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놓는 신학자' 미로슬라브 볼프

'다리를 놓는 신학자' 미로슬라브 볼프

[ 나를찾아가는신학여정 ] 송용원 교수

김성진 기자 ksj@pckworld.com
2022년 09월 12일(월) 08:30
화해와 포용의 신학자 미로슬라브 볼프 교수는 교회와 세상, 기독교와 다른 문화 사이에 '다리를 놓는 신학자'로 유명하다. "일생 교회 현장을 떠나지 않았던 신학자였어요. 오른쪽으론 로버트 슐러의 '능력의 시간'에 초대를 받을 정도로 복음주의 신학자였고 왼쪽으론 사회운동 단체, 재난지역, 유엔 등에도 참여해 왕성하게 활동하신 분이시지요. 이러한 삶을 살았기에 그의 신학과 신학 여정이 곧 그의 신학 방법론이기도 했습니다." 신학적인 영향을 받은 송용원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는 그의 스승인 볼프 교수를 이렇게 소개했다.

송 교수는 스승과 인연을 맺게 된 과정도 특별했다고 한다. 젊은 시절, 평신도 전문인 선교를 꿈꿨던 그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순교한 교회 선배 배형규 목사의 권유로 신학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예일대학교에서 유학하면서 볼프 교수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조나단 에드워드의 성령론에 관심을 갖고 유학을 떠났는데 마침 지도교수가 안식년을 갖게 되면서 대신 볼프 교수를 지도교수로 만났습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볼프 교수로부터 신학하는 방법과 글 쓰는 방법 등 신학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받았습니다." 송 교수와 볼프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가 예일에서 볼프 교수와 처음 만나게 된 강의 과목은 '베풂과 용서'였다. 이 과목은 나중에 책으로 출간돼 사순절이 되면 영국 성공회 성도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로 추천될 만큼 의미 있는 책이기도 하다. "산타크로스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도 상관없이 선물을 주지만 반면 창조주 하나님은 자신을 선물로 내어주시는 은혜로운 분이며 존재의 변화를 일으키게 하는 고귀한 선물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값없이 주는 절대적인 용서의 하나님으로부터 우리가 용서를 받았을 때, 우리가 다른 사람을 용서하지 않을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있습니다."

그는 이 책의 내용을 전개하는 볼프 교수의 신학연구 방법에 감탄했다고 고백했다. "볼프 교수가 수업의 결과물로 이 책을 집필했는데 수업시간에 함께 토론했던 내용들이 함께 담겨져 있습니다. 또한 수업도 인문학에서 선물에 대한 배경을 다루고 이어서 성경에서 언급한 선물을 소개한 뒤, 마지막에 신학으로 넘어가는 구성에 많이 놀랐습니다." 그는 볼프 교수가 인류학자들이 쓴 선물이 고대 세계에 어떤 방식으로 사용됐는지, 또한 16세기 프랑스에선 선물이 어떤 방식으로 사용됐는지, 그리고 키에르케고르 등 철학자와 사회학자의 선물에 대한 통찰에 이어 고린도전서와 로마서 중심으로 바울의 선물을 분석한 후, 신학자로 넘어와 루터와 몰트만 등의 신학적인 접근 방식으로 강의와 책의 구성을 전개했다고 소개했다. "그의 신학연구 방법은 처음부터 신학으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 사회학 인류학 철학 문학 등 모든 분야를 넘나들며 다루고 있어 그로부터 글 쓰는 방법에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볼프 교수가 기독교와 다른 문화 사이에 '다리를 놓는 신학자'라고 불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사실 그의 신학은 "삶의 여정에서 체험한 결과물"이었다. 볼프 교수는 내전의 아픔을 겪었던 크로아티아에서 소수 종교인 오순절 교회 목사의 아들로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공산권의 영향을 받았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이 칼 마르크스의 노동철학을 기독교 신학으로 분석 비판한 내용으로 최우수 논문상을 받은 것만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볼프의 저서 '세상에 생명을 주는 신학'엔 그가 살아왔던 삶의 여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책에에 언급한 것처럼 부친이 예수를 믿는다는 이유로 강제수용소에 끌려가 모진 고초를 당했습니다. 마르크스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던 사회에서 그는 학창시절 유일하게 예수를 믿는 사람이었고 친구들로부터 놀림받고 힘들었지만 이를 통해 고등학생 시절에 회심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는 볼프 교수가 삶의 여정 속에서 겪을 수밖에 없었던 고통과 아픔을 이렇게 소개했다.

