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전도사는 '사례비'보다 '배려'와 '존중'이 아쉬워

교육전도사는 '사례비'보다 '배려'와 '존중'이 아쉬워

공적 신학과 교회 연구소, '한국교회, 공정을 말한다' 공개세미나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4년 05월 26일(일) 01:10
공적 신학과 교회 연구소가 '한국교회, 공정을 말한다'를 주제로 공개세미나를 개최했다. 김주용 목사가 발제하고 있다.
진영훈 목사가 발제하고 있다.
이현경 전도사의 발표
이현구 전도사의 발표.
교육전도사 청빙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신학생들은 소명의식이 부족하거나 현실과 타협하기 때문이 아니라 교회의 배려와 소통, 공감의 부재로 인한 '소속감 결여'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교회 구조가 담임목회자가 갖고 있는 가치와 목표를 공유하기 보다 무조건적인 복종과 소모적인 도구로 존재하기를 요구하고, 교회공동체는 리더십도 (장기간 함께 할) 구성원도 아닌 '미성숙한 존재(미생)'로 바라보기 때문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위축된다고 토로한다.

지난 23일 '공적 신학과 교회 연구소(소장:성석환)'가 '한국교회, 공정을 말한다'를 주제로 개최한 공개세미나에서 신대원 2학년 이현경 전도사는 "'전도사 구하기가 어렵다' 혹은 '전도사들이 좋은 조건만 찾는다', '햄버거집 매니저 알바가 더 편하고 더 많이 번다고 사임했다'는 등의 지적과 비난에 동의할 수 없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교육전도사는 '목회자 훈련생'으로 업무가 예상 가능하도록 배려되어야 하고 예상치 못한 일정에 대한 부분은 요구나 강요가 아니라 요청이 되어야 한다"면서 "교회는 (청빙 이후) 거절할 수 없는 요구들을 추가하고 일방적으로 하달하는 방식인데 교육전도사들은 거절 의사를 밝히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이러한 일들은 사명감 고취보다 오히려 자발적으로 헌신하고 사역하기 어렵게 하는 조건들이다"고 대변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자포자기' 상태가 되어 언제든 '잘릴 준비'를 하거나 '떠날 준비'를 하고 처음에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결핍과 보상심리를 부추겨 사례비와 '워라밸', 자존감 등의 이슈와 맞물리며 '사명감이 부족한 사역자'로 낙인 찍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시대의 한국교회가 부교역자(교육전도사)를 향한 요청방식과 내용이 불투명하고 부정의하게 비추어지고 있다면 상호 간의 입장 차를 내놓고 합의에 도달하고자 하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를 명문화하는 것 또한 고려해야 할 조건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어떠한 환경에도 기꺼이 충성하고 헌신하며 교회의 공정성을 의심하지 않도록 교회가 그러한 목회자 훈련생으로 훈련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물가상승률에 비례해 대부분의 교회가 교육전도사의 임금을 인상하지 않는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신대원 2학년 이현구 전도사는 "어떠한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님 앞에서 모든 교역자가 동일한 일꾼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교육전도사도 물가상승률 대비 동일한 임금 인상 대우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는 또 "알바를 구하더라도 시급은 얼마인지 주휴수당은 주는지 꼼꼼히 살피고, 물건 하나를 구입할 때도 여러 가지 대상을 비교해서 선택하는 MZ세대들에게 사례비나 사택과 같은 중요한 사항을 모르고 사역지를 구하는 것은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면서 최근 한 목회자가 청빙과 관련해 사례비와 사택 제공 여부 등을 질문한 것에 불쾌감을 느꼈고 면접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사례에 대해 "순종을 미덕으로 여기고 사역지에 대한 정보를 알기 원하는 것에 대해 혐오감을 갖는 태도는 아쉽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현직 목회자와 신학생이 한 자리에 모여 부교역자의 현실과 공정한 관계를 살피고, 한국교회의 청빙 절차에 대한 공정성을 점검하고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진영훈 목사(전주효자동교회)와 김주용 목사(연동교회)가 '한국교회와 부교역자의 공정' '한국교회와 공정한 청빙'를 주제로 발제하며 신학생들과 목회현장에서 느끼는 공정성에 대해 나눴다.

이날 두 목회자는 '한국교회 부교역자의 공정'과 관련해 '교역자 사역(근로) 계약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김주용 목사는 "목회자와 부교역자가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어떤 규정을 만들게 되면 헌신이 아니라 '돈 값'을 하게 되는 상황이 되고 목회자는 또 그 규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면서 "하나님 안에서 받은 소명을 정말 충실하게 감당하고 우리들이 보여주는 사역과 삶 속에서 세상에 공정함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진영훈 목사도 "굉장히 고민이 되지만 지방 교회까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넘겼다.

이와 관련 세미나에 참석한 한 부목사는 "행정목사로 청빙 관련 업무도 맡고 있는데 실제로 청빙과 관련해 비밀 카톡방을 만들어 지원자들의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초과근무 수당부터 출퇴근 시간, 월차와 연차, 사택이 제공 여부, 식사비 지원, 대학원 진학시 장학금 지원 등 질문이 끝이 없었다. 어쩌면 부교역자들도 교회와 목회자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없기 때문에 명문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의견을 덧붙였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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