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에 만난 바흐의 선율...바로크 고전예배음악 재현돼

한여름밤에 만난 바흐의 선율...바로크 고전예배음악 재현돼

코리안 바흐 소사이어티, 제1회 정기연주회 개최

남기은 기자 nam@pckworld.com
2024년 06월 17일(월) 09:32
소프라노 김제니(장신대 교회음악과 교수)가 독창하고 있다.
정갈하고 깨끗한 바흐의 선율이 서울에서 하나뿐인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에 울려 퍼졌다. 200명의 관객들이 숨죽인 가운데, 음향장비 없이 목소리와 악기만으로 연주되는 고전예배음악이 110분간 이어졌다. 바흐 시대 연주 양식이 재현되는 순간이었다.

코리안 바흐 소사이어티(KOBASO) 제1회 정기연주회 '바흐 독창 칸타타 시리즈Ⅰ:바흐가 그려낸 기쁨과 환희'가 지난 13일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렸다.

이날 프로그램은 '기쁨과 환희'를 주제로 한 바흐의 독창 칸타타 네 작품과 바이올린 콘체르토 한 작품으로 구성됐다.

지휘와 오르간 연주는 박송이 박사(연세대학교회 지휘자)가 담당했고 독창자로는 소프라노 김제니, 메조소프라노 이미란, 테너 박승희, 바리톤 김우진이 무대에 섰다.

악장은 바이올리니스트 김정연이 맡았으며 바이올린 고성희·배시온, 비올라 견지아, 첼로 최주연, 더블베이스 문정희, 트럼펫 우주엽, 플루트 전현호, 오보에 신용천 등의 연주자가 호흡을 맞췄다.

이날 연주회는 바흐가 활동한 바로크 시대 음악을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준비된 무대였다.

연주회가 열린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은 바흐 시대 연주 모습을 국내에서 가장 유사하게 재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당대에 궁전 음악이 그랬듯이, 지휘자는 오르간 연주와 지휘를 동시에 했고 현장 소리는 마이크 등 음향장비 없이 관객들에게 그대로 들려졌다.

코리안 바흐 소사이어티는 실용음악 중심의 현대적 예배음악과 전자악기가 예배당을 채우고 있는 요즘, 바흐의 예배음악을 한국에서 연주하며 지켜가기 위한 목적으로 창단됐다. 이날 공연은 창단 후 처음 선보이는 연주였다. 첫 무대였지만 관객들은 높은 기대 속에 200석을 가득 채웠다.

김소연 단장은 "유럽의 경우 바흐 음악을 보전하고 지속하기 위한 목적으로 바흐 음악을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바흐 소사이어티'가 국가별로 구성돼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화려하고 큰 규모의 공연이 주로 각광 받고 있어 소박하고 고전적인 바흐 음악을 연주할 무대는 많지 않다"며 "뛰어난 실력의 연주자들이 유럽에서 공부를 많이 하고 와도 국내에는 설 무대가 많지 않다. 이들을 위한 자리를 만드는 동시에 청중과 연주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공연문화를 확산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장신대에서 교회음악을 전공한 후 지휘자로 활동하는 김소연 단장은 음악을 통해 선교에 대한 꿈을 펼쳐가고 있다.

김 단장은 "바로크 음악을 당대 모습 그대로 연주하기 위해서는 악기 대여도 쉽지 않고 연주 공간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고전음악은 상업성이 높지 않아, 예배음악을 지켜가려는 마음과 재정 투자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코리안 바흐 소사이어티를 통해 깊은 신앙과 고귀한 예술성이 만나 탄생한 작품을 선보이며 바흐가 음악에 담아낸 '기쁨과 환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기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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