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과 도용의 시대

표절과 도용의 시대

[ 논설위원칼럼 ]

탁지일 교수
2022년 07월 11일(월) 15:20
 진실과 사실 여부는 관심 밖이다. 교차 확인도 중요하지 않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세상이다. 뉴스 제공자도 구독자의 선호도와 만족도, 시청률에만 매달린다.

일부 유튜버들은 구독자 확보와 돈벌이를 위해 거짓 뉴스를 거리낌 없이 만들어 낸다. 검증되지 않은 인터넷 언론들은 저작권도 아랑곳하지 않고 영리 목적의 표절과 도용을 일삼거나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거짓 뉴스를 실어 나른다.

비양심적인 블로거들의 활동도 통제 불능이다. 원저자의 이름과 출처를 감추고, 마치 자신의 글인 양 개인 블로그에 당당하게 게시한다. 심지어 글 앞뒤에 자신의 이야기 한두 줄을 추가해 마치 자신의 창작인 것처럼 영리하게 위장한다.

몇몇 블로그에서 익숙한 필자의 문장들이 통으로 도용된 것을 발견한 적도 있다. 한 문장을 쓰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했던 일이 떠올라 일순간 억울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필자가 번역해 출판한 초기 선교사의 편지가 아무런 출처 표기 없이 마치 자신의 번역인 양 블로그에 게시되고 있는 것을 보고 허탈했던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파되는 것은 그리스도"이니, 순수한 복음 전도 목적으로 그렇게 했다고 항변한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영리 목적으로 이용했다면 그 의도를 순수하게 수용하기는 어렵다.

한편 주요 일간지나 월간지도 요즘 돈만 되면 무엇이든지 할 기세다. 코로나 확산 초기 신천지에 대한 비판 기사를 양산하며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기던 신문들이, 최근 앞다투어 신천지 전면광고를 게재하는 후안무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실 광고는 그나마 정직한 방법이다. 일부 주간지와 월간지들은, 자사 기자들로 하여금 하나님의교회에 대한 홍보성 기획 기사를 작성토록 하는 낯뜨거운 행태도 불사한다.

필자가 관여하고 있는 월간지도 유사한 고민에 빠져있다. 월간지 기사를 공익과 교육을 목적으로 출처 명기 후 활용하는 것은 언제든 환영이다. 최근 발간한 이단 문제 관련 전자책들은 이민교회 목회자와 해외 선교사를 위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단 사이비와 싸워온 이 월간지에 게재된 기사들을 허락조차 받지 않은 채 편집하거나 발췌해서 단행본을 만들어 판매하고, 출처를 삭제하고 버젓이 인터넷에 게재하는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 선교와 공익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영리를 취하고, 지적 재산권을 자연스럽게 침해하는 모습이 영리함을 넘어 당당하기까지 하다.

더 이상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 하자니 왠지 속 좁은 사람처럼 보일까 망설여지고, 혹은 최근 몇몇 유수한 언론들이 하는 것처럼 저작권 소송 운운하며 내용증명을 보낼 수도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이 모든 것이 기독교계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이며, 모두 다 선한 영향력 확산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바에야 아예 모두에게 지난 16년간 디지털화한 월간지의 이단 자료들을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지나치게 똑똑한 몇 사람의 돈벌이에 악용되는 것보다, 아무런 조건 없이 누구든지 필요한 자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쩌면 오늘날 빅데이터 시대의 정보공유를 위한 적절한 방법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탁지일 교수 / 부산장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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