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 유지 의무

품위 유지 의무

[ 논설위원칼럼 ]

임정수 목사
2022년 09월 12일(월) 08:15
새롭게 시작한 정부가 축복과 기대속에 시작해야 하는데, 취임 후 불과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지지도는 급락하고, 집권 여당의 내홍은 갈수록 끝이 보이지 않는다. 발단은 당의 윤리위원회에서 당대표에게 내린 '품위유지 의무위반'이라는 징계 때문인데, 말 그대로 당대표가 대표로서의 품위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당의 윤리위원회에서는 당원권 정지 6개월을 징계하였고, 이에 불복한 당대표는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고, 법원은 당대표의 손을 들어줌으로 여당내 상황은 큰 혼돈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집권 여당의 '당원 윤리규칙 4조 1항'에는 이런 조항이 있다. '당원으로서 예의를 지키고 자리에 맞게 행동하여야 하며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을 해서는 안된다.' 매우 합리적이고 타당한 말이지만, 한편 좀 우습기도 하다. 이당 저당을 막론하고 정치인들이 '예의를 지키고', '국민 정서와 동떨어지지 않은 언행'을 제대로 했던 적이 과연 얼마나 있었던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래도 정치가 교회에 앞서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최소한, 법으로라도 2012년 '국회 선진화법'을 만들기도 하고, 엄격한 선거법을 만들어서 접대 비용 제한은 물론이고, 방송에서 말 한마디라도 잘못하면 당선 무효가 될 수도 있도록 해 놓았다. 그런데 교회 지도자들에게는 그런 장치가 없다. 사적인 대화까지 막을 수는 없겠지만, 공적인 모임인 당회, 제직회, 공동의회 및 노회와 각종 공적인 모임에서 '품위를 유지해야 하는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당회 석상에서 상대방을 존중하며 말하지 않거나, 막말이나 고성, 심지어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로 상처를 주는 모습이 우리를 매우 부끄럽게 만든다. 우리 교단도 '품위유지의무법'을 만들어 노회 산하 '윤리위원회'에서 품위를 어긴 목사와 장로, 혹은 성도들에게 '징계'를 하도록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실 이런 법을 제정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평소에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도덕적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어떤 갈등의 상황에서도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주며 말과 행동에서 신앙인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고 갈등을 조정해 나가야 한다. 성도는 목회자를 존중해 주어야 하고, 목회자 또한 성도를 사랑으로 품어주어야 한다.

이제 곧 교단 총회와 함께 각 노회를 앞두고 있다. 수많은 자리의 교체가 일어나고, 불가피하게 몇 몇의 자리를 두고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주님을 위한 선의의 경쟁은 아름다운 것이지만, 혹여나 이 과정에서 우리의 품위를 잃을까 두렵다. 세상 사람들이 우리의 모습을 보고 "교회가 세상보다 더하네"라는 말이 나오게 해서는 안 된다. 누구든 교계 지도자로 나선다면, '자리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 '사람에 충성하는 것'이 아닌, '하나님 앞에 충성'하고 '사람앞에 진실'하며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품격 있고 품위 있는 모습으로 그 자리를 감당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교단을 대표해도 부끄럽지 않은 '총회장'이 되고, 지역의 목회자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노회장'이 되고, 온 성도가 사랑하는 '당회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품격 있는 기독교, 품위 있는 지도자를 기대한다.



임정수 목사 / 포항대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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