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고통당하는 이웃 외면 않습니다"

"한국교회, 고통당하는 이웃 외면 않습니다"

강진군 전복 가두리 양식장 피해...총회와 지역교회 나서 위로와 격려 전해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1년 08월 05일(목) 16:39
갑작스러운 폭우로 생계를 잃고 망연자실한 이웃들을 돕기 위해 지역교회가 발벗고 나섰다.

지난 7월 5일부터 6일. 전남 강진에 5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장대비가 퍼부었고, 급기야 강진군 마량면 전복 가두리 양식장의 전복 2261만마리가 폐사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전복 양식어가는 총 31어가로 피해액만 400억원이 넘는다. 전복 폐사 원인은 이틀간 쏟아진 집중호우로 인해 민물이 바다로 한꺼번에 밀려들면서 양식장 주변의 염분이 급격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당시 염분 측정결과 5ppm으로 전복이 살 수 있는 최저 염분 27~35ppm에 5분의 1수준이었다.

"우리 삶이 한순간에 무너졌어요. 지난 3년간 자식처럼 키워온 전복들을 모두 잃었습니다. 재산도 노력도 물거품이 됐어요. 제발 우리를 도와주세요."

피해 주민들의 호소에 교회는 가만 있지 않았다. 땅끝노회 마량교회 이자섭 목사는 교회에 '모금함'을 설치했다. "그분들에게 전복은 삶의 전부"라는 이 목사는 "피해어민들의 참담함과 막막함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고 싶어서 교인들과 함께 정성을 모으기로 했고 300만원의 헌금을 모았다"고 했다.

한 가정당 피해액만 10억 원이 넘는 상황에서 더 큰 관심과 사랑이 필요했다. 이자섭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사회봉사부 부장 임한섭 목사에게 피해어민들의 어려운 상황을 알렸다. 임한섭 목사는 "마량교회는 그동안 지역사회와 협력해 어려운 이웃들을 살펴왔고, 각종 구호재난에 관심을 갖고 모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교회"라며, "이 목사님이 너무 마음 아파하면서 총회의 도움을 요청했고, 총회도 지역교회가 이웃들을 향한 진정어린 행보에 도움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총회 사회봉사부는 지역교회인 마량교회가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피해 규모가 큰 점을 감안해 '수해(집중호우)피해구호비'1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자섭 목사는 "한국교회가 고통 당하는 이웃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다고 알리고 싶었다"면서 "피해 사진과 동영상은 물론 지역 신문에 보도된 기사들까지 스크랩해 임 목사님께 보냈다"고 설명했다.

피해 어민 중에는 마량교회 교인 7가정도 포함되어 있다. 이 목사는 피해 가정을 심방하며 재해비상대책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 위원회를 찾았다. 재해비상대책위원회는 전복 양식장을 운영하는 어가들이 모여 서로를 위로하고 적절한 피해 보상 등을 도모하고자 설립됐다. 이자섭 목사는 위원회를 서너번 방문해 기도하고 격려했다. 이 목사는 "그들의 사정을 듣는데 눈물을 감출 수 없는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다. 3년 동안 전복에 올인하면서 수입보다 빚이 더 많았다"면서 "모든 것을 잃고 실의에 빠진 이들을 교회가 가만히 두고 볼 수 만은 없어 교인들이 정성을 모았고, 총회까지 소식을 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지난 3일 총회 사회봉사부 부장 임한섭 목사와 노회 임원, 마량교회 이자섭 목사와 교인들, 지자체 관계자 등이 비상대책위원회를 방문했고, 총회와 교회가 모은 헌금 1300만원을 전달했다. 피해 어민들은 "교회가 우리에게 관심을 갖고 도움을 주시니 감사하다"면서 "우리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 때까지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대해 임한섭 목사는 "얼만 안되는 작은 액수지만 조금이라도 위로하고 격려하고 싶다"면서 "마음 아프시겠지만 힘을 내라. 우리가 기도하겠다"고 응답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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