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선교 한국교회의 과제이고, 책임이다"

"이주민선교 한국교회의 과제이고, 책임이다"

베트남 이주여성 폭행 계기, 한국교회의 역할 확대하고 약자에 귀 기울여야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9년 07월 12일(금) 14:33
(사진=안산이주민센터,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한국인 남편이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는 동영상이 지난 6일 SNS를 통해 공개되면서 사회적 공분을 낳고 있다. 아내를 폭행해 중상을 입힌 남편은 구속됐지만, 엄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도 10일 법무부 주관의 간담회를 갖고 이주여성의 인권보호와 관련한 정책 개선에 나섰다.

지난해 기준 국내 다문화 가정이 30만 가구를 넘어선 가운데 베트남 이주여성 폭행 사건을 계기로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국내 이주여성에 대한 지속적인 돌봄과 사회 인식 개선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이 절실하다는 사역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국가인권위가 발표한 결혼 이주여성 가정폭력 실태에 따르면 이주여성의 절반에 육박한 42.1%가 가정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확인됐고, 욕설 등 언어적 학대는 81.1%, 성적수치심 유발 및 성행위 강요는 68%, 폭력위협 38%, 생활비 미지급 등 경제적 학대도 33.3%에 달하는 등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계속 증가할 이주민 선교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안산이주민센터 대표 박천응 목사는 "어떤 이유로도 가정폭력은 근절 되어야 한다. 더욱이 폭행 피해를 입은 베트남 출신 여성의 불륜설을 퍼트리며 결혼 이주여성에 대한 사회적 2차 여론폭행의 배후에 숨어있는 차별과 배제의 문화, 결혼 이주여성을 매매혼과 같이 인식하는 잘못된 국제결혼에 대한 인식 개선 교육이 필요하다"며 "정부도 결혼이주여성 중 유자녀는 국적취득이 쉽고 무자녀는 상대적으로 국적취득을 어렵게 하는 씨받이 조장 비자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주여성의 체류자격과 관련한 비자정책은 실질적으로 한국인 배우자에게 종속돼 있다. 결국 이주여성의 국적취득에 한국인 배우자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어 이주여성들은 갖은 폭력과 협박에도 대응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박 목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교회가 이주 여성과 같은 사회적 약자의 외침에 더욱 귀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내 선교단체들이 경제적 한계로 점차 정부지원의존 선교로 바뀌면서 인권보호 역할이 약화하고 있지만 다문화가족지윈센터 등 정부지원 시설 중심의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며 "힘의 논리를 앞세우는 바알 문화가 교회 내에도 만연한 상황 속에 교회도 이주민과 같이 사회적 약자의 소리를 외면하지 않는 목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박 목사는 이를 위해 한국교회가 사회적 버팀목이 되는 활동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이주여성 전용 쉼터, 여성피해자들의 도피처가 매우 부족하다. 시설운용과 재정적 어려움이 있어 설치도 쉽지 않다"며 "기독교 교세가 약화하고 재정 문제로 많은 교회가 어려움에 있지만 이주민 사역과 같이 교회가 사회적 버팀목이 되는 활동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경기도 김포에서 이주민 돌봄 사역을 펼치고 있는 김포이주민선교센터 최영일 목사는 우리 사회 내 결혼이주여성의 도구화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교회가 약자를 향한 존중의 문화와 돌봄의 사역이 어느 수준인지 성찰해야 한다고 했다.

최 목사는 "결혼 이주여성 폭력은 가해자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이주여성을 한 인격적인 존재가 아니라 도구화하는 인식과 제도의 문제"라며 "한국교회는 이주여성, 타인과 약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문화가 확산하도록 자문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최 목사는 이주여성의 다수가 생활하고 있는 지역 교회는 이주민이 한국 문화에 적응하는 것을 도우면서도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배우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교회가 이주민에 대한 열린 시선과 사랑을 다시 한번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 총회이주민선교협의회 회장 김광훈 목사는 "한국교회는 이주민도 국민이라는 이해와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며 "이주민선교는 한국교회에 주어진 선교적 책임이고 과제"라고 이주민을 향한 한국교회의 관심과 사랑을 요청했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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