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할 사람을 찾습니다”

“함께 일할 사람을 찾습니다”

[ 논설위원칼럼 ]

문정은 목사
2023년 06월 12일(월) 10:19
1957년 3월 인도네시아 메단 공항에 네 명의 청년, 유초탄(U Kyaw Than 미얀마), 알란브래쉬(Alan Brash 뉴질랜드), D T Niles(디 티 나일즈, 스리랑카), 엠 엠 토마스(M M Thomas 인도)가 동아시아기독교협의회(EACC/ 현 CCA)의 창립 총회를 진행하기 위해 도착한다. 이들이 작은 프로펠러 비행기에서 내려 환하게 웃으며, 함께 걷는 모습을 담은 한 장의 사진은 늘 내게 신선한 감흥을 준다.

전 세계 23개국에서 107명의 교회 대표들이 인도네시아의 작은 호수 마을 프라팟에 모여 아시아 교회들을 대표하는 지역 에큐메니칼 기구의 시작을 선포한 CCA의 시작은 이 네 명의 청년들의 열정과 헌신으로 이뤄졌다. 이들 중 디 티 나일즈와 유초탄은 CCA의 총무를 역임하였다. 1957년의 상황을 상기해 보면,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이 이제 막 서구 식민지 지배에서 막 벗어나 독립국가의 기초를 만들고 있을 때였고, 아시아의 경제, 정치, 사회 상황이 그리 안정적일 때는 아니었다.

오늘날과 같이 국가 간의 이동이 수월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한 커뮤니케이션도 없던 그 시절에, 이들은 아시아 곳곳을 발로 뛰면서, 손편지와 전화, 전보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CCA의 시작을 홍보하고, 아시아 내 작은 교회들의 참석을 독려하여 CCA 총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들의 리더십으로 CCA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에큐메니칼 기구로서 자리 잡을 수 있었고, 아시아 교회들의 연합과 선교적 협력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무엇이 이들의 열정적인 헌신을 이끌어 내었을까? 1984년 인도 델리에서 CCA 주관으로 100여 명의 아시아 청년들이 처음으로 모인 아시아청년대회가 있었다. 이때 참석한 많은 이들이 현재 아시아 전역에 흩어져, 아시아 교회를 대표하는 교단 총회장, 감독, 교단 총무로, 목회자로, 신학자, 교수로, NGO 활동가로 다방면에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 현재 CCA 총무 매튜스 조지 박사도 인도 마토마교회 청년대표로 청년대회에 참석하였다. 국제정치학을 공부하던 20대 청년이 이제는 그 청년대회를 주관한 에큐메니칼 기구의 리더가 되었다.

지난해, 태국 치앙마이 CCA 사무국을 방문하신 이순창 총회장의 방문 소감 중 첫 말씀이, "나의 에큐메니칼 여정은 1985년 CCA로부터 받은 한 통의 초청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라며, 오래된 편지 사본을 한 통 보여 주셨다. 1985년 CCA의 농촌지역 개발과 봉사에 관한 아시아 지도자 회의에 초청받아 CCA나 에큐메니칼 운동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참석했지만, 목회적 안목을 넓힐 수 있었던 참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사람도 자원이 되는 시대이다. 인간의 창의적 생각, 능력, 에너지, 시간 그리고 인간관계에서 생겨나는 공동의 경험과 유대감, 결속력 등, 이 모든 것이 조직 발전의 중요한 자원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사람의 리더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자원이 필요하다.

리더십 관련 저서와 강의로 유명한 사이먼 시넥( Simon Sinek)은 말했다. "리더십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많은 기관, 단체들이 저명한 인사들을 초청하고 사람들을 불러 모아 며칠 강의를 듣게 하고, 리더십 수료증을 수여하고 있다. 이것으로 리더십이 만들어지는가? 아니다. 리더십은 인텐시티(intensity)가 아닌 컨시스턴시(consistency)에 의해 훈련되고 발전한다."

단기 집중 리더십 강의를 통해서가 아닌, 공동의 믿음과 공동의 가치를 공유한 이들이 함께 한 곳을 바라보며 꾸준히 공동의 비전을 이뤄 나가는 과정에서 리더십은 길러지는 것이다. 비전은 홀로 꿈꾸는 것으로만 성취되는 것이 아닌 현실로 전환될 수 있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요구되는 것은 이 비전을 공동체가 함께 공유하는 데 있다. 우리 조직의 구성원들을 업무적 기능 수행자(head-count) 가 아닌, 조직의 비전을 위해 함께 지혜와 힘을 모으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헌신을 귀중히 여기는 과정에서 리더십은 발전한다. 우리 교회에, 우리 기관에서 일 잘할 인재가 없다고 말하기 전에, 우리 교회가, 기관이 그런 리더를 키워낼 수 있는 시스템과 환경을 갖고 있는가를 먼저 살피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정은 목사 /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프로그램 코오디네이터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