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현실이 현실이 된 시대, 교회는 준비됐나?

가상 현실이 현실이 된 시대, 교회는 준비됐나?

[ 스페셜 ] 젊은 세대는 코로나 때문에 교회에 안 오는 것이 아니다

조성실 목사
2021년 07월 22일(목) 10:27


사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메타버스를 경험해 왔습니다. '제페토(Zepeto)' 이전에 '싸이월드'가 있었고, '로지' 이전에 사이버 가수 '아담'이 있었죠. 15년 전 광풍처럼 나타났다가 지금은 시들해진 '세컨드라이프'에서도 사람들은 온라인교회를 짓고 예배를 드렸죠. 그런데 최근 메타버스가 급부상하는 이유가 뭘까요? 코로나 시대에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하겠지만, 제가 바라보는 현상의 본질은 다릅니다. 메타버스가 요즘 핫(?)해진 진짜 이유는 바로, 메타버스에 '돈'이 모이기 때문입니다.

포트나이트(Fortnite)에서 진행된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의 콘서트를 동시에 1230만 명이 시청했다는 기사나, BTS의 온라인 '방방콘서트' 수익이 298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기사, 제페토와 구찌의 콜라보 기사, '어스2(earth2.io)'의 가상부동산 사례, NFT를 통한 예술작품 판매사례 등을 보면 한시라도 빨리 메타버스에 올라타야 할 것 같고,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생겨나는 거죠.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과 자본은 메타버스에 대해 이해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위한 전략이 필요할 겁니다. 하지만 교회도 그럴까요?

메타버스에 교회를 만들어 놓으면, 제페토 안에 꾸며진 블랙핑크의 '블핑하우스'처럼 1300만 명이 다녀가는 명소가 될 수 있을까요? 가상화폐를 통해 헌금이 모이고, 다음 세대가 저절로( 찾아오는 그런 온라인 교회가 만들어질까요? 안타깝게도 메타버스는 그러한 우리의 환상까지 채워주지는 못합니다. 현실에서 별로 가고 싶지 않은 곳은 메타버스에서도 굳이 가고 싶지 않습니다. 현실에서 너무나 가고 싶은데 가지 못하는 곳을 메타버스라는 공간을 통해 해소하고 대리만족하는 거죠.

메타버스의 종류 중 '거울 세계'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실제 세계의 모습, 정보, 구조 등을 가져가서 복사하듯이 만들어 낸 메타버스죠.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만 거울 세계에서는 이에 효율성과 확장성이 더해집니다. 예를 들어, '배달의 민족' 앱에는 식당의 위치만이 지도에 보여지는 것이 아닙니다. 거울 세계로 만들어진 이 지도 위에는 식당의 위치뿐 아니라 메뉴, 별점, 고객 후기 등이 다양하게 올라오면서 식당에 대한 정보가 확장되죠. 고객은 효율적으로 정보를 파악하고 손쉽게 식당에 접속합니다. 같은 이치로 교회가 정말 메타버스의 시대를 준비하고자 한다면, 먼저 현실 세계에서의 교회를 돌아봐야 합니다. 특히 MZ세대를 위한 메타버스 교회를 준비하고자 한다면, 현실에서의 교회가 과연 MZ세대들에게 '가고 싶은 곳'인지를 자문해 봐야 한다는 거죠. 현실에서의 교회가 MZ세대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예컨대, 교회의 메뉴(?)와 별점, 후기가 형편없다면, 그 교회는 현실 세계이든 메타버스이든, 더 이상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지 못할 테니까요.

글로벌 컨설팅기업 PwC는 2019년 50조 원이었던 메타버스의 시장규모가 2030년이 되면 1700조 원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이처럼 분명 메타버스는 10년 내에 '다가올 미래'죠. 하지만 모든 기술이 그렇듯 '기술완성도'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나면, 사람들은 기술 그 자체에 대한 인식은 약해집니다. 마치 전기공급이 원활해진 요즘, 우리가 생활 가운데 '전기라는 기술'을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메타버스 역시 어느 날 그렇게 우리 곁에 다가올 것입니다.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삶 구석구석에 녹아들 거고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지고, 사람들은 두 세계를 오갈 때 아무런 '마찰'을 느끼지 못하는 때가 곧 올겁니다.

그렇다면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지금 교회가 정말 집중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글로벌 컨설팅 기업 커니(Kearney)의 조사(2019년)에 따르면, Z세대 응답자의 81%가 '오프라인 쇼핑'을 선호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들이 매장방문을 선호하는 이유는 매장에서의 쇼핑이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세계와 단절될 기회를 주기 때문(50%)'이라고 답했죠.

최근 MZ세대들에게 있어서 핫한 트렌드를 이야기 할 때 '등산'과 '명상'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또한 그들은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야외에서 '캠핑'을 즐기죠. '리테일테라피(retail therapy)'라는 말처럼 그들은 오프라인 쇼핑을 통해 힐링되는 기분을 느낍니다. 최근 기업들은 앞다투어 오프라인에 체험형 매장을 만들고, 자신들의 브랜드에 스토리를 입혀 경험하도록 만들죠. 이른바 '아날로그의 반격'이고, '피지털(피지컬+디지털)의 시대'입니다.

교회라고 다를까요? 목회데이터연구소의 2021년 7월 통계를 보면, 온라인 문화에 익숙한 청소년임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예배(78%)'보다 '현장 예배에(87%)' 더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생들은 줌으로 진행되는 원격수업에 피로감을 느끼며 '줌 피로(Zoom Fatigue)'를 호소합니다.

디지털 문화의 세례를 받고 태어난 MZ세대가 오히려 오감을 통해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소비재가 아닌 경험재를 선호한다는 거죠. 최근 연남동, 성수동과 같은 이른바 핫플레이스를 가보십시오! 여의도의 '더 현대 사운드 포레스트'나 도산공원의 '젠틀몬스터 하우스도산'을 가봐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에서 만나기 힘든 MZ세대가 가득해요. 이쯤 되면 머리 속이 더욱 명확해집니다.

'코로나 때문에 교회를 안 오는 게 아니다. 올 이유가 없으니 교회에 안 오는 것이다.' MZ세대는 온라인에서 정보를 교류하고, 오프라인에서 체험하고, 그 경험과 느낌을 다시 온라인에 기록 즉, 라이프로깅을 합니다. 그들은 하이브리드 여정 속을 살아갑니다. 온/오프라인의 전환이 '디지털 네이티브'답게 매끄럽죠.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교회는 '옴니채널(Omni-channel)' 위에 복음을 올려놓아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다양한 채널을 통해 효율성을 추구하는 '멀티채널(Multi-channel)이 아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어, 어느 공간에서도 성도들이 교회의 본질을 경험할 수 있도록 채널 간의 유기적인 연결을 만들어야 합니다. 나아가 교회는 변화하는 시대를 이해하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세대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은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셨습니다. 성육신(incarnation)은 육체를 지닌 인간에 대한 주님의 사랑이며 이해와 관심의 표현이죠. 우리에게 부어주신 구원의 은총은 육체의 부활을 포함합니다. 주님의 몸 된 교회는 이 기쁜 소식을 '땅 끝'까지 전해야 하는데요. 우리에게 '땅 끝'은 어디일까요? 인간의 '영혼', '육체', '현실', 그리고 '메타버스'가 모두 우리가 복음을 전해야 할 '땅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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