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 폐지…교계, 취지 '환영' 정책 '글쎄'

장애등급제 폐지…교계, 취지 '환영' 정책 '글쎄'

31년만에 개정, 예산 확보 안되면 '반쪽'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9년 07월 01일(월) 06:24
장애등급제가 31년 만에 폐지됐다. 보건복지부는 7월 1일부터 장애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되고,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 지원체계가 구축된다고 밝혔다. 그동안의 지원체계가 장애등급으로 대표되는 공급자 관점에서 정책개개발 및 집행이 용이한 체계였다면 새로운 지원체계는 개개인의 욕구와 환경을 보다 세밀하게 고려해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다.

지난 1988년 의학적 심사에 기반하여 1~6급의 장애등급제가 도입된 이래 장애인에 대한 각종 지원은 장애등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제공되어 왔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장애인의 개별적 욕구를 고려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여러 차례 제기되어 온 만큼 장애인 인권에 앞장서 온 교계 관계자들은 전반적으로 '환영'의 입장이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이계윤 목사(장애인복지선교협의회 회장)는 "하나님은 모든 사람들을 각각 다르게 창조하셨다"면서 "이처럼 다른 모든 사람들이 함께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정책이 만들어지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고 성경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목사는 "기존의 장애 6등급에서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과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등급이 단순화 된 상황"이라면서 "개인의 신체만 보고 장애의 경중을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조각가가 손을 다쳤거나 축구선수가 다리를 다쳤다고 할 때 장애의 경중을 신체로만 판단할 수 없다"는 이 목사는 "그들에게는 생계가 달린 문제"라면서 "장애의 중증·경증만으로 서비스 지원을 결정지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장애등급이 폐지되면서 1~6등급은 없어졌지만 종전의 1~3급은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 4~6급은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그대로 인정된다.

이상록 목사(도봉구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도 "장애등급제 폐지는 장애인 인권, 즉 인간으로서의 존엄함을 보다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 아니겠냐"면서 "등급제 폐지는 적극적으로 찬성할 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충분한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시행이 어렵다"는 이 목사는 "장애등급이 아닌 개개인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는 좋으나 예산이 동반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면서 "일례로 1~3급 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었던 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인 누구라도 신청 가능해졌는데 지원할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기존에는 장애인의 욕구나 환경 등을 고려한 서비스 지원이 의학적 기준이었다면, 그 기준이 심사자 판단으로 바뀌면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종합조사'에 대해서 이 목사는 "장애인 일상생활과 밀접한 활동지원 서비스 등 형평성 있는 지원을 위해 민관 협력이 절실하다"면서 "장애유형별 특성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평가매뉴얼 및 세부기준을 체계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인 목회 사역을 하는 신경희 목사(둥지교회)는 "등급제 폐지의 취지는 좋다"면서도 "그러나 현장에서 (장애인) 교인들이 혹시나 기존의 혜택이 축소될까 불안해 한다"면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신 목사는 "모든 변화에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지만 이로 인해 단 한 명의 장애인도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역시 "예산 확보가 먼저 이뤄져야 할텐데 무늬만 폐지가 아니길 바란다"고 속내를 밝혔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예산이 지난해에 비해 부분에 따라 20%부터 45%까지 증가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볼 때 상당히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지만 장애인 단체들은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계획을 위한 충분한 예산을 마련하라"며 '설왕설래' 중인 상황이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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