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MZ, '나약함'으로 치부하지 마세요

우울한 MZ, '나약함'으로 치부하지 마세요

2023년 자살실태조사 20대 이하 젊은층 43.4%로 가장 높아
교회 '나약한 믿음'으로 비난 거두고, 소망 메시지 전해야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4년 03월 31일(일) 17:59
MZ세대의 정신 건강과 자살 문제가 사회적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3월 28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 자살실태조사'결과 '극단적 선택(자살)'을 시도한 사람들 가운데 20대 이하 젊은층이 43.4%로 가장 높게 조사됐다.
대학 졸업 후 수년간 구직활동을 하는 A씨는 올해 10여 군데 회사에 지원했지만, 단 한 군데도 서류 전형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평소 활발하고 친구들 만나는 것을 즐기던 A씨는 온종일 방에 틀어박혀 말없이 눈물을 흘린다. 그는 "밤에 잠을 자려고 하면 이전에 힘들었던 기억만 떠오른다"면서 "더는 사는 재미와 의미가 없고 스스로 가치 없는 사람이 된 것 같다"고 호소했다.

B씨는 학업이 적성에 맞지 않고 대인관계에 자신감도 떨어져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휴학과 복학을 반복했다. 휴학을 결정할 때는 항상 우울감과 무기력감, 불면, 자살 생각 등의 우울 증상이 몇 달간 지속되는 경험을 했다.

"매일 잠들 때마다 내일 아침 깨어나지 않기를 기도했다"는 C씨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하면서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면서 "삶이 무기력해지고 우울감이 커져서 친구들도 만나지 않았고, 졸업식도 가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MZ세대의 정신 건강과 자살 문제가 사회적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3월 28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 자살실태조사'결과 '극단적 선택(자살)'을 시도한 사람들 가운데 20대 이하 젊은층이 43.4%로 가장 높게 조사됐다. 85개 병원에 내원한 자살시도자 3만665명 중 19~29세가 9008명(29.4%)으로 가장 높았으며 18세 이하 청소년 4280명(14.0%), 30~39세 4251명(13.9%)으로 그 뒤를 이었다. 자살 시도를 한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44.8%)이 가장 높았다.

20대 자살률의 가파른 증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22년 통계청 조사에서도 10대에서 3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로 이 중 20대는 50.6%의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분석한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료 현황'에는 20대 우울증 환자 증가세가 최근 5년간 무려 127%의 증가율을 보인다.

이번 보건복지부 조사에 의하면 자살을 생각하게 하는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인 어려움'(44.8%)이다. 전문가들은 20대 청년자살의 증가를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단절된 관계와 청년 실업률, 그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기독교자살예방센터 Life Hope 대표 조성돈 목사는 "현실적인 문제와 막막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불면증이나 우울증, 공황장애를 겪는 청년들이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청년들은 우리사회의 치열한 성공지상주의 문화에서 자존감이 저하되고 스스로를 '패배자', '루저'로 인식하게 되면서 결국 해법을 찾지 못한 청년들이 우울증을 앓고 자살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최근에는 2030세대 전반에 '신종우울증'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의 앞글자를 딴 카페인 우울증은 타인의 SNS에 지나치게 몰입하여 타인의 행복한 일상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우울함을 겪는 현상이다. 카페인 우울증은 SNS의존도가 높은 MZ세대에서 심하게 나타난다.

조성돈 목사는 "요즘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이 막연하게 이유없이 '그냥' 슬프고 무기력함을 호소하는 신종 우울증 환자가 늘고 있다"고 우려하고 "청년들을 '나약하다' '노력이 부족하다'는 냉혹한 평가로 외면하지 말고 청년들이 행복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생명의 가치를 담보한 교회가 먼저 위기에 있는 청년들이 도움을 구할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회 내 청년들도 현재의 삶이 불안하고 우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한 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실시한 '기독 청년 인식조사'에서 현재의 삶에 대한 행복은 40%에 그쳤지만 불안(37%)하고 우울(26%)하다고 응답했다. 4명 중 1명이 '요즘 외롭고 우울하다'고 답했다. 교회 청년 3명 중 1명 이상은 불안하고, 4명 중 1명꼴로 외롭거나 우울한 상태라는 것이다.

청년들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의지와 힘을 길러 세상으로 나갈 수 있도록 교회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먼저 교회가 자살이나 정신질환을 믿음이 없는 행위로 보고 무차별적으로 정죄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한다. 강하룡 대표(전인성장연구소)는 "정신질환은 누구라도 발병할 수 있다"면서 "'어떻게 예수 믿는 사람이 그래'라고 정죄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교회가 자살 위험에 처한 청년들에게 즉각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서로의 상처를 공감하고 위로하는 돌봄 공동체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거룩한빛광성교회(곽승현 목사 시무) 라이프호프 자살예방 고영수 팀장은 "청년들이 겉으로 밝아보여도 속은 울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우울하고 힘든 마음을 숨기지 않고 내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소그룹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면서 "교회는 청년들이 생명지킴이 교육을 통해 서로의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자살예방 교육에 관심을 갖고, 담당 목회자와 소그룹 리더들은 어려움에 처한 청년들을 찾아 실질적으로 도움과 정보를 함께 찾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고 팀장은 "교회가 지자체와 연계해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맞춤형 컨설팅으로 취업으로 이어지게 도울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교회가 청년들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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