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 상처, 디브리핑으로 회복해요

선교지 상처, 디브리핑으로 회복해요

선교사심리케어협회 발족, 제 1회 디브리퍼 양성 과정 진행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9년 07월 08일(월) 08:46
최근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소속 선교사들과 상담전문 목회자들이 자체적으로 선교사심리케어협회(회장:이호은)를 발족하고 '디브리퍼 양성 과정'을 열어 눈길을 끈다.

선교 영역에서의 디브리핑(debriefing)이란 선교사들이 사역현장에서 경험했던 감정, 정서, 심리적인 내용들을 꺼내 놓으며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동질집단인 선교사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디브리퍼는 이야기하는 선교사 자신이 스스로 정리할 수 있도록 경청과 적절한 질문을 통해 조력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

지난 1~5일 주안교회(주승중 목사 시무)에서 교단 소속 선교사들과 상담전문가들이 연 디브리퍼 양성과정에는 12개국 32명의 교단 선교사들이 참여했다. 이 양성과정은 세계선교사회 SNS에 공지가 뜬 지 2시간만에 신청이 마감되고 대기자가 생길 정도로 선교사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선교사심리케어협회는 주안교회 상담목사인 이호은 목사가 지난 2016년부터 중국 선교사들에게 부부상담 및 미술상담, 상담교육을 해오던 중 디브리핑의 필요성이 인식되어 추방 선교사 8명을 대상으로 디브리핑을 진행했고, 참여 선교사들의 심리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확인되어 교단 선교사 전체에게 확대될 필요성이 있다는 인식 하에 선교사, 상담전문가, 후원자 등 7명의 운영위원으로 발족된 예장 총회 소속의 선교사들로 구성된 최초의 디브리핑 관련 협회다.

이번 제1기 선교사 심리디브리퍼 양성과정에서는 선교사디브리퍼가 되기 위해 필요한 상담의 기초이론과 더불어 워크숍을 통한 상담기술을 터득하도록 돕고, 아울러 선교사가 쉽게 접근하고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심리검사법을 배운 후 이틀에 걸쳐 직접 집단심리디브리핑을 체험하는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회장 이호은 목사는 "디브리핑은 선교사가 겪은 어려운 상황에 대해 그때의 정서적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처음에는 부정적 감정이 쏟아질 수 있으나 질문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신을 찾아가고 하나님의 은혜도 있었음을 깨닫게 하면서 회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디브리퍼 및 함께 대화에 참여하는 이들이 공감해서 들어줄 때 본인들이 부정적 정서에서 나와서 그 사건을 재의미화, 재구조화해 하나님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양성과정에 참여한 한 선교사는 "중국에서 추방되었는데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했던 사역을 돌아보며 하나님이 선교사들을 세계 가운데 흩으시고, 그 이유가 있다는 것을 점점 깨닫게 됐다"며 "추방 후 갈 곳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세계 속에 흩어져 있는 이들을 위해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다는 정체성을 갖게 됐다"고 참가 소감을 밝혔다. 이 선교사는 지난 12년간 중국에서 사역하다가 오는 18일 타국으로 재배치를 앞두고 있다.

우간다의 박석출 선교사는 "솔직히 어려움 속에 갇혀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어려워하는 동료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들로부터 섬김을 받으면서 이 과정이 엄청난 은혜가 됐다"며 "선교지에서 힘든 게 사역 때문이 아니라 관계성 때문인 경우가 많은데 디브리핑이 선교사 재교육 필수과정이 되어 시스템화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피력했다.

중국 추방 선교사로 이번 협회 창립 멤버인 조정희 선교사는 "중국에서 처음 추방을 당한 후에는 마음 안에 분노가 많았는데 디브리핑을 받아보니 너무 좋아서 선교사들에게 꼭 필요한 것임을 확신하게 되어 협회 창립과 양성과정을 추진하게 됐다"며 "중국에서 가정사역을 하던 분들이 추방 후 남은 금액을 모아 종자돈을 만들었으며, 주안교회 선교국 및 가정사역국, LCM힐링센터(한화선목사) 등 여러 곳에서 지지를 해줘 첫 양성과정을 잘 마칠 수 있었다. 차후 지속적인 양성과정 진행을 위해 더욱 큰 관심과 후원이 필요하다"고 한국교회의 관심을 요청했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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