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최초 인공지능 윤리 지침 제시

교단 최초 인공지능 윤리 지침 제시

정책기획및기구개혁위원회, 109회 총회에 인공지능 윤리 지침 청원
AI '보완제'로 활용하고, '위험성'과 '유용성' 숙지해야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4년 07월 15일(월) 07:28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가 교단 최초로 인공지능 윤리 지침을 마련하면서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기준점을 제시했다.

총회 정책기획및기구개혁위원회는 지난 12일 108회기 5차, 마지막 회의를 열고 한 회기 동안 연구한 수임안건, '인공지능 시대, 목회자 윤리 선언'을 채택해 오는 109회 총회에 청원하기로 했다.

위원회가 상정할 인공지능 시대 윤리 선언은 우리 '사회'와 한국교회 '목회자'를 위한 두 가지 측면의 윤리적 기준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문가들 또한 교단 최초로 윤리 기준을 마련한 108회 총회의 선도적이고 책임있는 실행력을 높이 사며 지속적인 연구와 관심을 촉구했다.

정책기획및기구개혁위원회 위원장 김한호 목사는 "지난 108회기 수임 안건으로 올라온 사항 중 하나는 챗GPT 등과 같은 대화형 인공 지능 서비스의 사용측면에서 바른 이해와 윤리 규정이었다. 지난해 6월 독일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교회가 창립되었는데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며 "그러나 아쉬움은 '영혼'에 대한 한계점이었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바른 윤리 규정은 한국 공교회가 처음 연구하고 논의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109회 총회에 상정될 지침이 우리 사회와 한국교회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1년 여간 연구를 통해 윤리 지침을 마련한 위원회는 2022년 출현한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가 기존의 학습과 소통에 대한 윤리적 규범들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한 윤리적 통제와 감시가 절실한 상황인 만큼, 세계 첨단 산업의 선도 국가로서 인공지능의 개발과 급속한 변화에 대응하고자 총회가 앞장서 윤리지침을 선언하게 된 취지를 밝혔다.

이번에 연구한 윤리선언에서는 먼저 우리 사회를 향한 명확한 윤리적 방향을 제시했다. 신학적 기반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로봇은 인간이 아니다'라는 선언을 통해 인간 지능과 인공지능을 엄격히 구분해 나가는 사회가 될 것을 당부했다. 더불어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해 인간 능력이 쇠퇴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선언했다. 인간이 인공지능에만 의존하게 되면 '지적' '정신적' '도덕적' '영적' 능력이 쇠퇴될 위험이 크기에 '대체제'가 아닌 '보완제'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인공지능이 인간의 자유와 자율성, 민주주의를 훼손하지 않도록 교회는 기업과 정치 영역에서 인공지능에 의한 인간의 본성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감시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더불어 인공지능이 인간의 생명을 훼손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무분별한 상업적 출시 또한 통제할 것을 주문했다.

연구 분과장으로 지침을 마련한 곽재욱 목사는 "인공지능과 관련한 윤리 문제는 시의적절한 사안이다. 우리 교단이 선도적으로 연구한 지침은 타 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109회 총회에서 당연히 통과되어야 하고, 결의해 주실 것이라고 본다. 심각한 윤리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목회자를 위한 인공지능 윤리지침은 '바른 활용'에도 주목하고 있다. 특별히 설교문 등에서 효율적인 활용이 가능한 반면, 부정적 상황도 존재하기에 진정성 있는 활용을 강조했다. 위원회는 "설교문을 만들어 주는 언어(설교) 생성 인공지능은 목회자의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유용성 만큼이나 위험 요소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며 목회자는 하나님이 설계한 '신공(神工)'지능을 가진 설교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목회자들이 인공지능을 잘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겸비할 것을 제안했다. 목회에 유용한 도구가 될 인공지능의 속성, 기능, 유용성과 능력의 한계, 위험성 등을 명확히 알고 사용방법을 숙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목회자들이 인공지능을 이용해 설교문 작성시 각별히 유의해 줄 것을 강조했다. 위원회는 "설교는 본질적으로 영적인 행위이며, 성령의 감동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인공지능이 생성하는 설교는 성령의 역사가 나타나기 어려우므로 온전한 설교가 될 수 없다"며 "설교 본문과 주제 선정을 반드시 설교자 자신이 해야 한다. 이것을 인공지능에게 맡기면 설교자로서의 정체성을 잃게 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설교문 준비 과정에서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게 된다면 '지식이나 정보의 진위 여부'도 필히 확인해 지식과 정보의 '환각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위원회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출현은 설교하는 목회자에게 기회인 동시에 위험"이라며 "유용성과 위험성을 잘 숙지하여 거룩하고 영광스러운 설교자의 자리를 인공지능에 빼앗기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실천신학대학원 대학교 조성돈 교수는 총회의 이 같은 윤리 지침 마련에 대해 "AI의 활용과 의미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어떤 쓰임이 있을지에 대해서 일반화 되지 못했고, 어떻게 발전할지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며 "하지만 교단에서 그 쓰임에 대해서 가이드를 주고 목회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해 준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특별한 윤리적측면에서 그 쓰임이나 활용, 그리고 발전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고 숙고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우리의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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