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외제차와 국산 승합차

고급 외제차와 국산 승합차

[ 목양칼럼 ]

강명훈 목사
2023년 11월 16일(목) 19:32
자동차 접촉사고가 났다. 추석명절을 보내고 광주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회전교차로에서 회전을 하고 있는데 들이받음을 당했다. 회전교차로는 회전하는 차량이 무조건 우선이기에 의기양양하게 차에서 내려 큰소리를 치려했다. 그런데 상대편 차를 보는 순간 말이 쏙 들어가 버렸다. 외제차였다. 그것도 최소 몇 억 원은 돼보이는 고급 외제차였다. 내 승합차와는 비교가 안되는 스펙 차이였다. 상대방은 60대 후반의 아주머님이셨는데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하셨다. 그러곤 명함을 한 장 꺼내 주신다. 촛불 그림이 박혀있는 명함엔 OO보살이란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렇다 그 분은 그 동네의 아주 유명한 점쟁이였다. 서울까지 소문이 나서 몇 달 전부터 예약을 하지 않으면 만나지 못하는 점쟁이계의 셀럽이었다. "아! 마침 차 바꾸려고 했는데 이 참에 차나 바꿔야겠네" 하신다. 보험사 직원이 나와서 사고처리를 마무리 하곤 각자의 길로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참으로 묘한 생각이 들었다. '점쟁이는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데 목사는 승합차를 타고 다니네, 이게 맞는건가? 그리고 내 마음에 남는 이 아리송한 불편함은 무엇인가?' '하나님, 이게 맞는겁니까? 어떻게 귀신의 종노릇하는 점쟁이가 더 잘 나가는 것 같고, 주님의 종은 이렇게 초라해 보입니까?' 뭔가 화가 난 것 같기도 했다. 마치 직원복지를 잘 해주지 않는 사장에게 '다른 회사는 이렇게까지 잘 해주는데 우린 뭡니까?'하며 불평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순간 남루한 옷차림에 머리 둘 곳 조차 없으셨던 주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동차는 커녕 먼지 나는 포장도 안 된 길을 낡은 신발 하나에 지팡이 하나 의지하고 걸어다니셨는데 스타렉스면 최고의 차 아니겠는가! 그리고 아무리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닌들 무엇하리 그 영혼은 귀신의 종노릇하며 지옥으로 끌려가고 있는 것을! 고급차를 타고 지옥으로 가는 사람을 보며 천국 가는 내가 불평 했구나 싶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를 포장하고 있는 포장지가 우리의 내용물보다 더 주목받고 있지 않나 싶다. 어느 학교를 나오고, 어떤 아파트에 살고, 어떤 차를 타고 다니는지가 우리를 설명해 주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포장지에 불과한 것이다. 포장지는 뜯어내면 버리는 것이다. 그 내용물이 더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화려한 포장지로 포장을 한다 하더라도 내용물이 가치가 없는 것이면, 그것은 가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저 신문지 한 장으로 포장했다 하더라도 그 내용물이 귀한 것이면 그 가치는 변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 안에 있는 소중한 보물, 농부가 자기의 전재산을 팔아 그 밭을 살 만큼의 가치가 있는 소중한 보물일진대 우리의 포장지가 조금 허술하다고 해서 그 가치가 변하는 것은 아닌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화려한 왕궁의 왕자로 오신 예수님이 아니라, 초라한 마굿간의 말구유에 오신 예수님이시다. 그렇다고 해서 예수님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더 찬란하게, 더 영광스럽게 빛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그 초라한 말구유를 부끄러워하고 있지는 않은가 싶다. 화려한 옷을 입고 왕궁에서 태어난 가짜들의 모습을 보며 그 화려함에 마음을 뺏기고 있지는 않은가 말이다.

우리 승합차는 복음을 싣고 달린다. 주의 종의 발이 되어준다. 얼마나 감사한 존재인가! 어떤 고급차가 부럽지 않은 것은 우리 주님께서 함께 동승하고 계시기 때문이며, 주님께서 친히 보호하시고 인도하시기 때문이리라.

강명훈 목사 / 대각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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