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과 휴가철을 맞이하며

방학과 휴가철을 맞이하며

[ 논설위원칼럼 ]

권용근 총장
2022년 06월 29일(수) 10:22
6월을 마감하면서 각 대학교에서는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방학은 놓을'放(방)', 배울 '學(학)'으로 '배움을 놓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방학은 학기 중 교실에서 교수(선생)님으로부터 배우던 배움을 놓고 방학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방학은 모든 배움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방학은 자신이 스스로 학습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다. 학기 중 과제 때문에 읽지 못하던 책이나 부족한 어학을 보충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논어 2편 장엔 '子曰 學而不思則亡 思而不學則殆(자왈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 즉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아니하면 맹목적으로 되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아니하면 위태로워 진다'고 했다. 그러므로 방학 동안에는 한 학기 동안 배운 내용을 곱씹고 되새김질하므로 더 큰 배움이 있는 방학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제 7월이 되면 각 직장 마다 휴가의 시간을 갖게 된다. 휴가는 열심히 하던 일을 놓고 일로부터 뒤로 물러서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두고 '퇴수(retreat)'라고 하지만 퇴수는 일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하던 일에서 벗어나서 하던 일을 다시 되돌아보고 일을 더 잘하기 위함이다. 방학(vacation)이란 영어도 비어 있는(vacant) 공간과 연관되는 것으로 빈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왜냐하면 늘 하던 일 속에 꽉 차 있는 공간에 파묻혀 있으면 자기가 하는 일의 이유도 모를 뿐 아니라 객관적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로부터 떠나보면 전에 볼 수 없었던 것을 새롭게 볼 수 있고 못 보던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도 그의 명령을 받아 열심히 일하던 제자들에게 "너희는 한적한 곳에 가서 잠깐 쉬어라"(막 6:31)라고 말씀하셨다. 이렇게 말씀하신 것은 제자들이 일 때문에 너무 바빠 정신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음식을 먹을 겨를도 없었기 때이다. 그러므로 열심히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 가운데 잘 쉬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이는 마치 음악이 음표로만 구성되어 있는 것 같지만 실제는 음표와 쉼표가 혼재 되어 있는 것과 같다. 노래를 부르다 보면 음표보다 쉼표대로 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고 쉼표 때문에 음표의 효과는 더 드러나게 되어 있다.

수도사들이나 영적 지도자들은 열심히 일하는 가운데 아무도 없는 사막이나 산을 찾아 시간을 홀로 보냈다. 이를 독거(solitude)라고 하는데 외로움(loneliness)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외로움은 함께 하지 못하거나 버려진 느낌으로써 더욱 심해지면 우울증에 걸리지만 독거는 스스로 홀로 있음을 선택하는 것으로 삶이 풍성하게 된다. 왜냐하면 바쁜 일상에 파묻혀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못하다가 스스로 선택한 고독 속에서 하나님을 깊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각 대학은 방학이 시작되었고 각 직장에서도 휴가 계획이 나왔다. 각 교회에서도 여름방학 기간을 통해 수련회가 계획되어 있을 것이다. 잘 계획되어 있는 방학이나 수련회는 학교 교실에서 보다 더 큰 배움을 얻어낼 수 있는 좋은 공간이 된다. 잘 계획된 휴가는 일 속에 파묻혀 볼 수 없었던 것을 보게하고 듣지 못하던 것을 듣게 한다. 더욱이 스스로 선택한 '절대 고독'의 시간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하여 더 큰 하나님의 일을 감당할 수 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보다 더 바쁜 휴가는 피곤함 만을 갖고 올 것이다. 그러므로 절제된 방학과 휴가는 일상에서 배우지 못했던 더 많은 배움을 얻게 하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함으로써 제대로 된 하나님의 일을 하게 할 것이다.



권용근 총장 / 영남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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