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도회 연재 '널다리골'

여전도회 연재 '널다리골'

[ 여전도회 ]

한국기독공보
2019년 10월 31일(목) 08:30
3) 지혜의 두 여인: 르무엘 왕의 어머니와 현숙한 여인

지혜의 삶을 보여주는 잠언서의 마지막 장은 두 여인의 등장으로 마무리된다. 이 두 여인은 지혜의 모델로서 나타나는데 사랑하는 아들 왕을 훈계하는 어머니와 남편의 면류관이 되는 현숙한 여인이다. 이 두 여인에게서 여성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별한 지혜의 리더십을 보게 된다. 어머니와 아내로서 보여주는 지혜의 리더십의 특징은 무엇인가?

첫째, 구약성경 어느 곳보다 주도적인 여성 리더십이 돋보인다. 르무엘 왕의 어머니는 아들을 깊이 사랑하면서도 권위 있는 모습으로 훈계한다. 이 훈계의 말은 하나님의 음성과도 같다(잠 1:20~33 참조). 따르지 않으면 파멸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여인인 현숙한 여인은 남편을 주도하고 가정을 책임진다. 손기술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경영능력도 뛰어나다. 하지만 그것은 파트너십에 근거한 주도적인 행동이다. 남편이 그를 신뢰한다는 언급을 통해 알 수 있다(11절).

둘째, 두 여인이 보여주는 지혜의 리더십은 사회적이며 공동체적이다. 르므엘 왕의 어머니나 현숙한 여인이 보여주는 삶은 개인적 차원에 머물러 있지 않다. 리더십의 범위가 사회적이며 공동체적이다. 어머니가 아들 왕에게 요구하는 가르침의 핵심은 '말 못하는 자'와 '힘없는 자들'을 변호하는 것과 가난하고 궁핍한 자를 위해 공정한 판결을 내리는 것에 있다(8~9절). 그렇기 때문에 왕이 개인적인 만족과 즐거움을 얻고자 여자와 술에 빠지는 것을 강력하게 경고한다. 현숙한 여인도 개인의 이익을 넘어서는 공동체적인 지혜와 인애의 삶을 보여준다. 그녀의 활동영역은 자기 집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녀의 손길은 집 밖에 있는 가난하고 궁핍한 자들에게까지 미친다(20절). 르무엘 왕의 어머니가 훈계한 바가 그대로 실천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현숙한 여인의 삶을 통해 남편도 성문에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게 되며(23절), 결국 자신도 성문에서 칭찬을 받게 된다(31절).

셋째, 두 여인의 리더십의 원천은 야훼 경외이다. 르무엘 왕의 어머니의 교훈은 잠언 1장 7~9절과 상응을 이룬다. 잠언의 교훈은 아비의 훈계와 어미의 법으로 대치될 수 있다(1:8). 그러나 아비의 훈계와 어미의 법은 바로 앞 절에서 언급하고 있는 바와 같이 야훼 경외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1:7). 야훼를 경외하는 것이야 말로 모든 지혜의 삶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야훼 경외를 통해서 참된 지혜와 지도력 있는 삶의 능력을 얻을 수 있다. 현숙한 여인으로 번역된 히브리말 '에쉐트 하일'의 문자적 의미는 '힘 있는' 혹은 '생명력 있는' 여인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숙한 여인의 행동도 야훼의 경외에서 비롯되었음을 말하고 있다(30절). 야훼 경외가 개인의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공동체적인 선과 의를 이루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잠언 마지막 장의 두 여인의 모습은 잠언의 결론과도 같다. 의인화된 지혜가 구체적인 인물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두 사람은 지혜자로서 남녀를 초월한 모든 사람의 귀감이 된다.

4. 나가는 말

리더십의 관건은 '선한 영향력'을 얼마나 끼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선한 영향력은 일방적인 강요나 독주에 의해서 나타나지 않는다. 타인과 올바른 관계에서 리더십은 정상화되고 극대화된다. 이러한 점에서 여성 리더십도 남성과의 파트너십을 통해서 온전히 발현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여성의 리더십의 출발은 남성과 여성 모두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동등한 존재요, 돕는 배필로서 서로의 필요를 채우는 존재임을 인식할 때 가능하다. 여성차별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는 바울의 진술들도 남성과 여성이 이루어야 할 파트너십의 재발견이라는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다. 특별히 잠언서 마지막 장에 등장하는 지혜의 두 여인은 여성 리더십의 모델로 삼기에 손색이 없다. 그들은 여성 고유의 특별한 역할인 어머니와 아내로서 지혜의 참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개인과 가족적 차원을 넘어 사회와 공동체를 살리는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점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고대 이스라엘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여전히 살아있는 이야기로서 교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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