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여성 친화적인가

한국교회는 여성 친화적인가

[ 논설위원칼럼 ]

윤효심 총무
2022년 07월 25일(월) 08:15
한국교회는 여성 친화적인가 남성 친화적인가? 전자의 입장은 교회사역 대부분이 여성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남성들이 교회 문화에 이질감을 갖지 않도록 교회 안에서 남성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과 양육체계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후자의 입장은 교회 구성원의 성비율로 볼 때 여성이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정책과 의사결정이 대부분 남성 중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여성리더십이 인정받지 못하여 주변부에 머물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모순적인 대립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엘리자베스 쉬슬러 피오렌자의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녀의 저서 「동등자 제자직」에 따르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성은 남성과 여성을 이분화시키는 의식이 아닌 남녀가 각기 한 인격체로 존중받는 인격적 인간의식으로 통합해나가는 일이다. 수천 년 동안 남성이 학문과 문화와 제도를 지배한 결과, 국가와 공공제도와 경제제도 등 모든 사회적 산물이 가부장제로 물든 남성적 성격을 띠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여성은 남성에 의해 결정되는 세계에 참여하기 위해서 부득이하게 남성에게 적응해야 했다. 그 결과 여성에게 요구되는 것이 남성과 같아지고 여성이 남성처럼 행동하게 되었다. 따라서 여성들은 무엇보다도 자기자신을 한 인간 인격체로서 이해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남성과 마찬가지로 자율성과 동반자적 협력관계와 자기결정을 통해 자신들의 인간적 인격성을 실현해나가야 한다. 여성이 사회적 논의에서 동등한 동반자로 인정될 때 비로소 일방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우리의 사회 구조가 균형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실질적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성은 전통적인 남성의식과 새롭게 떠오르는 여성의식을 인격적 인간의식으로 통합해나가는 일이다.

기독교 복음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혁신적인 삶의 전환을 초래하였다. 20세기 초반까지도 제대로 된 이름을 갖지 못하고 살았던 한국여성들은 기독교 복음을 통해 세례를 받고 이름을 가짐으로써 사회적 존재로서 주체적 삶을 통찰하게 되었다. 한국남성들은 기독교로 개종하면서 자신이 누리고 있던 신분제의 혜택과 권위의식을 모두 내려놓는 스스로의 개혁을 단행해야만 했다. 따라서 복음의 정신에 입각한 건강한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로서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존중하며 평등하고 조화롭게 사역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분초를 다투듯이 급변하는 시대적 상황은 우리에게 성별, 세대별, 연령별 차이를 넘어서 하나님 나라의 거시적 차원의 틀에 맞추어 다양한 범주의 사역들을 서로 공유하고 연대 협력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랜 세월 동안 한국교회 안에서 준규범화 되어버린 가부장적 문화와 정서에 대한 성찰, 인식의 변화, 그리고 가부장적 시스템에 대한 변화부터 시도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의 변화는
여성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가부장으로서 무거운 책임 아래 눌린 남성의 숨통도 트이게 하며, 한국교회 전체를 복음으로 새롭게 하고 더 나아가 한국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윤효심 목사 /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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