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빚을 갚을 때

지금은 빚을 갚을 때

[ 논설위원칼럼 ]

곽군용 목사
2022년 03월 28일(월) 08:15
16년 전, 선교사 생활을 정리하고 목포에서 담임목사로 부임했던 첫해, 필자는 교회가 지역사회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래서 서울에 있는 몇 몇 교회들의 흉내를 내어서 한 것이 '사랑의 연탄나누기'였다.

성도들에게 특별구제헌금을 호소하고, 그 돈으로 목포에 연탄을 사용하는 460여 가정에 연탄 200장 씩을 나누어 드렸다. 아동부에서 장년부까지, 12월 한달 동안의 시간표를 짜서 직접 연탄배달을 하는 것은 매년 교회의 잔치였다. 독거노인들과 홈리스들, 북한 이탈주민들, 외국인 근로자들을 초청해 목포역전에서 성탄 축하예배를 드리고, 참석한 모두에게 두터운 방한복과 따뜻한 점심 한 끼를 대접했다. 그러기를 15년, 그동안 연탄을 사용하는 가정 수가 현저히 줄어들어 연탄 대신 보일러 기름으로 바꾸고, 여선교회에서는 매년 1500포기의 김장을 담가 쌀과 함께 각 가정에 10kg씩을 나누며, 방한복들과 생활용품, 소년소녀 가장들을 위해 그들이 좋아할 전자제품 등을 나누었다.

2년 이상이나 계속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성도들은 성전 예배에는 못나와도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들을 위한 구제만은 늘 풍성하게 드리고 구제사역에 참여했다. 이 15년 동안의 구제사역을 통해, 한국교회 성도들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는 아낌없이 드리는 순수한 신앙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필자는 발견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이상한 보고가 부교역자들에게서 계속 올라왔다. 연탄을 받는 가정들에서는, 그 연탄을 다시 업자에게 헐값에 되팔아 돈을 챙기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김장김치를 나누어 드리면, 자기들이 직접 힘들게 김장을 하지 않아도 교회에서 나누어주니 너무 편하고 자기들 돈을 안 써도 된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매년 600~700 벌씩 나누어 드리는 방한복이 고가의 세련된 고급 제품이 아니라는 볼멘소리도 들렸다. 필자가 국내 사정을 잘못 판단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부의 복지정책이 너무 잘 되어 있고, 경제수준이 높아져서 우리의 가난은 상대적인 빈곤이지, 못 먹고 못 살고 못 입는 수준의 절대 가난은 없다는 말들이 들렸다. 여러 목사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요즘처럼 강원도 지역의 갑작스러운 산불로 인한 재난 상황이 아니라면, 이제는 구제할 곳이 별로 없다고 한다. 필자가 느꼈던 것과 똑같았다.

이제는 우리의 긍휼의 눈을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그리고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개발도상국들의 절대빈곤에 시달리는 이웃들에게로 돌려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가 해외 다른 나라로부터 원조 받고 도움 받은 그 사랑의 빚을 갚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한국교회 성도들의 남을 도우려는 뜨거운 긍휼의 마음과 순수한 믿음을 해외로 돌려야 할 것이다. 지금은 빚을 갚을 때이다.



곽군용 목사 / 양동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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