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세 글자에 울컥, 관람객 보며 감동"

"'아버지' 세 글자에 울컥, 관람객 보며 감동"

양평에서 글씨전 열고 있는 글씨 명인 손영희 작가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1년 08월 07일(토) 22:46
"제 글씨를 보시는 분 중 많은 사람들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씀해 주세요. 저는 이 말을 최고의 극찬으로 생각해요. 글씨를 쓰면서 하나님께 기도하거든요. 제 글씨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평안해지게 해달라고요."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카포레 1층 컨벤션홀에서 8월 한달간 '글씨전'을 열고 있는 단아 손영희 작가는 양평 용문면의 산새공방에서 매일 쉴 새 없이 무언가를 만들고 쓰고 고치고 그린다. 이 행위가 손 작가에게는 기도요, 자신의 인격을 다듬는 수양이다.

8월 7일 양평의 전시회장에서 만난 손글씨 명인 손영희 권사는 66세의 나이에도 소녀와 같은 맑은 눈망울을 가지고 있었다. 손 작가는 젊은 시절 광고계에서 디자인과 손글씨에 눈을 뜨고, 캘리그라피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부터 광고계에서 아름답고 독창적인 손글씨로 이름을 알렸다. '단아체'와 '02체'라는 이름의 한글폰트를 개발하기도 했고, 전시회도 그룹전 16회, 개인전도 5회나 연 우리나라 최고의 캘리그라퍼 중 한 명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광화문에 걸린 '오! 필승코리아' 글씨도 그녀의 작품이고, '아시죠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엄마야 누나야 양평 살자' 등 양평 곳곳의 홍보 문구도 그녀의 작품이다.

손글씨뿐 아니라 바느질, 자수, 설치미술 등의 작품을 통해 손 작가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성경구절과 자신의 신앙고백이 적힌 글귀 등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창조주를 생각하게 한다. 여러 글귀 중 전시회 중앙에 커다랗게 적혀 있는 '아버지'라는 세 글자가 특히 눈길을 끈다.

"여기에 있는 모든 글 중 저에게는 '아버지'라는 단어가 가장 가슴에 와 닿아요. 네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저는 자라면서 아버지란 호칭을 불러보지 못했거든요. 신앙을 갖게 되면서 '아버지'란 호칭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최근에 어려운 일도 많았는데 기도하면서 '아버지'를 부르면 아무 것도 걱정하지 말라고 하세요. 관람객 중에도 제가 써 놓은 '아버지' 단어 앞에서 울컥하시는 분들을 자주 봐요."한달 간 진행하는 콘서트를 위해 손 작가와 인연이 있는 음악가들이 그녀의 전시회를 돕기 위해 매주 토요일 전시장에서 음악회를 연다. 지난 2일에는 가수 남궁옥분, 7일 한승기·리키, 14일 색소포니스트 석성노, 21일 개그맨 조혜련, 28일 파이프오르겔 제작자 홍성훈, 오르겔 연주자 양하영 교수, 오카리나 연주자 김욱 교수 등이 손 작가의 글씨에 자신들의 선율을 보탠다.

"세계 속에 우리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다"고 말하는 손 작가는 "사실 더 깊은 제 마음 속 기도는 제 글씨를 통해 아버지가 우리의 삶에 동행하심을 만민이 알게 하는 것"이라며, 특유의 밝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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