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추구해야 할 본질로의 회귀

다시 추구해야 할 본질로의 회귀

[ 논설위원칼럼 ]

김운용 총장
2022년 09월 26일(월) 08:15
일전 새벽기도회 참석을 위해 학교로 향하던 시간, 서쪽 하늘엔 새벽달이 걸려 있고, 새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시작된 계절과 새 아침이 참 아름답게 다가오는 시간, 문득 흥얼거려지는 노랫말이 있었다. "이제는 모두 돌아가 제자리에 앉는다 … 달은 그림자 너머 별은 벌거벗는 이 가슴에 깊어지라고 더 깊어지라고 …" 가을은 '제자리로 돌아가 앉는 계절'이며, 더 깊어져야 하는 시간이란 속삭임이 들려왔다. 그것이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일러주는 또 다른 노래의 속삭임으로 이어졌다.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 제일 아름답단다.

주님께서도 한 비유를 통해 그 풍경을 수채화를 그리듯 보여주신다. 탕자가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일어선다. 떠나온 그 먼길을 다리를 절며 걷고 있다.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도 아름답고, 그를 맞아 잔치하는 모습도 아름답다. 자녀 됨의 축복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듯 주님께서는 좋은 옷, 금반지, 신발, 살진 송아지 등을 병치시키면서 강조하신다. 유진 피터슨은 이 광경을 생생하게 이렇게 전한다. "어서 깨끗한 옷 한 벌을 가져다가 이 아들에게 입혀라. 손가락에 집안 반지를 끼우고 발에 신발을 신겨라. 좋은 사료로 키운 암소를 잡아다가 구워라. 잔치를 벌여야겠다. 내 아들이 여기 있다. 죽은 줄 알았는데 이렇게 살아있다!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이렇게 찾았다!"

본질로의 회귀를 '회복'이라고 했을 때, 그 말은 어디에 붙여도 참 아름답다. 믿음 회복, 예배 회복, 건강 회복, 사업 회복, 관계 회복 …. 코로나 이후 우리는 '회복'을 꿈꾸고 있다. 교회가 교회됨을 회복하고 견지하기 위해 총회도 열렸고, 이제 가을 노회도 시작한다. 우린 지금 어디에 서있는가? '개혁교회' 전통은 무엇보다 하나님의 말씀에 비추어 교회다움, 성도다움, 예배다움을 목숨을 걸고 추구했던 전통이다. 그래서 우린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Ecclesia reformata, semper reformanda est)는 경구를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다. 거기에는 '개혁된'(reformed) 것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개혁해 가는'(reforming) 교회여야 한다는 당위성과 다짐이 담겨 있다. 언제나 그 기준점은 '상황'이 아니라 불변의 진리인 '성경'이고, 그 대상은 교회와 구성원인 그리스도인이며, 그 주체는 성 삼위 하나님이시다.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semper reformanda)는 경구는 우리가 지금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서 있는지를 묻는다. '항상'(semper)이라는 단어는 서 있어야 할 '자리'에서 멀리 벗어난 것은 아닌지 자기성찰을 요구한다.

지난 추석 연휴 때, 남미 수리남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보며 불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한 마약범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지만 사실과 다르게 주인공을 한인교회 목사로 설정하고 예배, 설교, 성찬식, 중심 기독교 용어 등을 반복적으로 등장시키면서 조롱거리로 삼는다. '오징어 게임'에 이어 기독교를 거짓과 위선, 기만으로 가득한 종교로 왜곡, 폄훼하고, 예배, 설교, 성찬까지 우스갯거리로 만들어버리는 모습을 보며 참 힘들게 드라마를 시청했다. 평생 예배/설교학자로 살아온 걸음이니 그럼 힘듦과 함께 무엇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인지 회복의 차원을 깊이 생각케 했다.

미디어는 그 시대의 현실과 통념을 바탕으로 한다. 세상 미디어는 그것이 지금 한국교회가 서 있는 자리임을 일깨운다. 본질이 아닌 것이 움직여가고 있고, '제자리'에서 너무 벗어난 것은 아닌지 반성과 성찰을 촉구하는 듯했다. 이 계절, 우린 본질로의 회귀, 되돌이킴을 뼈저리게 추구해야 한다. 구약이 전하는 하나님의 이야기와 신약이 제시하는 예수님의 이야기가 만나 형성된 내러티브를 통해 정체성이 형성된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가 교회이고, 그리스도인다운 덕과 성품(character)을 형성하고 함양해 가지 않는다면 '교회다움'을 상실하게 된다는 신학자 스탠리 하우워어스의 이야기도 마음에 다시 새기자.



김운용 총장 / 장로회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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