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공간은 누구나 "환영"하는 "쉬운"공간이다

교회공간은 누구나 "환영"하는 "쉬운"공간이다

건축가 유현준 교수, 교회공간의 현대적 의미 밝혀
총회 문화법인 문화목회간담회 허브서 강연 눈길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9년 06월 22일(토) 19:39
"교회라는 공간은 누구나 초대받을 수 있어야 하며 화목하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지난 18일 총회 문화법인(이사장: 조건회 목사, 사무국장: 손은희)이 주최한 문화목회간담회 허브에서 '지역에서 교회공간이 갖는 의미'를 주제로 강연한 건축가 유현준 교수(홍익대)는 "교회는 누구든지 환영할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면서 "내가 이곳에서 사랑받고 있구나 느낄 수 있는 곳, 그것이 바로 교회공간이 갖는 핵심 사역"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 교수는 "교회는 사찰보다 들어가기 어려운 곳"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사찰은 경계가 없이 누구나 들어갈 수 있고 주차도 무료다. 꽉 막힌 도심에서 답답한 카페보다 넓은 마당이 있는 사찰을 찾게 되는 이유"라는 말한 유 교수는 "반면 교회는 일주일에 한번 예배를 드리고 관리 차원에서 문을 닫고 있다. 시민들을 '환영'하는 사찰이 교회보다 더 '쉬운' 공간이 됐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교회가 벽을 낮추고 일상 속에 침투해 기독교의 부흥을 이끈 적도 있었다. 70,80년대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아파트가 세워지면서 생겨난 '상가'에서 교회는 '쉽게' 개척할 수 있었고 시민들과 '친밀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상가교회'를 비교하며 "누가 쉽게 창업(개척)할 수 있고 무한경쟁을 통해 성공할 수 있는 점이 닮아 있다"면서 "한국교회의 혁명은 상가교회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에 대해 "사찰이 산 속에서 일상과 분리되어 있었다면 상가교회는 삶과 종교가 연결되어 있었다"고 설명하면서 "휘장이 찢어져 하나님과 인간의 공간이 허물어진 상황을 만들어 낸 셈"이라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유 교수는 "70,80년대 교회에서만 유일하게 이성교제가 가능했고 밴드가 허용됐으며 다양한 교양 프로그램이 있었다"면서 "그랬던 교회가 개혁의 공간에서 보수의 공간으로 변했다. 이제 선배들이 상가라는 공간을 만들어 냈듯이 지금에 맞는 공간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지역색' 즉, '로컬스타일'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국민의 60%가 획일화 된 똑같은 집(아파트)에 살게 되면서 모든 가치판단이 아파트 평수와 매매가로 정량화 됐다"는 유 교수는 "때문에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자존감이 낮아지게 됐다"면서 "나만의 개성이 담긴 집에 사는 것이 행복한 사회가 돼야 한다. 그 역할을 교회가 먼저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교회가 사회에 건강한 공간을 제안해야 한다"면서 지역주민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특히 가난한 이들을 위한 샤워실이나 세탁실,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 등을 제안했다.

한편 유현준 교수는 '어디서 살 것인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의 저서를 통해 "도심 속 빈 예배당이 지니는 가치는 무엇인가", "교회는 왜 들어가기 어려운가", "상가교회는 오늘날의 실리콘밸리가 될 수 없는가" 등을 물으며 교회공간이 함축하고 있는 현대적 의미를 재해석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최은숙 기자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