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휴먼시대, 기독교는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포스트휴먼시대, 기독교는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인공과 자연 사이에 선 인간’ 공동학술대회

김동현 기자 kdhyeon@pckworld.com
2023년 11월 27일(월) 09:31
지난 25일 한국기독교사회윤리학회 등 4개 단체가'인공과 자연 사이에 선 인간'을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도덕적 인공지능과 비도덕적 사회'를 주제로 발제한 송용섭 교수.
인간이 기계화 되고 기계는 인간화 되는 포스트휴먼시대, 기독교윤리가 어떻게 응답할 것인지 논의하는 학문적 담론의 장이 마련됐다.

한국기독교사회윤리학회와 한국여성신학회, 숭실대한국기독교문화연구원 HK+사업단, 한국연구재단이 지난 11월 25일 숭실대 김덕윤예배실에서 '인공과 자연 사이에 선 인간'을 주제로 공동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인공 △자연 △인간 총 3부로 진행된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비판적 분석과 발전적 제언이 이어졌다.

'인공' 분야 발제를 맡은 송용섭 교수(영남신대)는 머지않은 미래에 출현이 예상되는 인간 수준 혹은 그 이상의 도덕성을 가진 '도덕적 인공지능'을 라인홀드 니버의 '도덕적 인간'과 대조함으로써 인공지능 도덕행위자의 한계와 가능성을 모색해 관심을 모았다.

'첨단 기술시대의 기독교 사회윤리의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발제한 김은혜 교수.
라인홀드 니버는 개인 윤리와 사회 윤리를 명확히 구별한 학자로 알려져 있다. 니버에 따르면, 인간은 본성상 죄인이지만 가족이나 친구 등 개인적 관계 속에서는 이성·교육·양심의 영향으로 도덕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소속된 집단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야 할 때 인간은 도덕보다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 하며 집단 이기주의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의 사회적 행동은 비도덕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니버의 관점은 인간의 이성과 도덕성의 한계를 명확히 해, 인간이 도덕적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는 이상주의와는 대비되는 기독교 현실주의라 평가받는다.

송 교수는 머지않은 미래에 출현할 가능성이 높은 '도덕적 인공지능'과 이 인간의 집단 이기주의가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윤리적 이슈들을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도덕적 선입견과 편견이 없는 인공지능이 개발됐다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 집단과 상호작용하면서 도덕성이 변질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송 교수는 집단 이기주의에 오염된 비도덕적 사회 속에서 도덕적 인공지능이 자신의 도덕적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지 못할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정치, 경제, 사회, 윤리 등 인간이 인공지능에 의존하는 영역이 많아질 텐데, 이러한 인공지능의 도덕적 불안정성은 심각한 사회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송 교수는 인공지능이 도덕적 공동체에서 도덕을 학습해야 하며 교회가 바로 그 도덕적 공동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덕적 인공지능이 인간과 함께 보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방안은, 인공지능이 비도덕적 사회로 들어가 활동하기 전에 도덕 공동체 속에서 덕을 함양한 인간들로부터 덕을 학습하는 것"이라며 아가페 사랑의 공동체인 교회가 그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첨단 기술시대의 기독교 사회윤리의 과제와 전망: 인간과 기술의 공진화에 대한 신학적 상상력과 기술신학 정립의 필요성'을 주제로 발제한 김은혜 교수(장신대)는 대전환의 시대를 맞고 있는 오늘날 기술신학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기술신학의 토대로서 '만물신학'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근현대 기독교의 전통적인 인식은 기술을 인간성과 대립적인 것으로 정의하기에 현대 기술을 바라보는 시각도 비판적인 경향을 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기술의 영역이 인간의 삶 전반까지 확대되는 이 시대에 인간성과 기술을 분리된 것으로 보는 전통적 인식은 디지털 시대의 기술 본성을 파악하지 못할 것이라며 보다 적극적인 담론을 펼쳐갈 기술신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인간과 기계, 자연과 사물, 유기체와 비유기체 사이의 엄격한 구분을 전제하는 근대 이원적 개념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기술을 비롯한 만물을 하나님의 창조와 구원의 서사에 늘 함께해 온 동반자적 관계로 이해하는 '만물신학'을 제안했다. 그는 만물신학은 기독교가 인간만이 세계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아님을 깨닫게 하고 만물이 하나님의 뜻을 수행하는 주체들임을 보여준다며, 기술신학의 학문적 토대로서 만물신학의 가능성을 얘기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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