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전환 위한 실천, 진일보해야

생태적 전환 위한 실천, 진일보해야

[ 논설위원칼럼 ]

최광선 목사
2023년 09월 18일(월) 09:30
지구가 펄펄 끓고 있다. 여섯 번째 생명의 대멸종 시기에 진입했다. 매년 만종 이상의 생명종이 기후 붕괴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 기후재앙의 시대에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어떤 복음을 선포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는가? 총회는 만물의 치유를 선포하며 참여하고 있는가? 총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생태 위기를 극복하고 생명공동체를 향한 새로운 꿈과 비전을 줄 수 있는가?

총회가 우리 시대의 생명 멸절과 무관하다면, 우리 총회는 세상의 치유를 말할 수 없다.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는 총회, 생명 멸종에 귀를 닫고 있는 총회는 치유의 말은 있으나 치유의 능력이 없는 화석화된 총회일 뿐이다. 이런 총회 앞에 누가 진지할 수 있겠는가? 우리 총회는 우리 시대가 씨름하고 있는 문제에 응답을 제시하는 총회, 뭇 사라져가는 생명종들의 치유자가 되는 총회, 어두운 눈을 밝히 뜨게 하는 예수를 따르는 총회가 되어야 한다.

전문지호 후문지랑(前門之虎 後門之狼) 시대이다. 앞문에는 호랑이가 있고, 뒷문에는 늑대가 있다. 앞뒤로 위협이 가로놓여 있다. 옛 신앙의 틀은 지금 작동하지 않고, 새로운 신앙의 틀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옛이야기는 기능을 다했고, 새로운 이야기는 들려지지 않는다. 교회는 현실의 급박함에 무관심하거나 두려워하여 한 발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때 열리는 제108회기 총회의 의미는 심히 크다. 시대의 징표를 분별하고, 거룩한 공교회가 만물의 치유자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는 총회가 되어야 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100주년기념관 앞에는 북극곰과 펭귄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이들은 기후위기 시대를 상징하는 '잠수함 속의 토끼'이다. 전쟁 소설 '25시'의 작가 콘스탄틴 게오르규는 2차 세계 대전 때 독일잠수함에서 근무했다. 당시 잠수함에는 산소측정기가 없어, 병사들은 잠수함의 산소농도를 점검하기 위해 산소에 민감한 동물인 토끼를 태웠다. 잠수함에 이상이 생기면 토끼의 반응을 보고 위험을 감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그 작가는 시대의 변화에 민감한 시인과 작가를 '잠수함 속의 토끼'에 비유했다. 이제 총회는 생명 멸절의 시대를 증언하는 잠수함 속의 토끼가 되어야 한다.

2023년 107회기 총회는 기후위원회가 청원한 '기후위기대응지침서'를 정책문서로 채택하였다.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공교회의 응답이었다. 지침서 안에는 성경의 지혜에 근거한 위기대응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고, 그 중심에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고백이 담겨 있다. 우리는 나사렛 예수를 깊이 생각하고 바라보며, 세상을 치유하며 만물을 회복하는 그리스도의 제자로 응답해야 한다.

끓는 지구(Boiling Earth)와 생명의 대멸종 시간에 열리는 2024년 제108회기 총회는 '기후위기대응지침서'의 성과를 점검하고, 총회와 노회와 교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진일보해야 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아무도 살아남지 못한다. 제108회기 총회는 만물의 치유자 예수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생태적 제자의 길을 촉구하며, 생태적 전환을 이뤄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최광선 목사 / 덕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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