특히 볼프 교수가 학위를 마치고 의무 병역을 마치기 위해 군에 입대하면서 신학적으로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오순절 목사 아들로 미국에 가서 공부를 했고 미국 여자와 결혼을 하려고 한다며 간첩 혐의를 씌어 잠도 재우지 않고 혹독한 정신적인 고문을 받았습니다. 정신적으로 황폐해지는 경험에서 트라우마를 갖게 됐습니다." 수업 시간에도 이러한 자신의 체험을 가지고 신학적으로 성찰하는 강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당시에 강의했던 내용은 '기억의 종말'이라는 책으로 발간돼 우리 나라에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여서 상당한 영향을 끼치기도 했습니다. 피해자는 자기가 받은 피해를 더 크게 생각하고 가해자는 가해를 더 작게 생각하기 때문에 서로 올바르게 기억하지 못할 뿐 아니라 기억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도 가해자도 진실을 찾아 올바르게 기억할 수 있는 사회 공적 프로세스를 통해 치유 과정을 밟아 폭력과 어둠 분열 갈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볼프는 설명했습니다. "이 책은 미국에서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그는 한쪽에선 복음주의 신학자로, 다른 한쪽에선 9.11 사태가 발생했을 때 유엔의 초청을 받아 강의하는 등 사회운동 실천가로, 또한 클린턴과 오바마 정부 때는 백악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볼프 교수가 세계적인 신학자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폭력적인 세계 속에서 체험했던 신학 여정의 결과물인 '배제와 포용'이 출간되면서입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고전으로 꼽히는 이 책은 볼프 교수가 태어난 크로아티아 안에서 기독교와 이슬람의 충돌, 민족간의 충돌로 벌어진 수많은 폭력과 배제로 인한 갈등과 비극을 기독교의 근본적인 사랑으로 포용해 나가는 내용을 담아낸 책이다. 볼프의 신학 여정은 '은혜의 신학'과 '선물의 신학', '기억의 신학'을 거쳐 '공공선'으로 귀착됐다. 볼프는 '공동선'에 대한 개념을 이렇게 규정했다. "'공공성'이나 '공익'은 전체를 강조하는 개념인 반면 '공동선'은 전체와 개인 모두의 유익을 소중히 여기며 전체의 유익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보수진영이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고 진보진영은 사회 정의 약자에 대한 책임을 강조한 것을 감안할 때, 서로의 강점을 존중하고 협력하는 것이 공동선입니다."


김성진 기자
바울에 관한 새 관점 학파의 주도적 학자 톰 라이트     8. 박장훈 교수    |  2022.11.19 00:10
"교회와 신학, 하나님의 역사 현장에 적극 참여해야"     5. 막스 스택하우스    |  2022.05.20 17:37
사회학적 신학 연구로 세계적 명성가진 로빈 길 교수     3. 김승호 교수    |  2022.03.09 10:16
성서해석 새길로 이끌어 준 타이센 교수     1. 류호성 교수    |  2021.12.31 12:35
복음주의 신학의 중심으로 이끌어준 맥그래스 교수    2.정성욱 교수    |  2022.02.17 09:40
미국 기독교교육학을 주도했던 메리엘리자베스 멀리노 무어 교수     4. 류삼준 교수    |  2022.04.12 07:51
독일 개혁신학의 계보를 이어가는 미하엘 벨커 교수     6. 이상은 교수    |  2022.07.09 14:26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