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원리에 내맡겨진 한국교회, 이대로 좋은가?

시장 원리에 내맡겨진 한국교회, 이대로 좋은가?

[ 논설위원칼럼 ]

양혁승 교수
2022년 08월 29일(월) 08:15
근래 신학대학들이 신학과 정원 미달 사태에 직면했다. 상황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목회자들의 이중직 혹은 겸직 목회가 현실화되면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신학적 이해를 기반으로 선교적 교회를 지향하며 이중직 목회를 감당하는 목회자들도 있지만, 적지 않은 목회자들은 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이중직 목회로 내몰린 측면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교회의 존재 양식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사회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개별 교회 중심으로 성장을 추구해온 한국 개신교회의 존재 양식은 시장 원리를 근간으로 하여 운영되는 기업의 존재 양식과 매우 닮았다. 개별 교회가 세워지는 과정부터 시작해 사역을 수행하는 과정, 목회자를 초빙하는 과정 등 중요한 의사결정의 대부분이 실질적으로 개별 교회 단위에서 이루어지고, 개별 교회들 사이에 생존과 교세 확장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일어난다.

한 지역 내에 세워진 작은 교회들과 대형 교회들 사이에 형성된 긴장감은 중소상인들과 대형 마트들 사이에 형성되는 긴장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대형 교회에서 부목사들은 말씀을 맡은 사명자로 대우받기보다는 조직관리자 수준의 역할 수행과 열정 페이를 요구 받는다. 결국, 신학과 정원 미달 사태도 목회자의 수요-공급 간 심각한 불균형 상태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라는 시장의 신호에 대학 입시생과 부모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여름 미국 방문 길에 미국 메인주에서 세 교회를 담임하는 목회자를 만나 어떻게 세 교회를 맡게 되었는지 들어보았다. 미국 감리교단에서는 목회자 파송 시 목회자의 사례비와 복무 시간을 교단 차원에서 정하는데, 지역교회의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한 교회가 담임 목회자의 풀타임 복무를 요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목회자의 복무 시간을 쪼개어 복수의 교회를 맡아 사역하게 함으로써 풀타임 사역 조건을 충족시켜준다는 것이었다. 또한 고등학생 자녀를 둔 위 목회자의 경우 교단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신경 써서 준비해준 것이 자녀의 교육 여건 확보였다고 한다. 교단 차원에서 지역교회에 파송하는 목회자의 생활 여건을 안정적으로 마련해주고 목회자가 사역에 전념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한국교회 상황과 다른 위 사례를 접하면서 이것이 감리교단의 특성인지, 아니면 미국 교회와 한국교회의 차이인지 궁금했다.

경쟁적 시장 원리는 한국교회에 어떤 열매를 맺었는가? 우선, 개별 교회 간 불균형의 심화는 한국교회가 시장 원리에 의존해온 정도를 반영한다. 시장 원리에 의존하는 경제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부의 분포는 파레토 법칙으로 알려져 있는 20:80의 분포 형태-상위 20%가 부의 80%를 보유하고, 나머지 하위 80%가 부의 20%를 보유하는 분포 형태-를 띠게 되는데, 그러한 분포 형태가 한국교회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또한 경쟁적 시장 원리는 성장지상주의, 물량주의, 번영신학 등이 교계에 뿌리내리게 했다. 시장 경제에서 국가와 기업의 성공 지표가 양적 성장지표인 GDP와 이윤이듯 한국 교계에서 목회의 성공 여부는 결국 교회의 교인 수에 의해 평가된다. 숫자와 물량에 기반한 힘의 논리가 교단 정치를 지배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쯤 되면 한국교회가 무심코 의존해왔던 시장 원리가 사명감 있는 미래 목회자들을 육성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나아가 교회운영 면에서 성경의 원리에 부합한지 심도 있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양혁승 교수 /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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