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교회 햇병아리 목사의 기도제목

농촌교회 햇병아리 목사의 기도제목

임민성 목사
2019년 06월 14일(금) 15:58
서울에서 전도사, 부목사로 사역하며 몸이 힘들고 마음도 지칠 때면 아내에게 투정 부리듯 이렇게 말했다. "여보, 목회가 나한테 맞지 않는 것은 아닐까? 지금이라도 목사 그만 둘까? 장인, 장모님 계시는 철원으로 내려가서, 우리 벼농사나 지을까?"

그러던 필자가 농촌교회 목회자가 됐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교인들의 수고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벼농사나 지을까'라는 말이 얼마나 철없는 것이었는지를 뒤늦게나마 깨닫고 있다.

허리, 무릎, 관절 어디 하나 성한 데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쉬는 날 없이 새벽 일찍부터 밭에 나가 계속 허리를 굽히고 일하다가 저녁이 돼서야 귀가하는 것이 우리 교회 교인들의 삶이다. 새벽에 낚시 손님들을 배에 태우고 해질 무렵까지 그 좁은 배에 앉아서는 손님들 식사를 만들어 내야 하는 분도 있다. 어떤 교인은 위험한 곳에 가까스로 세운 사다리에 올라 수십 미터 높이의 나무를 자르고 다듬는 일을 하신다.

농촌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살초작업을 하지만 농약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허리를 굽히고, 오리걸음을 하듯 하루종일 작업하다 보니 관절이 성할 리가 없습니다. 예초기 작업 중 튄 돌이 작업자의 몸을 강하게 때리기도 한다. 낫과 호미에 자기 손을 다치기도 한다. 전날 밤 산에서 내려온 고라니가 밭을 쑥대밭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땀과 눈물을 흘리며 한 해 동안 정성껏 키워낸 결과물이 바로 쌀과 보리였다. 도시에 살 때에는 필자도 감자, 고구마, 마늘, 콩, 깨, 고추 그리고 해산물 등을 무심코 먹었다. 하지만 이 곳에 내려와 수고하는 모습을 직접 보니 그동안 가졌던 철없는 생각에 부끄러워진다.

대신 목회자로서 교인들을 위해 두 가지 제목의 기도를 드리게 됐다. "하나님! 우리 교인들 일할 때 늘 안전하게 지켜주소서! 그리고 이 분들의 수고와 섬김, 눈물과 땀 흘림의 결과물이 합당한 가격을 받고 팔리게 하옵소서!"라는 기도가 농촌교회 햇병아리 목사의 첫 번째 기도제목이다.

그리고 두 번째 기도제목은 우리 교인들이 써낸 것인데, 바로 자녀를 위한 기도다. 하루종일 논밭 일로 피곤한데도 새벽과 밤 기도회에 나와서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신다. "하나님! 타지에 사는 내 자녀들을 외롭지 않게 지켜주세요. 며느리의 병을 고쳐주세요. 요즘 사업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자녀의 마음을 든든하게 붙잡아 주세요…"

자녀를 위해 하나님께 간구하는 우리 교인들의 기도제목이 하나님의 방법으로 가장 좋은 시간에 이뤄지기를 필자 또한 매일 기도한다.

임민성 목사/서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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