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길은 외롭지만 승리의 길이다

하나님의 길은 외롭지만 승리의 길이다

[ 논설위원칼럼 ]

오시영 장로
2024년 05월 06일(월) 09:46
하나님의 길은 외로운 길이다. 하나님은 홀로 천지를 창조하셨고, 홀로 인간을 창조하셨다. 외로움 중에 내린 결단이었다. 까닭에 예수님도 하나님의 외로움을 진정 아셨기에 십자가의 길을 마다하지 않으시고 외로이 걸으셨다. 홀로 걸으셨다. 하지만 그 길은 외로운 결단의 길이었기에 승리의 길이었고, 존재의 길이었고, 구원의 길이었다. 외로운 길은 힘든 길이지만, 고뇌를 통한 생명의 길이고, 눈물의 길이며, 진한 감사의 길이다. 세상의 시류에 타협하지 않고, 신자 된 자로서 예수님의 길을 좇아 걸음은 십자가 지신 주님의 길을 함께 걷겠다는 순종이고 다짐이며 경건함이다.

현대사회는 기쁨이 차고 넘친다. 인류 역사 이래 오늘날처럼 매 순간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환경을 마주친 인류는 없었을 것이다. 과학 문명의 발달은 만져지는 감각기쁨단계를 초월하여 하나님조차 미처 예상하지 못하였을 새로운 기쁨의 수단을 창조, 또 창조하고 있다. 촉각 단계를 벗어나 손에 잡히지 않는 세계의 기쁨을 빛과 소리의 합성을 통해 우리 세대를 환락의 길로 유혹하고 있다. 나이 지긋한 노장층은 오랜 세월 동안 만짐의 기쁨으로 십자가를 만났고,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지며 신앙생활을 하여 왔다. 만져짐을 통해 십자가가 우리 몸에 스며들었고, 믿음이 체화되었다. 그래서 어설플지언정 미완성 신자의 모습이나마 스스로 지어 보이며 신앙생활을 해 올 수 있었다. 하지만 합성감각 문화에 절어 있는 젊은 세대에게 과연 만져짐의 신앙체험을 통한 예수 체화의 본질에 접근이 가능할지는 참으로 의문이다.

하나님의 본질과 사람의 본질이 극단적으로 이원화되어 가는 현상을 우리 믿는 이들은 직시해야 한다. 점잖게 표현하여 이원화이지, 실재 현상은 기독교의 극감상황이라고 진단하는 것이 정확할지도 모른다.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의 구원자의 역할, 죄인 된 자들의 영혼을 구원하는 기독교의 본질이 점차 그 효능을 상실해 가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문제의 본질은 기독교계의 진로와 관련하여 방향 설정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층부, 목회자와 장로들이 세상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미래를 향한 비전을 어떻게 모색해야 할지 현명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개별적 목회자나 장로들의 헌신과 기도를 폄훼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정말 눈물로 기도하며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기를 간구하는 수많은 이들이 있음을 필자 역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쓰나미급으로 밀려오는 세상 조류를 개인 성도들이 방파제가 되어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세상 조류는 거대한 힘으로 각개격파 전술을 통해 하나의 교회, 한 명의 교인을 연속적으로 무너뜨리거나 새 신자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이처럼 개별적으로 선한 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고, 이러한 방식은 결국 기독교라는 거대한 성벽의 한 모퉁이를 무너뜨리게 되어 전체 기독교의 급소를 노리고 있는 형국이 되고 있다.

필자는 창세기 18장 의인 열 명을 사모하는 아브라함의 중보기도를 생각할 때마다 두렵고 떨린다. 의인 오십 명이 열 명으로 용서의 폭이 넓어졌음에도 결국 의인 열 명이 부재했던 소돔과 고모라성의 실상이 오늘 우리 세대에도 동일한 것이 아닐까 하는 공포심이 엄습해 오기 때문이다. 가장 낮은 자를 들어 가장 높이 쓰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믿지 않는 바는 아니나, 굳어버릴 대로 굳어버려 화석화 단계에 이른 교계 지도층의 자기방어기제의 발동은 환골탈태의 길을 걸어도 부족할 상황인 미래지향적 기독교에게 쓰나미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깊이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의인 열 명이 지금 이 세상에 없다.

우리나라 기독교가 이미 극단적으로 왜소화되어 버린 유럽의 기독교를 답습하게 될까 심히 두렵다. 하나님의 말씀이 영적 권세를 가지고 세상 조류를 극복할 수 있는 그 외로운 길을 우리 기독교인들이 주님의 십자가 붙들고 묵묵히 걸어가기를 기도한다. 그게 우리가 걸어야 할 주님의 길이다.

오시영 장로(상도중앙교회·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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