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지 말라

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지 말라

[ 논설위원칼럼 ]

정병준 교수
2023년 07월 03일(월) 08:38
한국교회는 선거철만 되면 정치 논리에 휘말려 몸살을 앓는다. 교회를 찾아오는 정치인들의 활동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교회의 표를 미끼로 삼아 권력 주변을 어슬렁대는 거짓 선지자들로 인해 교회의 내분은 더 심화된다. 그럼에도 한국교회는 올바른 교회-정치(국가)에 대한 신학적 지침이 없어서 바른 교회-정치 관계를 교육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치적 혼란으로부터 목회 현장을 지키는 것이 어렵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막 12:17)"라는 기초 원리를 제시하였다. 한국에 온 장로교선교사들은 1901년 장로교공의회에서 교회의 역할과 정치의 역할을 구분하고 개인의 정치적 입장은 존중하는 소위 '정교분리 원칙'(1901)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원리가 무너지는 것이 미군정(1945~1948)과 제1공화국(1948~1960) 시기였다. 교회는 '반공정책과 전도의 기회'를 얻기 위해 이승만을 지지했고, 그 시기 교회-국가의 관계는 비정상적 유착이 심화되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교회가 부정선거의 도구로 전락한 것이다. 공교회 조직을 이용하여 노골적으로 자유당을 지지하고 정치에 개입했다. 3.15 부정 선거 당시 교회는 이기붕의 깡패정치의 들러리가 되었다.교회가 공공의 복지를 위해 국가에 협력하는 것이 올바른 교회-국가(정부) 관계를 형성하는 기초다. 그러나 권력이 특정 종교에 혜택을 주고 자신의 정치 기반으로 이용하는 것, 혹은 종교가 권력에 편승해서 조직과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은 '시민사회'의 건강을 해치고 종교 자체의 거룩성을 망가뜨리는 위험한 일이라는 것이 4.19 혁명이 교회에 주는 교훈이다.

2015년 인도네시아 주요 6개 개신교회와 레이메마 연구소(Leimena Institute)는 교회-국가 관계에 대한 포럼을 개최하고 국가, 정치, 민주주의에 대한 상황적 신앙고백(status confessionis)을 발표했다. 무슬림이 다수인 다종교 사회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는 인도네시아 교회는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는 교회-국가 관계의 신학을 정립하는 것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국가 권력은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이기 때문에 국가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의 인권을 인정하고 지탱하는 의무를 지니며, 교회는 정의와 진리를 구현하고 만인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정부를 지지하는 것이 교회의 의무이며 책임이라고 정의한다. 정치 조항에서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지닌 하나님으로 고백하면서, 따라서 권력의 사용은 섬김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섬기기 위해 오신 그리스도의 주권 안에서 평가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민주주의 항목에 있어서 그들은 비록 완전한 정부는 없지만 민주주의 제도가 다른 어떤 제도보다 가장 좋은 제도이기에 교회는 민주주의를 비판적으로 창조적으로 지원한다는 고백을 했다.

우리 교단도 에큐메니칼 차원에서 이웃 교회들과 협력하여 교회-정치(국가) 관계를 신학적으로 정립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치(국가)는 국민들의 인권, 자유, 정의를 지탱하는 하나님의 일반 은총의 영역이기 때문에 교회가 바르게 협력해야 한다. 그러나 교회를 팔아 이익을 챙기려는 정치 모리배들의 술수로부터 교인을 보호해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며 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지 말라 저희가 그것을 밟고 돌이켜 너희를 찢어 상할까 염려하라(마7:6)"고 말씀하셨다.

정병준 교수 / 서울장신대학교 신학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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