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히 회개하고 하나님 손에 사로잡힐 때

겸손히 회개하고 하나님 손에 사로잡힐 때

[ 9·10월특집 ] 4. 교회를 새롭게 세상을 이롭게 하는 복음

장신근 교수
2021년 09월 20일(월) 08:52
생명 위기시대의 한국교회

오늘의 종교는 인류가 직면한 반생명적 위기와 도전들에 직면하여, 새로운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그 생명력을 상실하고 현실 순응적인 이데올로기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한국교회도 오랜 세월 동안 번영신앙과 사사화의 부작용으로 인하여 세상 가운데서 생명의 복음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왔고, 그 결과 with-COVID의 상황에서도 생명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성서적 복음과 오늘을 위한 복음

신약성서에서 복음이란 "하나님 나라 선포의 주체로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전하신 선포이며, 동시에 선포의 객체, 곧 대상이자 그 내용이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메시지"이다. 하나님 나라의 복음은 하나님의 천지 창조에서 시작되어 인간의 불순종과 타락의 부침을 거치면서 아브라함과 이스라엘을 통하여 이어지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통하여 종말론적으로 온전히 실현되었다. 신구약 성서에서 선포되고 있는 복음의 핵심 의미를 전제하면서, 오늘의 한국교회와 사회의 맥락에서 더욱 강조되어야 할, 혹은 다시 회복되어야 할 복음의 4가지 측면을 각 각의 실천과제와 더불어 성찰해 보기로 한다.

1. 회개의 복음

한국교회의 회개는 그동안 너무 개인주의적으로 축소되어 이해되어왔다. 그리하여 교회 공동체적, 사회적, 공적, 생태적, 지구적 지평이 회개에서 간과되어 왔고 이는 복음과 신앙의 사사화로 이어지게 되었다. 따라서 오늘의 상황에서 회개의 복음을 논할 때 공동체적, 사회적, 공적, 생태적, 지구적 차원이 회복되어야 한다.

2. 총체적 생명 살림의 복음

한국교회가 회복해야 할 또 다른 성서적 복음은 총체적 생명살림을 지향하는 구원의 복음이다. 자신을 새롭게 하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사역에 부름받은 한국교회는 생명의 영이신 성령 안에서 인간 생명과 모든 피조물의 총체적 생명 살림을 지향하는 복음의 회복에 헌신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실천해야 할 사항은 먼저, 하나님께서 지으신 생명의 신비를 깊이 관상하는 영성의 형성이다. 다음으로는 인간 생명을 넘어서는 생명 이해와 생명 살림의 실천과제이다. 오늘의 한국교회는 생명의 복음을 선포하고 실천할 때 이러한 전인적이며 총체적 차원의 생명살림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3. 공공성의 복음

복음은 동시에 공동체적, 공적 차원을 지닌다. 이것이 결여된 복음은 반쪽 복음이라 할 수 있다. 복되고 기쁜 구원의 소식인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웃과의 평화로운 관계 회복과 사귐을 가져온다. 복음은 개인적 차원의 선함 뿐만 아니라 "공동선"(common good)과 "인간번영"(human flourishing)을 지향하게 한다.

공적 신앙이란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생명력이 넘치는 관계에서 시작되어 세상에서의 공동선 실현을 위하여 세상과 대화하고, 연대하고, 헌신하는 신앙을 뜻한다. 공교회는 이러한 공적 신앙을 양육하는 장소로 구성원들이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인격적으로 체험하고 세상에서 소명을 통하여 공동선을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역을 통하여 이들을 구비시켜주고 파송하는 선교적(missio) 공동체이다. 이를 위하여 공교회는 내적으로 기구, 조직, 리더십, 거버넌스 등이 다양성, 평등성, 상호성 등에 기초해야 한다. 외적으로는 구성원들이 제자직과 시민직을 동시에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현실을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해석하며, 섬김과 저항의 영성을 동시에 갖추고, 이중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어야한다.

4. 종말론적 소망의 복음

성서의 종말론적 소망의 복음은 개인적 차원의 사후 삶에 대한 소망에 제한되지 않고 하나님의 우주적 창조의 완성에 대한 소망을 지향하게 만든다. 종말론적 소망의 복음은 우리들에게 미래적인 하나님의 통치의 완성 혹은 "새 하늘과 새 땅"을 고대하는 가운데 지금 이곳에서 이것을 미리 앞당겨 실현하는데 헌신하는 능력을 부여한다. 따라서 종말론적 소망의 복음은 우리로 하여금 이미와 아직 아님 사이의 긴장 속에서, 말세론적인 사후 세계로 도피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역사에 대한 책임적, 변혁적, 창조적 자세를 지니도록 해준다.

한국교회가 수행해야 할 사명은 성도들의 종말론적 영성형성을 돕고, 세상에서 종말론적 소망의 복음을 증언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구비시키고 지원하는 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먼저 이를 위하여 필요한 것이 '종말론적(초월의) 영성'이다. 다음으로 부활의 신앙에 기초한 '죽음준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공동체가 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전환점, 코로나 팬데믹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은 전 지구적 위기인 동시에 세계의 여러 위기와 모순들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고 학자들은 주장한다. 문제는 위기를 초래한 우리가 현재의 모순된 모습에서 얼마나 돌이킬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한때 양적 부흥으로 그 세와 영향력을 자랑하던 한국교회는 이제 자의든 타의든 "적은 무리," 소수의 자리로 내려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이를 가속화 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때에 한국교회가 생명의 복음으로 돌아가, 돌이켜 겸손히 회개하고 하나님의 손에 사로잡힐 때, 역설적으로, 총체적 생명살림의 사역에 보다 귀하게 사용되는 신앙공동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장신근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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