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론의 르네상스 시대, 기독교는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무신론의 르네상스 시대, 기독교는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한국기독교학술원 제61회 학술세미나

김동현 기자 kdhyeon@pckworld.com
2023년 11월 19일(일) 13:55
한국기독교학술원이 지난 16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그레이스홀에서 제61회 학술세미나를 열었다.
'창조인가, 진화인가-여기에 답이 있습니다'를 주제로 발표한 김명용 박사.
종교를 갖지 않고 종교에 무심한 것이 쿨(cool)해 보이는 오늘날, 진화론과 무신론은 마치 기초교양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분석하고 기독교적 응답을 제시하는 자리가 마련돼 이목을 끌었다.

한국기독교학술원(원장:손인웅)이 지난 16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그레이스홀에서 제61회 학술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학술세미나에서는 창조론과 진화론 사이의 논쟁, 신무신론자들의 종교 비판 등 기독교에 대한 시대적 도전들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지 발표가 이어졌다.

'종교는 폐기되어야 하는가?-리처드 도킨스의 종교관 비판과 종교의 유용성에 대한 소고'를 주제로 발표한 김도훈 교수.
'창조인가, 진화인가-여기에 답이 있습니다'를 주제로 발표한 김명용 박사(전 장신대 총장)는 현재 창조론과 진화론 사이의 논쟁을 △창조론을 배격하는 '무신론적 진화론' △무신론적 진화론에 강력히 저항하는 '창조과학' △학문적인 과학과 신학을 강조하는 기독교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유신진화론' △양극단 사이에서 중간 지점을 찾고자 한 복음주의자들에 의해 주창된 '오래된 지구론' 등으로 분류하고, 이 주장들을 모두 비판하며 대안으로 '하나님의 계속적 창조론'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진화론에 대해 "진화론은 과학적 발견에 대한 물질주의적, 유물론적 해석"이라며 진화론을 과학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교수는 창조과학이 "과학에 대한 해석의 오류를 지적하는 것이 아닌, 과학적 발견 자체를 공격했다"며 이러한 점이 정통과학계와 충돌을 일으켰고, 기독교의 창조론을 공적 세계로부터 고립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유신진화론에 대해서는 "창조론과 진화론을 조화시키려 했으나 결국은 진화론을 과학으로 인정함으로 기독교의 뼈대인 창조신앙을 수정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우주와 자연의 원인자를 하나님으로만 한정하는 것이 아닌 피조물들까지 확장시키는 '계속적 창조론'을 제안했다. 즉, 지구와 자연의 역사는 하나님에 의해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피조물들의 합작품이며 그 활동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을 포함한 피조물들은 자유를 가지고 있기에 세계의 역사에 적극 동참할 수 있으며, 하나님의 전능 또한 피조물의 자유를 억압하는 전능이 아니기에 서로 조화를 이루며 역사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하지만 피조물들의 자유에는 '한계(boundary)'가 있다. 왜냐하면 만약 피조물의 자유가 '한계 없는 자유'라면 '피조물이 모든 것을 스스로 창조했다'는 진화론의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자연의 역사나 인간의 역사 안에 피조물의 자유가 존재하지만, 이 역사를 이끌고 가는 참된 주는 하나님"이라며 하나님의 주권에 대해 강조했다.

이어 '종교는 폐기되어야 하는가?-리처드 도킨스의 종교관 비판과 종교의 유용성에 대한 소고'를 주제로 발제한 김도훈 교수(장신대)는 신무신론자들의 행태와 리처드 도킨스의 종교비판을 분석하고 심리학의 연구 결과들을 통해 반박했다. 신학이나 철학이 아닌 심리학의 연구 결과를 활용해 무신론을 반박한 이유로 김 교수는 "도킨스류의 종교비판에 신학이 아닌 통계와 실험 학문인 심리학의 연구결과들을 가지고 대응한다면 그것 또한 변증의 관점에서 좋은 시도"라고 밝혔다.

김도훈 교수는 무신론은 종교가 존재한 순간부터 있었지만, 최근 신무신론자들의 행태는 과거의 무신론자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신무신론자들은 무신론을 주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공적 기관이나 정부기관에 끼치고 있는 종교의 영향들을 제거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등 무신론을 적극적으로 전파하려 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김 교수는 이들의 사상적 근거가 되는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에 대해 △기독교에 대해 편견적이고 주류가 아닌 이야기들을 서슴없이 늘어놓는다 △기독교를 비판하면서 주요 신학자들의 저서를 거의 다루지 않는다 △중요한 신학적(종교적) 개념들을 잘못 인용한다며 비판했다.

김 교수는 "오늘날은 무신론의 르네상스 시대"라며 "종교를 갖지 않고 무신론을 주장하는 것이 교양과 지성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이 신계몽주의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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