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와 일치로 이끄시는 그리스도의 사랑

화해와 일치로 이끄시는 그리스도의 사랑

[ 논설위원칼럼 ]

문정은 목사
2022년 09월 05일(월) 08:15
"안녕하세요, 아시아기독교협의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라고 나를 소개를 하면, 아시아기독교협의회가 뭐하는 곳인가에 대한 질문이 언제나 따라온다. '아시아 교회들을 대표하는 에큐메니칼 기관'이라고 하면 더 의아해 하는 표정과 함께 '에큐메니칼'이라는 단어에 대한 거부감도 받을 때가 많다.

'에큐메니칼'의 어원인 오이쿠메네(Oikoumene)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땅"(the inhabited earth)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단어로, 지구 공동체를 구성하는 인간, 동물, 식물, 그리고 광물 등 모든 피조물들이 한가족처럼 살아가는 숙명적인 공동체를 뜻한다.

창세기 1장에는 하나님께서 온 천지 만물과 사람을 창조하시고, 그 지으신 것들이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는 기록이 여섯 차례 반복된다. (1:4, 10, 12, 18, 21, 25) 창세기 1장의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오이쿠메네'는 "하나님이 보시기에 심히 좋았"던 세계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가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던 아름다움과 창조 질서를 아직도 갖고 있을까?

오이쿠메네는 창조세계를 포함한 모든 인류가 질서와 조화를 이루며 상생(living together)하는 공동체를 의미하고, 에큐메니칼 운동(ecumenical movement)은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던 '오이쿠메네'의 창조질서를 회복하고 보전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헌신과 참여를 뜻한다 하겠다. 다시 말해, 모든 인류는 한 집에서(oikos) 함께 상생하는 가족이며, 풍랑이는 바다 가운데 던져진 한 배를 탄 운명 공동체이다. 그리고 풍랑과 같이 인류 공동체를 위협하는 모든 위협과 도전을 함께 이겨내고 극복하기 위한 우리의 모든 행동(movement)을 우리는 '에큐메니칼 운동'이라 표현할 수 있다.

마태복음 9장 35절에 기록된 예수님의 사역이 두루 다니시며 '가르치시고'(teaching), '전파하시며'(proclaiming), 병들고 약한 것을 '치유하시는'(healing) 다양성을 보여 주셨듯, 진정한 '오이쿠메네'의 회복을 위한 '에큐메니칼 운동'도 역시 이 세 가지(teaching, proclaiming, & healing)에 기초한 다양한 모습과 내용을 담보하고 있다.

세계교회협의회 (WCC) 11차 총회가 독일 카를스루에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이 세상을 화해와 일치로 이끈다'라는 주제 아래 개최되고 있다. 코비드-19를 겪으며 깨닫게 된 인간의 취약함, 지구적 기후위기, 경제적 부정의와 점점 벌어지는 빈부격차, 디지털 혁명 등 지구 공동체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들에 대한 교회들의 대응을 함께 논의하는 의미 있는 총회이다. 결국 지속가능한 오이쿠메네의 회복은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지속적이고 우선적인 '사랑'을 우리의 중심에 두고, 갈등과 분쟁이 만연하고 희망이 부재한 우리의 삶의 자리에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진정한 화해와 일치를 일구어내는 데 있다는 고백으로 세계교회협의회 총회는 마무리하게 된다.

지난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 총회가 부산에서 개최되었을 때, 한국교회는 WCC에 대한 용공시비, 종교다원주의 논쟁과 함께 총회 유치에 대한 찬반으로 극명하게 분열되었고, 이는 총회 참석을 위해 내한 했던 모든 세계교회 대표들에게 노출되었다. 9년이 지난 현재에도 한국교회는 에큐메니칼 운동에 대한 거부감과 세계교회협의회에 대한 오해를 여전히 갖고 있는 듯 하다. 키스 클레멘츠(Keith Clements)는 2013년 발간한 책 '에큐메니칼 운동의 역동성'에서 에큐메니칼 운동에 대하여, "우리 자신과 다른 이들을 만나, 서로 배우는 가운데, 동시에 여러 삶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치시고, (복음을) 전파하시고, 치유하시는 다양하고 포용적인 사랑을 우리 가슴 속에 품고 세상으로 나아가 다양한 상황과 도전 가운데 신음하는 지구 공동체를 변화시키고, 화해케 하고, 하나되게 하는 소명에 우리 교회는 신실하게 응답해야 한다.



문정은 목사 / 아시아기독교협의회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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