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교단의 정체성은 넓다

통합교단의 정체성은 넓다

[ 논설위원칼럼 ]

정병준 교수
2022년 08월 22일(월) 08:08
한국장로교회의 초기 신학적 주춧돌을 놓은 분은 언더우드와 마펫 선교사였다. 두 분 다 복음주의 부흥운동의 영향을 받은 분들이었고 신앙의 내면적 변화를 중요시하는 경건주의적 측면을 가지고 있었다. 마펫은 1901년부터 평양에서 신학교육을 통해 수많은 목회자를 길러내면서 한국장로교회 목회의 토대를 놓았다. 언더우드는 서울을 중심으로 사역하면서 교육과 의료를 기초로 한 기독교 문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두 선교사의 신학적 특성 외에 1907년 대부흥운동은 한국교회의 영성적 특징을 구현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명시적이고 외적인 형태의 경건이 아니라 내면의 영성이 채워지면서 밖으로 구현되는 특징이 강했다.

평양신학교는 1930년대 들어와서 마펫의 특징보다는 미국의 프린스턴 신학교의 메이첸의 영향을 받은 정통주의적 근본주의가 강화되었다. 특히 나부열 교장과 박형룡 교수를 중심으로 발전된 이런 신학 전통은 서북장로교 교권주의와 그 성격이 잘 맞아서 어떤 신학적 자유와 교권적 도전도 허용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태어나 선교사로 사역했고, 해방 이후 계명대학교 초대 학장을 지낸 안두화(Edward Adams)는 한국장로교회 분열을 지켜보면서 한국장로교에 과거와 다른 두 가지 경향이 나타났다고 했다. 첫째, "기독교 신앙의 내적 노래에 대한 강조를 외적 노래 혹은 외적인 검사(test)로 바꾸는 경향이다. 둘째, 다수의 의사와 상관없이 정치 집단이나 파벌이 교회를 더 많이 통제하려는 경향이다. 이 둘은 회전목마처럼 연결되어 있다"라고 했다. 메이첸의 정통주의적 근본주의를 한국교회 불변의 정통으로 내세우면서 반 에큐메니칼 운동을 통해 교권을 장악하고 교회를 분열시킨 세력에 대한 평가였다.

통합교단 안에는 언더우드와 마펫 전통이 있고, 조선신학교에서 공부했던 목회자들의 전통도 남았고, 메이첸의 정통주의적 근본주의 신학 흐름도 남아 있다. 이것을 하나로 묶어주는 중요한 통합교단의 특징이 1963년 총회에서 수립되었다.

"우리는 독선적이고 편협한 신앙의 고집과 태도를 지양하고 역대교회의 전통적 신앙고백인 사도신경과 웨스트민스터 신앙신조에 입각한 세계장로교회가 지향하는 노선과 긴밀한 유대를 맺고 삼위일체 신관을 고백하는 다른 교회 교우와 성도들의 교제를 돈독히 하고 저들과 연합하여 시대적으로 부과되는 공동사명을 완수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범위 안에서 분열된 형제들과 통합의 길을 모색한다."

통합교단의 정체성은 역사적 개혁주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교회의 보편성을 존중하며 에큐메니칼 교제와 선교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통으로 통합은 한국교회 안에서 좌와 우로 흩어진 교회를 묶어 세우는 역할을 수행한다. 통합교단의 정체성은 넓다. 따라서 조금 다른 다양한 신학적 특성을 다 품을 수 있다. 그러나 통합의 정체성의 기둥을 무너뜨리는 행동을 용인하지는 말자. 좌우의 관점에서 통합 정체성이 싫으면 파괴하지 말고 떠나는 것이 지혜롭다.



정병준 교수 / 서울장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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