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적 신학 연구로 세계적 명성가진 로빈 길 교수

사회학적 신학 연구로 세계적 명성가진 로빈 길 교수

[ 나를찾아가는신학여정 ] 3. 김승호 교수

김성진 기자 ksj@pckworld.com
2022년 03월 09일(수) 10:16
신학이 '학문의 여왕'으로 군림한 때가 있었지만 오늘에 이르러서는 학문의 세계에서 외면당하고 설 자리조차 잃어가는 듯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제 간 연구를 통해 교회와 사회에서 제기된 질문에 응답하는 사회학적 신학의 대가가 로빈 길 교수(켄트대학교)다.

그의 제자로 박사과정을 이수했던 김승호 교수(영남신대)는 기독교윤리학자인 그를 이렇게 소개했다. "기독교윤리와 종교사회학 두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로빈 길의 연구는 사회학적 방법론과 학제 간 연구로 압축됩니다. 그의 연구 분야로는 기독교윤리 사상을 비롯해 생명윤리와 교회의 미래, 신학과 사회학, 조직신학, 신학묵상 등 광범위한 연구 영역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는 로빈 길의 사회학적 신학연구에 관해 보다 구체적으로 소개는 이러하다. "신학과 사회(혹은 교회와 세상)가 독립변수나 종속변수로 기능한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한다는 사실에서 출발합니다. 이런 시각은 기존의 보수 진보 프레임을 뛰어넘는 객관성을 담보한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그는 신학 연구가 신학 내 여러 분야 및 일반학문과 전문적 수준에서의 대화(학제 간 연구)가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 비로소 적실성 있는 신학연구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그가 로빈 길의 사회학적 신학에 매료되기 시작한 것은 영국 버밍엄대학에서 석사과정을 이수하던 시기라고 말한다. "석사과정에서 공부하던 중에 로빈 길의 저서들을 통해 사회학적 신학연구 및 학제 간 연구의 진수를 접했습니다. 이 방법론을 통해 신학이 교회 내·외의 다양한 이슈들에 응답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의 제자가 되기로 결정했습니다."

교회가 세상의 첨예한 이슈들에 침묵하거나 성경 구절을 문자로만 해석해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사실로 인해 깊은 고민에 빠졌던 그는 로빈 길의 저서를 통해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게 된 것.

버밍엄대학에서 함께 공부하던 이정구 신부(전 성공회대 총장)을 통해 로빈 길에 관한 정보를 얻은 그는 그와 직접 만남을 갖고 그의 지도를 받으며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지적을 많이 받았다고 말한 그는 한번은 예상외로 칭찬받은 적이 있다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소개했다. "로빈 길의 '문화적 교회 출석이론'이 한국교회 상황에는 맞지 않음을 논리적으로 설명한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최신 이론을 자기 지도를 받는 학생인 내가 비판한 것을 오히려 칭찬했습니다." 이런 경험으로 인해 그는 지금도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고 했다. "교수의 이론을 꾀꼬리처럼 반복하지만 말고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십시오. 그래야 교수를 능가할 수 있습니다."

그는 로빈 길 교수에 관한 또 다른 기억들을 떠올렸다. "논문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아 힘들어 다소 위축돼 있을 때였습니다. 그때 엑시터대학에서 열린 영국종교사회학회에서 한국교회 관련 논문을 발표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내가 속한 세션의 발표자들은 주로 신진학자들이었고, 다른 세션의 발표자들은 세계적 명성을 가진 학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내 발표순서가 되자 로빈 길은 내가 속한 세션에 와서 자리를 지켜주었고, 그것이 힘이 되어 끝까지 토론을 마칠 수 있었고 논문의 어려운 부분도 잘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1975년부터 현재까지 로빈 길 교수는 40여 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그 중에서도 '기독교윤리 독본'은 영어권 대학에서 교재로 사용할 정도로 유명한 책이다. 로빈 길 교수의 저서 중에 '신학과 사회구조'와 '포스트모던 시대의 도덕공동체' 등은 그가 직접 한국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이 중에서 '신학과 사회구조'는 신학이 사회적인 중요성을 갖는 학문이라는 점을 낙태와 전쟁에 대한 교회의 반응 등을 사례로 들어가며 소개한 저서로 알려져 있다.

세계교회와 신학계에 미친 그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그는 영국종교사회학회 의장과 기독교윤리연구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켄터베리대주교 의료윤리보좌그룹 의장과 영국의학협회 의료윤리위원회 위원, 생명윤리 너필드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2001년에는 장로회신학대학교 백주년기념 국제학술대회 강사로 초청돼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그로부터 많은 영향을 크게 받았던 김승호 교수는 로빈 길의 사회학적 방법론에 기초한 기독교윤리 및 교회 사회학 분야 연구에 집중하며 다양한 연구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특히 최근 저서 '이중직 목회'는 한국교회가 이중직(자비량) 목회에 대한 신학적 근거를 마련하는데 도움을 줬다. 또한 생명윤리 관련 논문들은 '샘 병원 난임센터'의 활성화에 기여해 신학연구가 교회와 사회에 실제적인 도움을 주기도 했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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