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양심과 부정(不正) 사이

신앙 양심과 부정(不正) 사이

[ 기자수첩 ]

이수진 기자 sjlee@pckworld.com
2018년 07월 16일(월) 10:53
자녀의 성적을 올리고 싶어 행정실과 짜고 문제를 유출한 학부모, 학업에 대한 부담감으로 교무실을 몰래 침입해 시험지를 도촬한 학생, 성적 낮은 학생이 안타까워 격려차원에서 미리 문제를 알려준 교사 등 최근 중고등학교의 기말고사 기간 중 시험지유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해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학교뿐 아니다. 최근 지방자치 출자기관인 어느 재단의 직원 채용 과정에서도 시험지와 답안이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국가자격 시험문제도 조직적인 유출로 인해 부정행위자가 무더기로 적발되는 등 사회 구석구석에 부정행위에 대한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이같은 부정행위에 대한 유혹이 크리스찬이라고 해서 비껴갈까. 해마다 목사고시 계절에 위원들은 부담스럽다. 은근히 출제경향을 물어오는 인사가 있는가 하면, 5시 째니 선처해달라는 얘기도 해 온다. 사실상 이혼과 결혼을 수차례 반복했지만, '예수님 다음의 훌륭한 사람'으로 추천돼 있는 추천서 내용의 진위를 파악하는 것도 위원들의 몫이다.

지난 12일 열린 총회 고시위원회 전체회의는 고시를 치르면서 드러난 문제점들이 가감없이 지적됐고, 좀더 바르고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되는 고시가 되기 위해 지혜를 모았다. 시험문제의 보안유지를 더욱 철저하게 하기 위해 휴대폰을 회수키로 했으며, 직계가족 중 고시응시자가 있을 경우엔 고시의 중요 정보를 논의하는 실행위원직을 맡는 것을 제한하는 규정을 신설하기도 했다. 고시와 관련한 부정행위 유발을 원천적으로 막아보자는 의지로 보여진다.

이날 한 고시위원은 "목사고시는 총회와 교단을 살리는 마지노선"이라고 표현하면서 "모든 것이 정확하고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가 하면, 어느 고시위원은 연락근절을 위해 "아예 과목장을 미리 선정하지 말자"고까지 제안하기도 했다.

비뚤어진 모정이 아들을 의대에 보내기 위해 행정실과 짜고 시험문제를 유출하게 만들듯이, 자녀 혹은 친척, 교회 소속 전도사를 위하는 마음이 행여 '부정(不正)'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어느 고시위원의 말대로 '자신의 신앙에 따라, 신앙 양심껏' 하면 된다.
매년 어김없이 들려오는 잡음들이 이번 운영매뉴얼 개정으로 제거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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