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효능감과 집단효능감 사이에서

자기효능감과 집단효능감 사이에서

[ 논설위원칼럼 ]

박용범 교수
2022년 07월 18일(월) 08:23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 가운데 '효능감(efficacy)'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원하거나 의도한 결과를 산출하는 능력"을 의미하는데, 자신의 효능감에 대한 신뢰와 연결하여 '자기효능감(self efficacy)'이라는 용어로 주로 사용되기도 한다. 즉, "어떤 상황에서 자신이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기대와 신념"을 의미한다. 요즘엔 이 개념이 다른 영역에도 적용되어 '정치적 효능감', '사회적 효능감', 또는 '양육효능감' 등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2021년 11월을 기준으로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종교인구 현황과 2021년 종교활동 조사결과'에서는 여러 종교의 호감도, 영향력과 아울러 종교의 효능감이 주요 지표로 사용되었다.

발표에 따르면 종교 효능감의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항목들은 종교 생활이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있어 안정감을 얻는 데(77%)', '긍정적인 감정을 갖는 데(74%)', '인간관계를 맺는 데(72%)', '소속감을 갖는 데(71%)', 그리고 '윤리적인 행동을 하는 데(70%)'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1년 전의 조사와 비교할 때 '윤리적인 행동을 하는 데' 종교가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63%에서 70%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는데, 이것은 코로나19 시기를 보내면서 신뢰도 하락으로 오명 가운데 있던 교회를 향한 자성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기 때문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교회에서 자기효능감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이것과 대비되는 개념인 집단효능감(collective efficacy)을 연구한 사미어(Shamir)에 따르면 공동체의 구성원은 각자의 자기효능감을 통해 자신이 속한 리더와 조직에 대한 몰입을 증가시키며, 자기희생적인 행동과 자발적인 참여를 가능하게 한다고 한다. 또 신스와 콜라니(Schyns & Collani)에 의하면 리더의 따뜻한 격려는 조직구성원의 자기효능감을 높이며, 이렇게 높아진 자기효능감을 통해 개인은 리더에 대해 만족감과 신뢰감을 형성하여 조직에 감정적으로 몰입하게 된다고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목회자가 사랑과 포용으로 성도의 자기효능감을 높일 때 교회의 집단효능감도 함께 상승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교회를 위하는 목회자라면 자신의 자기효능감을 높이기보다는 집단효능감을 높이는 일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과의 친밀함에서 효능감을 높이기 위해 쉬지 않고 기도하고 말씀을 연구하는 일에 몰두해야 하지만, 빌립보서 1장 20절에서 바울이 고백한 것처럼 오직 '살든지 죽든지 내 몸에서 그리스도가 존귀하게' 되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소망하면서 개인의 자기효능감보다 앞선 교회의 집단효능감을 높이기 위해 살아야 할 것이다.

연초부터 광주와 전라권을 중심으로 형성된 신학의 흐름을 정리하여 구성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어느 그리스도교 주간지의 학술편 '방랑하는 사람의 무등(無等)신학'에 매주 한 편씩 글을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이루어진 일이다. 이 지역에는 지리적인 상징인 무등산의 명칭이 의미하는 것처럼 "평등이 크게 이루어져서 평등이라는 말조차 사라진 상태"를 복음의 능력으로 이루고자 했던 집단효능감의 아름다운 유산이 남아 있다. 미국 남장로교 파송 선교사들인 서서평, 유화례, 포사이드, 카딩턴을 비롯하여 최흥종 목사, 조아라 장로, 그리고 영성가 이세종, 이현필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철저한 자기 비움과 낮아짐, 그리고 신행일치로 자기효능감이 아닌 집단효능감을 위해 살았다. 그리하여 사회정의와 생태정의를 통합하는 한국적 토속 신학인 무등신학(theology of no-rank)의 기여자들이 되었다.



박용범 교수 / 호남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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