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슬란 테러 1주년-"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베슬란 테러 1주년-"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 교계 ] 北 오세치아 공화국의 알라니아 민족에게 띄우는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

이수진 기자 sjlee@kidokongbo.com
2005년 08월 24일(수) 00:00
지금으로부터 일년 전인 2004년 9월, 러시아 연방 북(北) 오세치아 공화국 베슬란에서 대규모 폭탄 테러가 일어났다. 베슬란 제일초등학교의 기념행사 중에 테러가 일어나 어린이 1백60여 명을 포함한 3백30여 명이 희생돼 전 세계를 경악케 한 바 있다. 그로 인하여 베슬란 제일초등학교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일년이 지나, 이제 베슬란 제일초등학교가 다시 문을 열게 된다. 다가오는 9월 1일, 베슬란 제일초등학교의 개교식은 이 학교만의 행사가 아니라, 지속적인 테러 위협 속에 살아가야 하는 러시아는 물론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의 개교식이 될 것이다.

   
2004년 9월 북 오세치아 공화국 현지 신문에 보도된 베슬란 제일초등학교 체육관 폭탄 테러로 부상당한 어린이의 모습.
테러와 보복 전쟁의 악순환으로 가지 않고, 고통 중에 인내해 온 그 민족을 생각할 때, 온 세계의 많은 나라와 민족들은 그들을 위한 위로와 격려와 감사의 메시지를 보내야만 할 것이다. 카프카즈 지역의 많은 민족들 중에서 특히 알라니아 민족 중에 기독교인들이 많다는 점에서도 한국교회 성도들의 격려의 메시지가 필요할 때라고 생각된다.

필자는 베슬란 시장 블라디미르 하도프의 초청으로 베슬란 제일초등학교의 개교식에 참석하게 됐다. 한국 교회 목사의 한 사람으로서, 에큐메니칼 관계를 추구하는 신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 교회 성도들을 대신하여 다음과 같은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한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그 때를 기억합니다. 그 때 베슬란 제일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수없이 많은 꽃들과 물병들과 희생된 어린이들의 사진으로 가득했습니다. 더운 날씨에 목마름과 폭탄에 희생된 아이들을 기억하는지, 운동장 한편에는 수돗물이 끊임없이 쏟아져 내렸고, 아무도 잠글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폭탄이 터진 강당에 들어서고, 교실 벽마다 수없이 박혀 있는 예리한 탄흔(彈痕)을 보면서, 저의 정신은 아득해져왔습니다. '우리 인간들이 저렇게까지 할 수 있구나' 생각하면서 나도 모르게 짐승처럼 울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그렇게 울어보긴 처음이었습니다.

저는 알라니아 민족을 사랑했고, 특히 알라니아 민족 중에 있는 나의 형과 친구들을 사랑했습니다. 아이들의 교실에서 고통스럽게 울고 난 후, 전 여러분들과 이전보다 훨씬 더 깊은 관계를 맺은 듯했습니다. 여러분들만이 아니라 온세상에서 억울한 고통을 당한 많은 사람들과 보이지 않는 깊은 관계를 맺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베슬란에서 다시 새롭게 태어났다."

하나님께서는 저로 하여금, "이 고통이 알라니아 사람들만의 고통으로 남겨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이 고통을 혼자서 극복하도록 그들을 그냥 내버려둬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날 베슬란 제일초등학교에서 새롭게 태어난 것입니다. 저를 새롭게 태어나게 한 그 희생된 아이들은 항상 저의 영혼 속에 살아있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일년 전의 고통스러운 사건을 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장차 다가올 평화와 고요함 속에서도, 그 폭탄의 소리와 아이들의 비명소리를 기억해야만 할 것입니다. 분노와 보복과 전쟁을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남은 아이들의 미래와 온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인간의 말로는 위로할 수 없는 슬픔을 당했고, 저도 여러분들을 위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지구 반대편 한국 땅에도, 여러분들의 슬픔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들 중에 누군가는 이렇게 여러분들을 찾아와 함께 서 있다가 돌아갈 수는 있습니다. 그렇게 기억하고 찾아오고 서로 위로하는 동안에,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 아닌,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위로와 평화가 여러분들 모두에게 쏟아져 내리기를 기원합니다.

한국교회 성도들의 마음을 대신하여, 북 오세치아 공화국에 있는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는 바입니다.

강희창 목사
<서초교회ㆍ에큐메니칼 연구소장 designtimesp=18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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