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라는 뻔한 답

기도하라는 뻔한 답

[ 목양칼럼 ]

김신일 목사
2024년 07월 11일(목) 11:13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하는 말 중 "기도하면 돼"가 있다. 일종의 공식 같다. "기도하라 !" = "해결된다 !" 공식은 증명 과정을 이해해야 다양한 응용문제를 풀 수 있다. 공식을 머리로 암기하면 풀 수 있는 문제가 거의 없다. 갑자기 이런 의문이 든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이 공식을 정말 이해하고 믿을까?

부목사직을 사임하고 공부한다고 무작정 미국으로 갔다. 무작정 갔으니 영어가 들릴 리 없다. 동행이나 마중 나오는 사람 없이 나홀로 도착한 미국 땅, 생전 처음 맡아보는 복잡한 냄새, 간단한 말조차 알아듣기 어려운 영어, 그리고 동서남북을 구분할 수 없는 무력감은 나를 답답하게 했다. 그래도 눈치는 있어서 주변을 보니 어떤 사람이 한글 표시판을 들고 있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로 목적지를 어떻게 가냐고 물었더니 시큰둥하게 "나가면 '셔를' 있어요"라고 한다. 그래서 공항 밖으로 나갔는데 당연히 있으리라 기대한 '셔를'이 없다. 나갔다 들어왔다를 몇 차례 반복한 후 답답해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려니 바로 머리 위에 이런 글씨가 있었다. 'Shuttle'... "좀 바빠도 셔틀버스 타라고 해주지. 그걸 혀를 굴려서 '셔를'이라고 말해? 누가 봐도 미국에 처음 온 어리벙벙한 놈으로 안 보였나?" 답답하고 당황스러울 때 하늘을 보라는 교훈을 얻었다.

박사 과정을 공부하려고 시카고로 이사했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아내는 조금이라도 돈 벌기를 기도했다. 기도한 지 한 이틀 되었을까? 학교 직원이 아내에게 전화했다. "미세스 김? '워크'하지 않을래요?" 아내는 "워크"라는 말에 반가워 "오케이, 땡큐"하고, 시간 맞춰 오라는 곳으로 갔다. 아내는 그렇게 그 직원과 한 시간 이상을 걸은 후 알았다. 직원은 'Walk'하면서 교제하자고 말했고, 아내는 'Work', 곧 일자리를 주겠다는 제안으로 들었다.

미국에 오기 전 고3 전담 국어 교사였던 아내는 기도 제목을 바꿔 이렇게 기도했다. "주님, 한국에 들어갈 아이들을 가르치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아이들 세 명만 주세요." 그런데 며칠 후, 아내가 임신한 것 같다면서, "하나님과 소통이 이렇게 안 돼서야..."라며 웃었다. 사면초가, 유학 생활 중 가장 어려운 시기에 셋째가 생기다니 공부는 틀렸다는 생각이었다. "과외 할 아이 세 명을 달라"고 기도했더니 하나님은 막내를 주시어 '자식이 세 명'이 되었다. 그 막내가 그때부터 스무 살이 넘은 지금까지 우리 가정에 매일매일 즐거움과 웃음을 주는 행복이다. 우리 뜻과 전혀 무관했지만, 웃을 일 하나 없던 그때, 주님은 우리에게 그렇게 웃음을 주셨다.

담임목사 취임 한 달 정도 되었을까? 어느 주일 점심에 허름한 점퍼를 입으신 어르신이 불쑥 목양실로 들어왔다. 아직 모든 교인을 파악하지 못한 지라 당연히 교인이겠거니 했다. 그 어른은 의자에 앉자마자 "은퇴한 목사인데, 지나는 길에 젊은 목사가 부임했다 해서 들어왔다"고 했다. 그리고 한자로 사자성어를 쓰시고 목회하는 동안 잘 지키라고 하신다. "신사독행(愼思篤行)!" 어떻게 목회해야 하는지 알려달라고 기도할 때였다. 주님은 그렇게 알려주셨다.

교회 건축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우선 교인들과 함께 기도 조를 짰다. 매일 기도회를 가졌다. 그렇게 건축을 마쳤고 10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 교인들의 영적 자긍심이 매우 크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면 무작정 엎드려 그분께 물어보면 된다.

기도하라고, 그러면 된다고, 이 뻔한 말이 공식이고 답이다. 그리고 그 공식에 이르는 증명 과정은 "답답하면 하늘을 보는 것"이고, "우리 뜻이나 생각과 무관하지만, 그분이 주신 것이 제일 좋다"는 감사이며,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상황을 맞닥뜨려도 주님이 주시는 선물이 있음을 믿는 것과 어떤 형편에서도 그냥 매일 그렇게 기도 자리에 있는 것이다.

기도하라는 뻔한 말이 정답이다. 기도는 수려한 미사여구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냥, 있는 자리에서 "제가 무엇을 할까요?"라고 묻는 것이고, 하라는 것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 내 바람과 전혀 달라도 묻고, 하고, 그냥 믿자. 그러면 그것이 곧 주님이 주시는 선물이다.



김신일 목사 / 성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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