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언서판영(身言書判靈)

신언서판영(身言書判靈)

[ 논설위원칼럼 ]

양원용 목사
2022년 06월 20일(월) 08:00
윤석열 정부의 요직에 검찰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였다. 야권에서 윤석열 정부를 검찰 공화국이라고 비판하자, 지난 문재인 정부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으로 도배하였다고 하였다. 제8기 민선 광역기초단체장들의 기관 인사가 시작된다. '인사가 만사'라고 하는데 어떤 기준을 가지고 인사를 해야 하는가?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중국 당나라 때 관리를 채용하는 기준이었다. 조선 사대부 집에서 사위를 고를 때에도 이 기준을 적용하였다. 신언서판의 신(身)은 얼굴과 외모와 신체의 건장함을 보는 것이다. 언(言)은 언변, 말솜씨이다. 교양을 보는 것이다. 서(書)는 글씨와 글의 내용이다. 지식을 보는 것이다. 판(判)은 사람과 사물의 분별력과 판단력이다. 지혜를 보는 것이다. 이 네 가지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는데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후자로 갈수록 중요한 의미가 있다. 외모보다는 말이 중요하다. 말보다는 글의 교양이 더 중요하다. 교양보다는 사람과 사물의 분별력과 판단력의 지혜가 더욱 중요하다.

우리나라 18세 이상 여성 810명에게 여성의 아름다움을 결정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물었다. 얼굴 26%, 몸매 19%로 얼굴과 몸의 외모가 아름다움을 결정한다는 응답이 45%였다. 그 뒤로 성격 14%, 교양 10%, 능력 순이었다. 여성이 여성을 볼 때도 얼굴과 외모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남성에게 물었다면 외모의 비율은 더욱 높았을 것이다. 이같은 결과는 세상이 혼탁하며 역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나님도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실까? 여호와께서 사무엘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보는 것은 사람과 같지 아니하니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삼상16:7)라고 하였다. 하나님은 마음의 중심을 보신다.

조선왕조 말기에 "대한 그리스도인 회보"라는 기독교 신문이 있었다. 1899년 3월 신문에 실린 내용이다. "이번에 새로 나온 군수 중에 한 분이 말하되 야소교 있는 고을에는 갈 수 없으니 영남 고을로 옮겨달라니 어찌하여 야소교 있는 고을에는 갈 수 없나요? 야소교는 하나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하도다. 야소교를 믿는 사람이 어찌 관장의 영을 거역하리오. 그러나 관장이 부단히 백성의 물건을 뺏을 지경이면 용히 뺏기지 아니할 터이니 그 양반이 갈 수 없다는 말이 이 까닭인 듯하다."

이 이야기가 무슨 이야기인가? 조선왕조 말기에 고을 군수 자리가 5만 냥에 거래되었다고 한다. 돈 있는 양반이 권세 있는 자에게 부탁하여 평안북도 군수 자리를 얻게 되었다. 그런데 부임하기에 앞서 사람을 먼저 보내 고을을 정탐하여 보니, 그곳은 야소교 즉 교회가 많고 예수 믿는 사람들이 많아 돈을 챙기기가 어려울 것 같으니 교회가 없는 영남 마을로 보내 달라는 이야기이다. 예수 믿는 사람들이 많은 지방에 군수가 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 당시 조선 인구가 1,200만 명이었다. 기독교인은 만 명이 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0.1%도 되지 않았다. 1,000명 중에 예수 믿는 사람이 1명 꼴이다. 그러나 예수 믿는 사람의 빛과 소금의 영향은 대단하였다.

지금은 25%가 그리스도인이다. 1,000명 중의 250명이 예수 믿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의 영향력과 경쟁력은 어떠한가? 이 시대에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신언서판보다 '신언서판영'(身言書判靈)이면 좋겠다. 사람과 사물을 분별하며 판단하는 지혜보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믿음의 영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양원용 목사 / 광주 남문교회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