 발전량을 자랑하는 이타이푸(Itaipu)수력발전소가 인접한 이곳을 찾았을 때 오래전 어렵사리 뿌려진 복음의 씨앗이 사라져 버릴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었다.

선배 사역자들의 권유를 받아 '단기' 헌신을 '장기'로 전환키로 하고 돌아와 1996년 서울서남노회로부터 목사 안수를 받는 즉시 다시 파라과이로 날아왔다. '와서 도우라'는 요청을 받고 위기에 처한 선교지 생각에 서둘러 온 걸음이기에 마땅한 파송식도 후원교회도 없이 달려오 수밖에 없었던 것.

신 선교사가 교육을 통한 선교를 생각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까지도 오후 한 두 시면 모두 끝나버리는 현지의 학교 교육을 보며 가진 안타까움도 있었지만 "'파라과이를 살리는 믿음의 지도자 배출'을 위해서는 차별화된 교육이 필요하다"는 소신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기본적인 선교 후원도 없는 상황에서 학교를 세우는 일은 꿈과도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평화'라는 뜻을 가진 '라 빠스(LAPAZ)'학교를 개교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유치반' 한 학급으로 시작하여, 매년 한 학년씩 과정을 늘려갔고, 미처 새로 진급하는 학년의 교실이 마련되지 못한 해에는 사택을 교실로 사용해가면서 마침내 유초중고 전 과정을 갖춘 학교로 거듭나게 됐다. 여기에는 대학에서 교육을 전공하고 현재 학교 교장으로 사역 중인 부인 이미경선교사의 내조를 넘어선 동역자로서의 구체적인 협력이 큰 힘이 되었다.

이제는 매일 아침이면 학교 앞 길가에 고급승용차들이 줄을 지어서는 모습이 일상화되었고, 입학을 위한 대기자까지 생겨나게 됐다. 여느 학교에서 찾아볼 수 없는 위생적인 급식 시설과 연령대에 맞춘 교구들로 가득한 교실들은 건물 한 동짜리 '미니학교'로만 생각하고 들어선 이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교육을 통한 선교 비전도 건물 현관에 들어서면 첫 눈에 들어오는 대형 세계지도와 이른바 '사영리(四靈理)'가 간단한 설명과 함께 게시된 모습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맨 손으로 일구다시피 한 학교 건물은 한 구석은 아직도 공사중이고 미완성이다.

신 선교사의 사역은 조화를 추구하는 아름다움이 있다.
맨손으로 시작해 이제는 지역에서도 인정받는 명문 사학을 일구어 내 신 선교사의 목표는 결코 '성공적인 학교 운영'에 머물러 있지 않다. 경제적으로 어려울수록 심화되는 빈부격차와 양극화되는 사회를 바라보며 믿음 안에서 복음 안에서 서로 만나 어우러지게 하자는 데 있다.

학교를 통해 지역의 이른바 상류층 가정의 자녀들과 만들어진 접촉점은 학교와 마당을 나누어 사용하는 라빠스교회에 찾아오는 중산층 사람들, 그리고 이곳에서 15킬로미터 거리에 위치한 에르난다리아스교회와, 1백킬로미터 가량 떨어져 있는 인디헤나교회를 통해 신앙과 접하게 된 소외되고 가난한 원주민들과의 자연스런 교류로 이어진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학교에 출석하는 학생들이 에르난다리아스교회를 찾아 축구시합을 한다. 선글라스에 운동복과 축구화를 갖춰 신은 학생들과 맨발의 축구팀이 공을 차지만, 승리는 17전 전승으로 맨발 축구팀의 몫이다. 복장이나 승패는 나뉠지라도 이들 모두 스스럼 없이 한 데 어울려 뛰며 공을 차듯이 신 선교사의 기대와 바람은 어쩌면 이들이 공을 차듯 파라과이의 미래도 함께 어울려 이끌고 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

그의 사역은 나날이 더해가는 파라과이를 향한 사랑 속에 더욱 아름답다.
선교사로서 라빠스교회와 학교는 '홈(본부)'인 동시에 '필드(사역지)'이다. 한인교회로 출발한 동 교회를 신 선교사는 부임 이후 점차 현지인 중심의 교회로 전환시켜 나갔다. 그래서 1부 예배는 현지인 중심의 예배이고, 2부 예배는 5~6가정의 한인들을 위한 별도의 예배다. 비록 소수이지만 이들을 위해 열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드리는 예배와는 또다른 전통적인 장로교적 예배를 정성껏 준비하는 이유는 이들의 헌금이 아직은 약한 현지인 교회를 돕는 힘이 될 뿐만 아니라 10년 가까운 사역이 '안주'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굳이 교회 전도대를 조직해 보다 어려운 이웃 지역인 에르난다리아스지역을 찾아 주일마다 예배와 전도 교육 사역을 펼치는 일이나. 이제껏 복음도 외부인과의 접촉은 물론 정부의 지원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아바과라니족의 씨족 부락, 까레리아이마을을 찾아 추장을 비롯해 27가정 90여 명의 부락민 전체를 복음화 하고 이들을 위해 교실을 세워주는 사역 모두 의무가 아닌 파라과이를 향한 아름다운 사랑의 표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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