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NGO의 시대'

21세기는 'NGO의 시대'

[ 주필칼럼 ]

변창배 목사
2019년 06월 28일(금) 10:00
'NGO 르네상스'가 도래했다고 하고, 21세기는 'NGO의 시대'라고도 한다. 시민단체, 또는 비정부기구라 일컫는 NGO는 경제적인 이윤추구와 무관한 민간조직으로 정부나 국제기구와 같은 권력기관의 기능을 견제,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NGO는 정부나 시장경제와 함께 사회운영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NGO가 때로는 복지전달 매체 역할을 효율적으로 감당해서 정부보다 더 신뢰할 수 있다는 인식도 넓어지고 있다. NGO운동을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을 가늠하는 척도로 들기도 한다. 공동체 문제에 대해서 각성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펼치는 운동인 까닭이다.

일예로 2017년 노벨평화상은 국제 NGO인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 아이캔)이 수상했다. 아이캔은 호주 멜번에서 탄생해서 2007년 4월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가 개최될 때 공식 발족했다. 지금은 핵무기 전면 폐기와 개발 금지에 동의하는 103개국 541개 NGO의 연합체로 발전했다. 아이캔은 2017년 7월 7일, 뉴욕에서 유엔이 '유엔핵무기금지조약'을 채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창설 10년 만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것이다. 당시에 이 조약에 193개 유엔 회원국 가운데 122개국이 서명했다.

아이캔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생존자의 증언을 듣거나 핵무기의 위험을 알리는 '세계 행동의 날' 행사를 개최하여 유엔과 각국 의회에 압력을 가했다. 노벨상 수상자 데스몬드 투투 주교나 음악가 허비 핸콕, 예술가 요코 오노와 같은 저명인사의 지지발언도 이끌어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재임 중인 2012년에 "아이캔의 헌신과 창의력에 경의를 표한다"며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아이캔은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교회협의회(WCC) 에큐메니칼 센터에 주 사무소를 두고 있다. WCC가 아이캔의 탄생과 활동을 뒷받침한 까닭이다. WCC의 NGO를 통한 새로운 접근이 성과를 거둔 것이다. NGO의 시대를 맞은 새로운 선교방식의 실례이다.

2008년 2월 13일, 케빈 러드(Kevin Rudd)는 호주 총리로 취임하면서 새로 구성된 연방의회 첫 안건으로 원주민에게 사과를 결의했다. 1910년부터 70년까지 원주민의 혼혈자녀를 강제로 고아원으로 보낸 일에 대해서 사과한 것이다. NGO의 원주민 권익 옹호활동이 드디어 총리의 공개사과를 이끌어낸 것이다.

케빈 러드의 사과 연설은 전호주에 생중계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케빈 러드는 강제로 고아원으로 끌려간 세대와 그의 자손들에게, 사랑하는 이를 잃은 부모 형제와 가족들에게, 그리고 원주민 공동체에게 세 차례 반복해서 사과를 했다. 3분 12초에 불과한 짧은 연설이었지만, 호주 국민들에게 과거를 성찰하고 새로운 역사를 향하는 자부심을 안겨주었다.

호주 원주민의 권익 옹호운동은 원주민들이 시작했다. 호주대륙에 백인이 들어온 지 150주년이 되는 날인 1938년 1월 26일에 시드니 시청 강당에서 원주민들이 '항의와 탄식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이에 각성한 기독교인들이 중심이 되어 1967년에 원주민들에게 동등한 시민권을 부여하는 헌법 개정에 성공했다. 투표자의 9할 이상이 개정에 찬성했다.

1992년 6월 3일에 연방대법원은 원주민의 토지소유권을 주장하는 마보(Mabo)의 청구를 받아들여서, 영국 왕실의 호주 점유를 주장하는 테라 눌리우스(terra nullius) 원칙을 무효화시켰다. 호주대륙은 주인이 없는 땅이라 영국 왕실이 차지한다는 선언을 무효화한 것이다. 이 판결은 호주연방정부가 원주민토지소유권에 관한 법률(1993)을 제정하고 토지소유권에 관한 법률(1994)을 전면 개정하는 변화를 초래했다.

1997년 5월 26일에 호주연방의회는 원주민 혼혈자녀의 고아원 수용문제에 대한 특별조사보고서를 채택했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에 호주 각 지역에 조직된 풀뿌리 NGO가 원동력을 제공했다. 호주기독교인들이 풀뿌리 NGO에 활발하게 참여한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NGO의 시대를 맞아 한국교회도 NGO 활동의 모판과 울타리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기독교인들이 만든 NGO가 여러 방면에서 시민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선교현장에서 NGO 모델을 채용해서 새로운 선교영역을 개발하고 선교자원을 개척하기도 한다. 한국교회가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영적 공동체로서의 자기정체성을 확고하게 견지하면서, NGO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바란다.

변창배 목사/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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