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에 담은 교회 이야기

목회서신에 담은 교회 이야기

[ 목양칼럼 ]

구영규 목사
2023년 11월 30일(목) 09:13
지난 2020년 봄, 코로나와 함께 교회의 문이 닫히고 성도들이 교회에 모일 수 없게 되면서, 성도들에게 목회서신을 보내기 시작했다. 지금도 기억나는데, 그 해 봄, 사순절이 시작되면서, 교회 소식과 함께 매일의 사순절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교회 홈페이지에 쓰고, 그 링크를 성도님들께 문자로 보내드린 것이 목회서신의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글도 짧고 사진도 한 두 장이었고, 절기나 교회 소식 위주의 '광고서신'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내용이 늘어나고 사진도 많아지면서, 광고 위주가 아니라 '칼럼'이나 '에세이'처럼 되었고, 이제는 거의 매 주 50여장의 사진과 꽤 긴 글을 성도님들께 보내고 있다.

코로나 중에 모든 목회자가 그랬겠지만, 숨 쉴 구멍이 필요했다. 매 주 왁자지껄 사람들로 붐비던 교회에 사람 그림자가 사라지면서, 그 한 주 한 주가 쌓여 무겁게 마음을 짓누를 때, 이렇게 사라져가는 교회 이야기를 성도님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바로 그 때, 목회서신은 나의 숨통이었는데, 감사하게도 성도들은 문이 닫힌 교회에서 들려오는 목회자의 자그마한 이야기를 반갑게 받아주셨다.

토요일 아침이 기다려졌다. 금요기도회가 없을 때라서, 토요일이면 새벽같이 눈이 떠졌다. '오늘은 어디로 갈까?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쓸까?' 처음에는 광고였지만, 이제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된 목회서신. 토요일 아침이면 '내일도 교회에 올 수 없는 성도들의 일상에 어떤 교회 이야기를 던져볼까...' 그 생각에 마음이 설레었다.

새벽같이 집을 나섰고, 마을의 이곳저곳을 돌아 마을 밖으로 나가는 다리를 건너 가까운 저수지를 크게 한 바퀴 돌면서, 저수지의 물안개와 계절마다 피는 꽃들과 가을 들판, 겨울이면 하얗게 눈이 내린 마을과 교회의 구석구석을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거기에 글을 입혔다.

코로나 격리로 인해 교회는 비록 적막강산이었지만, 그렇게 성도님들과 온라인 목회서신을 통해 만나고 이야기하고 그 서신 속에 성도님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목회서신과 함께 한 코로나 2년 반은 오히려, '우리교회가 참 예쁘네. 우리 마을에 이런 곳이 있었어? 우리교회 참 좋다.' 교회를 보는 새로운 눈이 열리는 시간이 되었다.

코로나가 지나고 교회는 다시 모이기 시작했지만, 나는 지금도 목회서신을 계속 쓰고 있다. 이제 목회서신은 성도들에게도 기다려지는 편지가 되었다. 토요일이면, '언제 목회서신이 오지?' 기다린다.

사진을 많이 찍는다. 처음에는 좋은 카메라로 작품같이 찍으려고 노력했는데, 이제는 기록을 남긴다는 마음으로 스마트폰으로도 찍고 부지런히 찍는다. 성도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난 참 좋다. 언젠가 교회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성도들의 사는 모습, 그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어 어떨 때는 조바심이 난다. 특히 어르신들의 사진을 많이 찍어둔다.

목사는 설교 하고 예배 인도하고 기도하고 심방도 하지만, 목사는 성도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찾아서 그 삶에 말씀을 입혀주고 믿음의 옷을 입혀주는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자꾸 말하고 자꾸 보여주면, 어느새 그 자리에 길이 난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가장 잘 한 일이 있다면 목회서신을 쓰기 시작한 일 같다.

구영규 목사 / 송전양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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