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의 교회

기후위기 시대의 교회

[ 논설위원칼럼 ]

박용범 교수
2021년 10월 25일(월) 09:31
세계적으로 올해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기후위기다.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인류는 총력을 기울여서 해결 방안을 모색해 왔고, 코로나19의 원인을 분석하는 다양한 노력이 시도되었다. 연구는 지금까지 강조되어 오던 지구 생태계 차원의 불가역적인 파괴와 지구 온난화의 매커니즘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하여 급격한 기후변화에서 기후위기, 나아가 지구 시스템 전체의 기후붕괴를 예견하는 데까지 도달한 것이다.

이러한 관심을 반증이라도 하듯 지난 5월 20일에는 종교계의 노벨상이라고 하는 템플턴상이 영장류학자면서 생태운동가인 제인 구달에게 수여되었다. 담당 재단은 구달 박사의 수상 이유에 대해 "박사의 업적은 겸손과 영적 호기심의 좋은 예"라며, "그의 발견은 동물의 지능에 대한 관점을 완전히 바꿔놓았고 인간성을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줬다"고 설명했다. 박사는 2020년 4월 코로나19 감염자가 세계적으로 급증하던 시기에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전염병의 출현은 수년 전에 예견됐다. 자연을 무시하고 지구를 공유해야 할 동물들을 경시한 결과 팬데믹이 발생했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했다.

이와 함께 지난 10월 5일에 발표한 노벨 물리학상은 지구의 기후 시뮬레이션과 지구 온난화를 예측하기 위해 기후 모델링 연구를 수행한 두 명의 학자와 무질서한 물질의 물리학을 연구한 한 명의 학자에게 돌아갔다. 이로써 지구 온난화에 대한 논란은 종식되었고, 온실가스 배출의 감소와 탄소 중립을 위한 모든 인류의 일치된 노력이 절실하다는 시대적 요청으로 이해되었다. 즉, 기후위기가 전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필자는 호남신학대학교에서 이번 학기부터 '기후위기 시대의 교회'라는 과목을 개설하여 35명의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기후문제가 단지 물리적 세계만의 위기가 아니라 도덕적이며 영적인 위기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교재로 사용하고 있는 필자의 저서 '기독교 사회생태윤리-인공지능, 기후위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기독교윤리'에서 강조하고 있듯이 '사회정의와 생태적 참살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이웃사랑을 윤리의 핵심 기준으로 여기는 그리스도인들은 강도를 만난 이웃인 지구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마태복음 16장에 날씨는 분별할 줄 알면서 시대의 표적은 분별하지 못하는 종교인들을 향한 예수님의 책망이 나온다. 악한 세대일수록 가시적이며 사람들을 현혹하는 표적을 더 구하게 마련이듯이 소비와 향락에 중독된 인류는 대재앙의 명백한 경고 앞에서도 과학기술과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당장 느림과 단순함, 청빈을 삶의 양식으로 채택하는 것은 고사하고 성장 속도의 감퇴로 인해 조바심을 내는 모습은 감각적인 표적만을 추구했던 어리석은 자들을 떠올리게 한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복을 주시고 우리를 지탱하시는 것은 창조세계를 통해서다.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이자 땅의 자녀이며, 모든 창조물과 상호 연결되어 있고, 하나님의 영이 깃든 지구를 지키고 돌보기 위해 부름을 받았다. 우리가 이것을 망각함으로써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이 현재의 기후위기다. 지구의 급격한 기후변화는 다른 모든 형태의 생태계 악화를 앞지르고 있으며 이제 지구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교회와 신학이 더 지체하지 말고 기후위기의 시대에 믿음과 소망의 방향을 재설정하고 적극적이며 구체적인 행동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



박용범 교수 / 호남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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