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연 통합 논의, 연합기관 인식 차이 커

뚜껑 연 통합 논의, 연합기관 인식 차이 커

한국교회 기관 통합을 위한 연석회의 개최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1년 10월 25일(월) 09:18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한기총) 대표 및 관계자들이 22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기관통합을 위한 연석회의를 가졌다. 몇 개월에 걸쳐 수 차례 가진 양자 간 모임 이후 열린 회의인 만큼 연합기관 통합의 최대 과제인 '사이비이단' '차기 지도력 선정(대표 선출)' '재정(부채) 및 직원(인사), 주무관청 법인' 문제 등 현안들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관심이 집중됐지만, 기대와 달리 특별한 논의 없이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는 자리가 돼 통합 과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이날 각 기관 대표 중 법원에서 직무대행으로 파송받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임시대표회장 김현성 변호사의 발언은 교계와 다른 큰 인식 차이를 들어냈다. 이단 문제만큼은 신중에 신중을 가했고, 이단과의 타협(대화) 불가 원칙만큼은 고수하고, 또 고수해야 할 한국교회 전통 지도자들의 우려를 낳을 만한 발언을 해 괴리감이 상당하다는 평가다. 김현성 임시대표회장은 "교섭은 먼저 양보하는 것이고, 내가 요청할 때는 상대방의 제안도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한교연이)한기총의 정상화를 이야기하지만 한기총이 비정상은 아니다. 위기상황일 뿐이다. 이것은 한기총의 위기가 아니라 한국교회의 위기이다.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시작은 32년 전이다. 부끄러운 역사도 역사이다. (한국교회가)한기총의 역사를 가져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통합이 어렵다"고 전했다.

김 임시대표회장은 통합 논의에 있어 최대 장애물인 이단 문제에 대해선 한기총 내부에서 해결할 수 없다는 명확한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한기총 자체적으로 (이단)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며, "논의 대상 역시 한기총 회원 교단이다. 완전히 배제한다는 것은 통합 정신과 맞지 않는다. 잘 못 한 것은 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를 비롯한 많은 교단이 한기총 일부 회원의 이단 문제를 우려하고, 이 문제로 해당 기관을 탈퇴하거나 행정보류를 감행한 상황을 감안할 때 현 임시대표회장의 상황 판단은 한국교회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더욱이 이단 문제 해결 방안에 공식적인 진전 없는 상황에서 통합 후 논의될 차기 지도력에 대한 문제 등만 새롭게 부각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까지 더해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단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교총이 이단 문제의 해결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물밑채널'을 통해 해결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한국교회 연합기관 지도자들이 그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잘 알기에 원칙에 따라 공개적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어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날 한교연 대표회장 송태섭 목사는 거듭 한기총의 정상화에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기관 통합의 전제조건도 한기총 정상화였다. 그가 강조한 원칙에 입각한 한기총 정상화는 교계 지도자를 통한 대표회장 직위 회복을 비롯해 이단, 금권선거 척결 등 한국교회가 우려하는 다양한 의미까지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송 목사는 "통합은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통합을 위해서는 32년 된 한기총이 먼저 정상화되어야 한다. 정상화하지 않으면 통합할 수 없다. 한교총에 대해선 정체성을 밝혀야 한다고 일관되게 말씀을 드렸는데 조금씩 접근해 가고 있다"며, "(연합기관이)통합을 하는데 얼마나 양보하고 내려놓아야 하는지, 함께 할 수 있는지 각론에 있다. 점진적으로 한 걸음씩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교총 대표회장 소강석 목사는 연합기관의 양보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서로가 하나 된다면 무엇을 못 하겠는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한국교회를 세우고 싶다면 양보를 넘어 남을 치켜세운다면 얼마든지 한국교회 연합기관이 하나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세 기관은 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에 대한 필요성은 인식했다. 하지만 실제 당위성과 공감대 형성에 있어서는 2개월 이상 이어진 양 자간 접촉에 비례해 퇴보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교총이 이미 한국교회 대표 연합기관으로 안착해 그 역할을 감당해 왔고, 대정부와의 소통 창구까지 착실히 감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년째 반복된 패턴의 지루한 통합 추진에 '누굴 위한 통합인가?' '통합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가?'등 부정적인 목소리가 커지면서 숨겨진 이면에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각 연합기관 대표 인사 후 전체 모임을 비공개로 전환한 세 개 연합기관은 이날 '한국교회 기관 통합을 위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세 기관은 합의문을 통해 △한국교회와 민족 앞에 한국교회를 바르게 섬기지 못한 일을 통회하는 심정으로 회개한다 △한국교회는 철저한 방역에 힘쓰며 자율적인 예배 회복에 최선을 다한다 △세 연합기관은 서로 존중하며 연합기관의 통합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등의 입장을 밝혔다.

수 개월간 수 차례 만남을 갖고 이날 연석회의를 가진 세 개 연합기관의 공식 합의문치고는 여전히 통합과는 갈 길이 상당히 멀어 보인다는 게 교계 인사들의 중론이다. 어떤 경우에나 그렇듯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화려한 문구나 미봉책보다 진정성 있는 대안 제시가 통합을 바라는 한국교회 연합기관에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교회 기관통합을 위한 첫 연석회의 참석자 명단.

한국교회총연합:박문수 최종호 지형은 김태영 소강석 정동균 양병희 고영기
한국교회연합:김학필 김병근 권태진 송태섭 원종문 김효종 최귀수
한국기독교총연합:김정환 류성춘 이용운 김명식 김현성 황덕광 길자연 엄기호 김용도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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