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 유가족 상담

장병 유가족 상담

[ 미션이상무! ]

유경수 목사
2024년 05월 08일(수) 15:29
4월의 어느 금요일이었다. 군단 군종목사님에게 전화가 왔다. 다음 주 화요일 육군본부 군종실장이 오셔서 군단 내 전 군종장교가 모여 전시 군종 업무에 관한 심도 깊은 토의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군종장교 전체 토의 시간에 한 꼭지를 맡아서 필자에게 발표를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부담이 됐다. 그러나 실제 전쟁이 발발했을 경우 군종장교는 전장에서 사상자인 장병들을 지원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필자 또한 군종장교로서 군 사망자에 대한 유가족을 상담하는 애도상담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게 됐다. 다행히도 쉬는 날 틈틈이 숭실대 박사과정 졸업논문을 쓰기 위하여 질적연구를 공부하고 있었는데 애도상담에 관한 좋은 논문과 자료들을 찾을 수 있었다.

국방부의 군 사망사고 현황 보고에 따르면 1993년부터 2021년까지 군에서 사망한 군인의 수는 총 4789명이었다. 이중 자살로 사망했다고 보고되는 군인의 수는 2325명에 이른다. 필자 또한 전후방 부대에서 18년간 근무하면서 수명의 자살 장병과 유가족들을 만났다. 그러나 지금에서야 돌아보면 필자는 그 장병들과 유가족들을 위해서 더욱 적극적인 실제적 사역을 펼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다.

고려대 김신향 박사는 군 사망사고 유가족 17명에 대한 질적연구 논문에서 유가족들의 상실 경험과 애도과정을 6단계로 분석해다. 먼저 1단계 충격과 혼란의 단계는 군으로부터 고인에 대한 사망 소식을 듣고 일순간 멈춰버린 삶을 의미한다. 싸늘한 주검이 된 고인을 마주한 순간 유가족은 고인이 심지어 치료를 받으면 회복될 것이라고 믿을 정도로 무감각과 비현실감을 경험하게 된다. 2단계 애통과 분노의 단계는 고인과 영원히 이별하였음을 깨닫는 순간 상실의 고통이 큰 파도같이 밀어닥치는 단계이다. 유가족들은 장례를 치른 후 고인과 무관한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갑작스레 울음을 터트리기도 하였다. 3단계 고립과 회피의 단계는 이전 단계에서 경험한 애통함과 고인을 지키지 못했다는 분노가 깊어지며 우울감과 절망감을 경험한다. 고인에 대한 죄책감은 슬픔을 폭발시켜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4단계 투쟁과 연결의 단계는 유가족들이 일상 속에서 무기력함을 느끼며 고인을 그리워하는 단계이다. 때로는 고인의 사망원인에 대한 엄정한 조사와 그에 대한 합당한 심사 결과와 책임자들에 대한 강력한 징계가 유가족들에게 큰 치유가 되기도 했다. 5단계 수용과 연결단계에서는 유가족들은 상실과 그로 인한 변화를 수용하고 고통에 몰입했던 시선을 주변으로 돌려 단절 됐던 관계와 연결을 시도하는 단계이다. 유가족들은 사랑했던 대상과의 이별이 괴롭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에게 남은 삶과 돌봐야 할 가족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6단계 회복과 확장단계는 군 사망사고 유가족이 경험하는 애도과정의 마지막 단계로 삶에서의 실질적인 변화와 회복의 단계이다. 상실을 수용하고 자신과 타인, 자신과 고인이 다시 연결되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유가족은 상실과 상실이 가져온 변화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주일 장교였던 남편을 5년 전에 떠나보낸 집사님에 대한 애도상담을 했다. 5년이 흘렀지만 고인에 대한 슬픔 때문에 집사님은 상담 중에 눈물을 흘리셨다. 그 슬픈 마음이 전해져 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유경수 목사 / 충성군인교회·육군 소령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