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에 관심 없는 세대와 능력주의

종교에 관심 없는 세대와 능력주의

[ 논설위원칼럼 ]

윤효심 목사
2021년 07월 12일(월) 09:10
한국갤럽은 지난 3~4월경 전국 1500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종교(1984~2021)에 대해 조사하였다. 그 결과, 종교를 믿는 사람은 남성(34%)보다 여성(56%)이 많고,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많았다(20대 22%, 60대 이상 59%). 종교인 전체 비율은 2004년에는 54%까지 늘었으나 2021년에는 40%로 줄었는데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20·30대의 탈(脫)종교 현상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비종교인이 종교를 갖지 않는 가장 큰 이유(54%)는 '관심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과거 신앙 경험이 있다고 말하는 비종교인들 중에는 안타깝게도 개신교 이탈자가 가장 많았다. 종교에 대한 관심이 없으므로 현재까지 이탈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30대 청년층은 왜 종교에 대한 관심이 없을까? 능력 중심의 사회 속에서 능력주의를 종교처럼 착각해버린 탓은 아닐까?

미국의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은 '공정하다는 착각'(The Tyranny of Merit)이라는 책에서, 개인의 능력에 따라 더 많이 보상받는 것을 당연하고 공정한 것으로 간주하는 사회를 능력주의 세상이라고 정의한다. 샌델은 우리가 이렇게 당연하게 믿어왔던 능력주의가 공정(公正)하지 않으며, 오히려 사회적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하였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샌델의 주장은, 이런 능력주의를 가속화시키고 능력없는 사람을 패배주의에 빠지게 한 요인 중 하나로 기독교가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에 따르면, 종교개혁 이후 등장한 직업 소명설이 왜곡됨으로써 능력주의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러내었다. 칼뱅(J. Calvin)의 예정론 "내가 선택 받았을까?" 하는 의문의 지속성과 절박성이 직업 소명설과 연결되면서 왜곡이 일어났다는 점을 지적한다. 세속적 행동을 구원의 징표로 여기는 관점이 구원의 조건으로 여기는 관점으로 미끄러졌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의 능력을 통해서 성공한 사람은 구원을 받은 사람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구원에서 소외된 사람으로 오인되었다. 이것이 현재 미국 기독교 안에서 번영의 복음으로 인식되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인식은 미덕이 되고 신학화되어서 현 경제체제와 시장을 정당화하고, 개인의 운명에 대한 책임을 강조함으로써 신자들에게 노력과 믿음만 있으면 부와 건강을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을 주었다.

결과적으로, 번영을 이룬 성공한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게 되고, 실패한 이들은 자신의 무능력을 탓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미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가 더욱 심화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구원과 복, 그리고 능력주의가 혼재된 이런 흐름이 한국교회 내에도 유입되지 않았나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한국교회도 번영의 복음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면, 능력주의로 인한 개인적, 사회적 아픔을 양산하는 일에 일조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성경은 이런 능력주의 혹은 권력, 세습자본과 신분 등에서 비롯된 사회적 불평등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무엇을 제시하고 있는가? 성경에 나타난 대표적인 제도 중 하나가 '희년제도'이다(레 25장). 50년 동안 부를 축적한 사람은 다시 이웃에게 부를 나눔으로써 환원시키고, 경쟁에서 낙오되어 빚더미에 오른 사람은 자신의 땅과 집과 몸을 환원받음으로써 모두가 함께 다시 출발할 기회를 갖는 제도이다. 축적된 부는 오롯이 수익자 자신의 능력만으로 획득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 때문이다.

성경이 제시하는 또 하나의 해결책은 '고엘제도'이다. 능력있는 근족(近族)이 삶의 자리가 위태로운 친척의 손해나 빚을 대신 감당하는 것이다. 고엘제도를 통해서 가문 전체가 회복된 사례는 보아스와 룻을 통해 볼 수 있다.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에서 고엘제도를 지킨 보아스를 다윗의 조상으로 명기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과연 성경의 희년제도와 고엘제도를 실천할 수 있을까? 이 시대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이제 말만 하지 말고, 자신들을 개조시키려 하지 말고, 먼저 너희가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인 것을 보여주라고 요구한다. 화려하고 멋진 예배당이 아니라, 편의시설과 유명인사로 가득 찬 교회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보여달라고 요구한다.



윤효심 목사 /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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